#16. 안녕, 안녕 바라데로

26-10-18 바라데로

by 역마살아임더


전날 아침 바다 사진을 보여주자 일행들은 우리도 가고싶다고 난리였기에 바라데로에서의 마지막은 아침 바다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는 걸로 시작하자고 다짐 하고는 바로 숙소에서 자고 일어난 일행들과 바다로 다시 향했다.

바닷가에 도착하자, 아침 여섯시 오십분 즈음인데다가 동쪽 하늘이 붉어져 오는 것을 보고 오늘은 안늦었다, 해 뜨는거 볼 수 있겠다며 설레하며 기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은 아무리 기다려도 어제와 같이 연보랏빛으로 하늘이 바뀌지도 않고, 그저 동쪽 하늘이 붉어져 오기만 했었다. 전날에는 날이 그렇게 맑더라니, 오늘은 그정도로 맑지 않으려는건지, 한 하늘에 해와 달이 같이 떠 있던 어제와 같은 경관은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예쁜 자연의 모습이었기에 한번 더 보고싶은 생각에 너무 아쉬워 바다를 떠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전날 한번이라도 봤지만, 다른 사람들은 한번도 못 본 사람들도 있기에 아쉬워 하는 티를 내기 보다는 이렇게 일행들과 아침 바다를 보러 나왔다는 것에서 의의를 두기로 했다.


이날은 더 어두웠다.




다만,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바닷가에 발을 담궈보기로 했다. 내가 살면서 언제 또 카리브해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기회가 올꺼야. 새벽에도 포근하고 따스했던 이 바다를 언제 다시 볼 수 있을 꺼야. 겪을 수 있는건 다 겪어보고 가야지.





바다에 발을 담근 채로 내 발목을 감싸는 카리브해의 느낌을 가급적 오랫동안 남기고 싶어서 한참을 바라보며 서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전날엔 아침에 수영 하러 나온 노부부 밖에 안보였는데, 오늘은 산책하러 온 부부, 아침 수영을 즐기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 등 어제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아침에 수영 해 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수영하기 좋은 날씨, 더 좋은 바다 조건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전날보다는 바다가 훨씬 더 밝았다. 전날은 하늘에 해가 뜨는 것은 잘 보였지만, 반대로 바다는 어둡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날은 바다도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 차이인가보다.





비록 하늘은 매우 까맣지만 동쪽은 대비적으로 붉어져 오던 하늘, 그리고 내 발목을 간질이는 새벽에도 따스한 카리브해, 그리고 짠내를 머금어 후덥지근하고 끈적한 바닷바람. 고개까지 돌려가며 보아도 한눈에 담을 수 없을만큼 널찍한 지평선이 펼쳐져있던 바다. 이국적인 공기. 10월의 바라데로, 10월의 쿠바의 그 순간은 역시나 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리조트에서 아침을 먹고 리조트에다 아바나로까지의 차를 예약하였기에 약속한 시간이 되어 에스코트를 받으며 주차장으로 나가니, 우리가 쿠바에서 타고 다닌 차 중에 가장 좋은 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아바나에서 까사를 통해 했던 예약택시보다, 트리니다드에서 길에서 택시 영업하는 사람들에게 예약했던 것 보다, 리조트를 통해서 한 것이니 당연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보란듯이 택시가 점점 업그레이드 되다보니 다들 그 생각을 했는지 택시를 보자마자 웃으면서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에 오르자 택시 기사는 리조트를 서서히 떠나기 시작했다. 리조트 부지 입구에 걸려있는 국기 게양대에는 가장 많은 방문객의 국기가 걸려있었다. 영국과 프랑스. 우리가 그럼 리조트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영국과 프랑스였나보다. 언젠간 한국의 국기가 걸릴 날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리조트를 뒤로 했다.




바라데로의 지도를 본 적 있는가? 바라데로는 마탄사스 지방의 한 지역으로 길쭉한 지형으로 바다를 낀 해안도로가 일품이다. 우리가 묵었던 리조트는 그 바라데로 중에서도 끄트머리에 위치해서 그런지, 바라데로를 떠나는 내내 옆에 바다를 끼고 달렸었다. 마치 우리가 바다와 헤어지는게 아깝듯 바다도 우리와 헤어지는게 아깝다고 착각이 들 정도로 한참




그렇게 한 30분을 달렸을까, 택시는 드디어 바라데로를 벗어났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Hasta Pronto, Varadero’ 라고 적힌 표지판이 나타났다. 물론 하스타프론토는 그냥 씨유어게인 정도의 뜻을 가진 문장이지만 괜히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적혀있어 낯설게 느껴지다보니 정말 바라데로가 우리에게 다시 만나자고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다.


빠른 시일내에 다시 올 수 있길 바라볼께!


바라데로를 벗어나 마탄사스 지역을 얼마나 달렸을까, 아바나 방향의 고속도로를 타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우리의 일정은 아바나에서 시작해 트리니다드 바라데로를 거쳐 다시 아바나에 도착하면 끝인 일정으로 잡았는데, 그러다보니 다들 내심 아바나에 돌아가는게 싫었었다. 설레는 여행의 시작과 함께 아바나에 도착하면 여행의 끝이기에. 그렇기에 아바나 방향 고속도로 진입 표지판을 보자 이제 여행이 끝났다는게 너무 실감났다.


안가면 안되나요


아바나로 정말 가기 싫다~ 라는 누군가의 말을 시작으로 다들 어디가 제일 재밌었냐, 바라데로 너무 좋지 않았냐, 나는 아바나에서 술병으로 앓아눕느라 제대로 못봐서 오늘 가서 즐길꺼다, 우리 차가 갈수록 업그레이드 되는거 웃기지 않냐 등등 떠들면서 이동중인데,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는지 기사가 잠시 쉬었다 가겠다며 차를 멈췄다. 일단 나가보자 하며 나간 곳에는 진짜 사파이어 빛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쿠바에 있는 내내 고속 버스를 타고 지역 이동을 한 것이 아닌 택시를 타고 이동했기에 쿠바의 고속도로에 정식휴게소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차 말고도 여러 택시기사들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간단한 기념품과 간식을 팔고 있는 것과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내려서 다니는 것을 보면 이곳이 택시기사들의 휴게소인가보다 싶었다.


과자는 정말 엄청 짰다.


그래서 기사가 화장실을 다녀오고 기름을 채우는 것을 기다리다 휴게소에서 파는 파인애플 음료와 과자를 하나씩 사 들고 다시 차에 타니 기사는 뭔가 만족한 표정으로 다시 아바나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그 웃음을 보니 이 휴게소와 모종의 거래 관계 있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어떤가. 이렇게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관계로 사는거지.





이틀이나 아침 일찍 일어나 바다에 나가 놀고, 전날엔 네시부터 일어나서 바다에 들락날락거리고, 하루종일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놀았더니, 아바나로 가는 길에는 택시 기사에게 뭐라 말 걸 생각 하기도 전에 까무룩 잠에 들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나 잤는지, 갑자기 일행들이 여기 맞아? 여기맞아? 라며 나를 깨웠고 눈을 뜨니 어느새 아바나의 센트럴 광장 앞이었다.


어느 항공사길래 이곳이 숙소일까


다음날 아침 일곱시 비행기로 쿠바를 떠나는 우리는 다음날 우리를 공항으로 늦지 않게 태워다 줄 수 있어야 하니 택시가 제공 될 법한 고급 호텔로 선택해서 골랐고, 그래서 고른 호텔은 샤넬이 크루즈 컬렉션을 펼친것으로 유명한 프라도 광장 바로 옆에 있는 호텔로 골랐다. 이렇게 유명한 곳에 숙소를 고르니 우리가 아바나의 그 어느곳을 구경하다가 돌아오기에도 좋을 것 같아서 골랐는데, 그 내부에 들어가니 과연 이제까지 쿠바에서 묵었던 숙소 중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각자의 방에 짐을 푸르고, 아바나에서의 마지막 날, 쿠바에서의 마지막 날을 즐기러 다시 로비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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