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다시만난 아바나와 강렬한 시가의 향

26-10-18 다시,아바나운나나

by 역마살아임더




우리가 아바나에서 이건 사야하다고 의견을 모은 곳은 바로 시가. 쿠바하면 생각나는 것은 시가와 럼주인데 다들 럼주로 인해 어마어마한 숙취를 겪어서인지 럼주는 다시 꼴도 보기 싫다 하였고, 그래서 고른 선물은 시가였다. 누군가가 아바나의 까삐똘리오 뒷쪽으로 돌아가면 시가 공장이 있다고 알려주어 다들 까삐똘리오를 향해 걸어갔다.

비록 약 일주일 안되는 기간이었지만, 쿠바에 얼마나 있었다고 이젠 쿠바의 모습이 내 눈에 익었다. 처음엔 얼기설기 이어붙여져있어 놀랐던 도로도, 폐허인지, 진짜 사람이 사는건지 궁금하던 건물들도, 트리니다드와 달리 칠이 벗겨져 원래의 색은 뭐였을까 궁금하던 외벽, 내부 골격이 그대로 보일것 같은 건물들도. 이제는 그저 눈에 익었다.


쿠바스러운 모습은 과연 뭘까. 며칠 전 쿠바에 처음 왔을 땐 미디어에서 봐왔던, 누군가의 사진속에서 봐왔던 남들이 찍어온 풍경과 똑같은 모습을 찾아내려 부단히 애썼었다. 그렇게 하면 결국 내가 생각한 쿠바의 모습이 아닌 타인들이 나에게 심어준 쿠바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가는거일텐데.



내가 쿠바에 가서 경험한 좋은 점 중 하나는 바로 이 “타인이 심어둔 그 곳에 대한 이미지”를 깨버리는 것 이었다. 나는 이제까지 여행 가며 관광지에서 관광지로의 이동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버스 대기 시간은 대충 얼마나 될 지 등등 매우 세밀하게 계획을 짜고, 인터넷이나 가이드북을 통해 남들이 여길 꼭 가봐야한다! 고 “알려주는” 대로 여행하기 바빴다. 그래서 남들이 여긴 가봤어? 라며 내가 모르는 장소를 보여주면 왜 난 여기를 못가봤지. 하며 내가 못 본것이 있다는 것에 아까워했었다. 하지만 쿠바에선 그게 통하지 않았다. 정보를 알아오기엔 실패했고, 남들이 찍어준 이미지속의 쿠바도 있었지만,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쿠바의 모습이 훨씬 더 무궁무진했다.

쿠바의 색을 기록하러 온 여행에서 오히려 나만의 색을 기록하고 찾아가고 있었다.





시가 박물관 건물을 처음 문열고 들어가서 관람을 할거냐 아니면 시가만 살거냐고 매표소에서 묻기에 시가만 살거라 답하자 시가 가게로 안내해 주었다.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가 처음 맞이한 시가의 냄새는...잊을 수 없었다.


다양한 종류의 시가가 쌓여있었다



어렸을 적 내가 읽었던 동화책 꼬마 니콜라에선 니콜라의 친구 중 하나가 아빠의 시가를 훔쳐와 다같이 시가를 나눠피고, 시가에 취해 집에 돌아갔다가 엄마에게 혼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거기서 시가를 피우고 어질어질해 하며 돌아가는 아이들에 대해 묘사한 대목을 보며 시가는 과연 어떤걸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얼마나 독하길래 아빠의 술을 몰래 훔쳐먹은 아이들과 같이 저렇게 비틀거리며 집에 갔다고 하는걸까. 호기심에 흡연자 친구의 담배를 한모금 빨아본 적 있다. 그 동화책에서 봤던 내용이 생각났지만, 담배로는 그정도로 비틀거리진 않는건지 그저 조금 어질 하고 말았었다.

하지만, 시가 박물관의 시가 매장의 냄새는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어찔하게 만들었다.



강한 잎의 냄새가 남과 동시에 그 강한 향이 이상하게 사람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꼭 무슨 냄새 같았다. 라고 표현할 수 없는 시가만의 독특한 향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굳이 비슷한 향을 찾자면 이태원의 향을 잔뜩 피워놓은 바에서 날 것 같은 향 이라고나 할까.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향이 가득 차있어 끊임없이 후각세포를 자극했다. 가게 한쪽에서 실제로 시가를 꼬고 있는 장인이 있어서인지, 그 냄새는 계속해서 더 나는 것 같았다.

아바나에서 구할 수 있는 시가 중 가장 품질이 괜찮다더니, 과연 사람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 틈새에서 어떤 시가를 사야하는지에 대해 종업원에게 설명을 듣고, 원하는 만큼 시가를 구입하고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강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내 주위를 맴도는 것 같던 시가 향이 천천히 사라졌다.


나만 그런건 아니었던건지, 다른 일행들도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는 까삐똘리오 주변을 돌아 다시 호텔 근처로 걸음을 옮겼다. 시가도 둘 겸, 아바나 대극장에서 발레 공연을 볼 수 있는지도 물어볼 겸. 일행 중 해외에서 문화생활을 경험 해 보니 너무 좋았었는데, 쿠바가 발레가 유명하다고 하니 한번 보고싶다는 말에 다시금 재도전 해 보았다.

매표소 아저씨가 안고있는게 좌석표다




일단 매표소에 가서 물어보면 남는 티켓이 있다고 블로그에선 들었는데 막상 매표소에 가니 다음주 티켓밖에 구할 수 없고, 오늘은 공연이 없고 내일이 있다고 하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매표소를 나왔다. 매표소의 놀라운 시스템을 목격하고. 사진속의 아저씨가 끌어안고 있는 거대한 종이가 바로 대극장 내부 좌석표이다. 그 좌석표를 놓고 빈자리를 확인 한 후 티켓을 내어주고, 팔린 자리는 색을 칠한다.

어플로 공연 자리며 뭐며 다 예약할 수 있는 우리에게는, 그게 너무 신박한 방법인지라 더는 토를 달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더 알아보고 오지 못한게 실수지 뭐.

다음엔 꼭 공연 보게 해줘!





숙소에 시가를 두고 다시 내려와 택시를 탔다. 마지막 날이니 기념품을 몰아사야하므로 산호세 수공예 시장을 가기 위해. 지도를 보면 한참을 걸어가면 갈 수 있다고 하지만 나 혼자라면 얼마든지 걸었을 거리지만, 혼자가 아니고 마지막날 까지도 쿠바의 강한 햇살이 우리를 사정없이 내리쬐고 있었기에 택시를 흥정하여 산호세 시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가다보니 꽤나 먼 거리였음을 깨닫고 택시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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