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쿠바 야쿠자와 오비스포거리의 광인

26-10-18 쿠바 아바나운나나

by 역마살아임더



그렇게 도착한 산호세 시장 앞이었지만 들어가서 쇼핑을 하다보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고, 배가 출출해지기 시작했으니 쇼핑 하기 전 배를 채워야할 것 같았는데 주변에 음식점이 안보였다.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산호세시장 앞에서 잡상인을 몰아내는 경비아저씨에게 다가가 물었다. 근처에 음식점 어딨어요? 그는 나를 보며 뭐야 라는 표정을 잠시 짓다가 길건너에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가게가 있을거라고 알려주었기에 그대로 길을 건넜다.



내가 이제까지 여행했던 패턴대로라면, 상상도 못할 식당 고르는 방법이었다. 이제까지대로였으면 나는 이 근방에 있는 맛있는 음식점은 뭔지, 종류별로 무엇이 있는지도 다 찾아보고 추천 메뉴까지 다 찾아보고 왔을텐데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점이 나를 도전하게 만들었다. 이런걸 보면 꼭 준비를 다 하고 덤벼드는 것 만이 도전은 아닌 것 같다. 보통 나에게 도전은 이미 모든 정보를 다 손에 쥐고 난 다음에 달려드는 것 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기에 일단 달려드는 것 역시 도전이고,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더 내 기억에 남게 된 것 같다. 그렇게 도착한 식당이 특히 그랬다.





건물 외관과는 달리 내분는 리조트를 제외하면 우리가 갔던 식당 중 가장 깔끔했다. 그리고 은근 맛집인건지 쉐프를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나와있었다. 그 번잡함 사이에서 우리는 영업 하는거냐며 묻자 자리를 내주었고, 이렇게 깔끔하고 시원한 곳에서, 그리고 벽 곳곳에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를 보니 맛집은 맛집인가보다 하는 믿음이 어디선가 솟아났다.





주변 테이블에서 음식을 뭘 시키는지를 염탐하여 시킨 음료와 음식이 우리 테이블을 가득 채웠고, 그 맛은 맛있어서 신기했다. 뭐야, 맛있어 라는 말이 일행들에게 나왔고, 그냥 시장 경비원에게 물어본 것 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집이라서 이렇게 오는것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다만 우리가 음식을 다 먹을 무렵 찾아온 정체 불문의 남자만 아니었다면. 그는 우리가 음식을 다 먹고 계산하고 일어나려 준비하는데 갑자기 우리 테이블을 지나가다 들르더니 오? 치나?라고 물었다. 그래서 아니, 꼬레아나. 라고 답 해주자 자기는 꼬레아에 대해 잘 안다더니 갑자기 우리에게 나는 쿠바 야쿠자다 라고 하였다. 그래서 야쿠자? 라고 되묻자 갑자기 자신의 문신을 뽐내더니 쿠바 야쿠자~! 라고 연신 자신의 문신을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그런 행동엔 무시가 답이지...하며 무시하자 그는 계속 쿠바 야쿠자 라고 되뇌이었고, 이 사람이 불쾌하여 음식점 직원이 아무도 제지하지않는지 궁금하여 종업원을 찾았으나 종업원이 보이질 않았다. 그레서 그에게 어떠한 반응도 하지않았고, 그러자 그는 흥미를 잃었는지 자리를 떴다. 그가 나가고 나서도 무서웠기에 한참을 앉아있다 주변을 살피고 나오니 그는 없었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겪은 불쾌한 일의 끝이 아니었다.

그래도 음식은 맛있었다






산호세 시장은 아바나에서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수공예 시장으로, 오비스포에서도 얼마든지 구매 가능하지만 이 산호세 시장에서 구하는 것이 가장 싸다는 말과 이곳에 오면 쿠바의 화가들이 담은 그림도 볼 수 있다길래 흥미가 생겨 선택한 곳이었는데 과연 들어가자마자 쿠바 이곳 저곳이 담긴 그림이 우리를 반겼다.




쿠바인이 직접 담은 쿠바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그네들의 그림은 그네들의 강렬한 색채와 닮아있었다. 자기 주장 강한 색들을 선택하여 칠하였지만 그 강렬함들이 모여 만들어낸 색감은 자연스러웠다. 어느 것 하나 지지않고 자기주장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얽힌것인가 싶을 정도로.



산호세 시장에서 정신없이 그림을 구경하고, 기념품을 사고 나니 한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마지막 날이기에 가야할 곳이 많았기에 산호세시장에서 잘하면 하루도 너끈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곳 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많았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택시를 타고 오비스포 거리로 향했다. 쿠바의 다른 특산품인 커피를 사기 위해서. 누군가가 알아온 정보였는데 오비스포 거리 끝쪽으로 가면 커피 원두를 파는 곳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오비스포로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아바나 시내를 달렸다.



첫날 왔을 때에는 오비스포 거리의 밤을 봤었다. 그래서 어딘가 낮동안의 북적거림을 간직하였지만 이방인이 아닌 원주민들 특유의 소란함으로 가득했던 공간을 낮에 가게 되니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 하고 기대되었는데, 과연 오비스포 거리 시작부터 북적거림이 우리귀에 들어왔다.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거리라고 하기에 나는 호객 행위가 많으리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쿠바인들과 관광객 모두가 많이 오비스포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덕분에 많은 쿠바인들의 삶을 또 볼 수 있던 순간 아닌가 싶었다. 다른 아바나 지역은 색이 벗겨진 건물이 많았지만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건물을 칠하는 사람이 우선 눈에 띄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완벽하게 깔맞춤으로 맞춰입고 지나가는 것이 눈에 띄고. 그리고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네들이 스스로를 그렸던 그림처럼 자기주장이 강한, 각자의 개성이 강한 모두가 우리의 시각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확실히 밤의 오비스포 거리와는 다른 활기참이 느껴졌다. 일전에 묘사했듯 밤의 오비스포 거리가 노점상도 사라진 명동 길거리의 느낌이었다면, 낮의 오비스포는 흡사 강남 한복판의 그것과 비교될 만큼 북적거리고 유동인구도 많아다. 그렇지만 그 유동인구 사이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색을 자랑함과 동시에 그 북적거림의 한 풍경이 되는 길거리의 가게들은 그들만의 개성으로 곳곳에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기념품 가게에서 내놓은 좌판을 둘러보며 커피 원두 가게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가 여기서 꺾어야한다는 말에 오비스포 거리에서 한 골목으로 꺾어들어가니 또 다른 아바나의 거리가 반겼다. 바로 한 골목 차이의 오비스포 거리는 저렇게 소란스럽고 사람이 많은데, 이곳은 또 갑자기 주택가였다.




어느곳 하나도 조용한 곳은 없다 라는 감상이 생각나게 주택가이면서도 그냥 마냥 조용하지 않고 곳곳에 혁명벽화가 그려져있고, 여기저기 쿠바 국기가 걸려있는 나름 한적한 길 거리를 걸으며 후덥지근한 바람이 골목을 훑고 지나가자 쿠바를 약 일주일간 있으며 많은 곳을 봤다고 생각 했는데 또 다른 모습이 마냥 신기했다. 그리고 우리가 갔던 그 거리는 주로 노란톤으로 깔맞춤 (?) 되어있었는데 이 때문에 마지막날 까지도 자기 주장이 강한 쿠바의 햇빛과 노란 빛이 같이 만나니 우리 눈에 반사되는 것은 눈부심이었다. 그렇지만 이국적인 그 길을 계속 걷다보니 이게 물리적으로 눈이 부신건지, 이 골목을 보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 눈부심인건지 알 수 없었다.

한국의 길거리는 이렇게 색이 화려하지 않은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곰곰이 서울은 어땠지, 한국은 어땠지 하며 생각 해 보았다. 하지만 생각이 나질 않았다. 너무 강렬한 화려함은 내 기억을 앗아가기 충분했던 탓일까.

그리고 며칠 후, 한국에 돌아가 여느때와 다름없이 힘없이 출근하던 길, 서울을 문득 쳐다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쿠바에 비하면, 서울은 참 무채색 도시구나. 어디랑 비교해도 다를바 없는 무채색이구나. 어떻게 보면 저 무채색도 특징이겠지만, 쿠바의 처절한 화려함을 보고온 내게는 그저 흑백에 가까운 무채색이겠구나.



그렇게 지도상에선 원두가게라고 가리키는 장소에 도착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뭔가를 파는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어리둥절하여 건물 주소와 건물 번호를 연신 확인하며 빙빙 돌다가 결국 골목 뒷길까지 들어갔다. 원두가게 없지 안보이지? 하는 말을 하며 계속 원두가게를 찾는 우리에게 눈빛 부터가 맛이 간 남자들이 말을 걸었다. 치나? 치나?

평소였다면 노. 꼬레아나. 라고 말했을 우리였지만 왠지 눈빛 부터가 맛이 가있는 남자들을 보고는 답을 하지않고 우리까지 어디야 안보이네, 쟤네 쎄하다 멀어지자. 를 한국어로 말하며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우리를 보고 낄낄 거리며 우리가 하는 발음을 따라했다. 얻디야, 아보여. 낄낄낄.

쎄함과 기분나쁨이 동시에 찾아오자,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데 그들은 우리 뒤에서 연신 외쳤다. 어글리! 어글리 꼬레아나! 어글리 꼬레아나! 그놈들은 우리가 어느나라 사람인줄도 알아들어놓고 인종차별을 한 것으로도 모자라 우리를 위협했다. 자기들의 홈그라운드이며, 자기들이 더 쪽수가 많다는 이유로. 다시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지만, 당장 한국 대사관, 남한 대사관도 없는 이 나라에서 뭘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자리를 피하는게 상책이지. 가장 가까운 남한 대사관이 멕시코야. 라고 되뇌이며 가능한 큰길가로 도망쳤다. 그리고 결국 한 일행이 너무 짜증난다며 화를 냈다.

다 줘패고싶었던 우리의 마음


하지만 모두 그를 달래기보다는 저마다의 감정을 쏟아내기 바빴고, 나 역시도 화가 나지만 여행하면서 이렇게까지 피부로 와닿은 위협감은 처음이기에 심장이 마구 쿵쾅거렸다. 이런 상황이 올꺼라고는 전혀 예상도 못했다. 정말로. 하지만 지금 화를 내어 무엇하나. 우리가 모두 공통으로 원하는 것은 우리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한 저놈을 잘근잘근 보복하는 것 인데,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을. 누군가는 겁에 질려,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겪음에 불쾌함을 성토하는 나의 눈엔 들어왔다. 첫날 우리가 오비스포 거리 끝까지 걸어왔다가 봤던 크루즈가. 그리고 크루즈가 있단 것은 이 근처가 바로 말레꼰이라는 것. 쿠바의 광인을 잊을 풍경으로 말레꼰이라면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고, 내 생각이 틀리진 않았는지 크루즈다! 말레꼰인가봐. 라는 화제전환 시도가 무색하지 않게 다들 말레꼰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광인은 잠시 잊기로 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쿠바에 간다면, 오비스포 거리 끄트머리에서는 조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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