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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아임더 Sep 11. 2020

3. 첫 독도 접안 시도의 결과

울릉도 2일차 오전


*  글은 지난 4 , 한국에선 코로나가 종식되는 줄로만 알았던  시기의 여행입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 방역을 매우 철저히 준수합니다




울릉도에 놀러오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들어오면서 “뽕”에 찬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애국뽕”이라는 것이다.
독도가 바로 코앞에 있는 섬이고, 독도를 들어가기 위해는 울릉도에서 밖에 출발 하지 않기 때문에 울릉도하면 독도. 독도하면 애국뽕. 한국인에게는 이것이 정석이고 국룰인 것 같다.



는 물론 나 역시도 뽕에 차서 독도행 티켓을 예매했었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숙소 앞으로 나가 바다가 잠잠한지 부터 살폈다.

독도, 이름은 홀로, 외로울 독에 섬 도 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접근을 매우 허락하지 않는 섬.
독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당일날 파도가 1m도 일어나선 안된다고 한다. 독도에는 방파제가 없고 선착장도 제대로 없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파도가 잠잠하다 못해 장판 수준이어야지만 들어갈 수 있어 독도에 내리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한다. 물론 독도에 못내리면 독도 주변을 배로 돌아보는 선회관광을 약 20분 정도 한다고 한다. 독도에 내리더라도 20분 정도밖에 섬에 머무르진 못하지만.



이날은 적어도 울릉도에서 봤을때 바다가 잠잠 해 보였었다. 바람이 조금 불고 날이 흐리긴 하지만, 이정도면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날씨요정으로써의 자신감이 솟구쳐 올랐다. 나갈 채비를 하려 다시 숙소로 들어오는 내 표정을 보고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은 어차피 울릉도와 독도의 바다 상태가 다르니까 너무 기대하진 말라고. 근데 오늘 예보를 보니 독도 들어갈 수 있을 것도 같다며 아리송한 말씀을 남기셨다. 들어갈 수도 있을것 같은건 뭐야.
사장님의 말에 용기를 얻어 사동항으로 출발했다.


독도에 들어갈 수 있을것인지 없을건지에 대해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의 모든 관심이 다 쏠렸었다. 왜냐하면 2020년 5월 3일 기준, 아직까지 독도에 들어간 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1월 말 부터 울릉도는 코로나의 감염이 확산됨에 따라 울릉도 주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배를 막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4월 말이 되어 감염확산세가 줄어들면서 황금연휴이기도 하여 섬을 다시 열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금 섬에 들어와있는 우리들이 2020년 첫 관광객이나 거의 다름없는 것이었고, 자연히 독도 역시 아직 들어간 사람이 없는 상태였다.

기대하게 만들었던 바다




사동항에 도착하여 예매한 티켓을 발급받은 후 근처 카페 구석에 자리 잡고 괜시리 설레는 마음을 다잡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평소 나는 그다지 애국심이 깊은 사람이 아니다. 당연히 우리 인근에 위치한 역사적 갈등이 깊은 나라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치졸한 짓에는 분개할 줄 알았으며, 해외를 여행할 때면 우리나라를 욕보이게 하는데 일조하는 짓은 하지말아야지 하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괜히 독도에 들어간다고 하니 두근거리는 것은, 쉬이 사람을 들여보내주지 않는 그 특유의 도도함 때문이었을까. 전날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는 사람들끼리 얘기 했을 때도 독도에 들어가고자 시도했으나 장렬하게 실패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실컷 들었다.

매우 연한 아메리카노와 잔잔한듯 아닌듯한 바다


육지(?)에서 울릉도로 들어가는 길도 멀미를 심하게 유발하는 편이라고 하는데, 울릉도에서 독도 들어가는 길은 매우 평등하게 모두를 멀미하게 만든다고했다. 약을 먹던 안먹던. 울릉도로 들어올 땐 간혹 멀미약을 안먹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지만, 독도 들어갈 때는 필수로 먹어야한다고 모두들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전날 독도를 도전했던 한 언니는 약을 먹고 탔음에도 약을 토하고, 계속해서 토하고, 토할 것도 없는데 토하고 하기에 선원들이 뒷쪽의 창고방에 돗자리를 펴고 거기 눕혔다고 한다. 화장실 바로 코앞의 창고에. 그래서 토할 것 같으면 기어가고, 괜찮으면 나와서 누워있고. 멀미가 가시라고 에어컨은 있는대로 틀어서 추워서 이가 덜덜 떨리는데 선원들은 추워야 멀미를 안한다며 온도를 높여주지도 않았다고, 그렇게 토하다가 변기에 에어팟 한쪽도 떨어뜨렸다며 독도는 날 허락하지 않았어ㅠㅠ 라며 맥주캔을 붙잡고 울었었다.


그들의 실패담 (?)을 마음 깊이 새기고 카페에서 기다리며 멀미약을 원샷하고는 입선 시간이 되자 배에 올랐다. 과연, 날씨요정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나를 독도는 허락 해줄것인가.
전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추천해준대로 항구에서 파는 오징어의 몸통을 찢으며, (냄새가 정말 기가막혀 안사고는 못배긴다, 오징어를 씹으면 멀미를 안하니 먹으며 들어가라 등등) 독도로 배는 출발했다. 역시 오징어는 울릉도 오징어가 최고야.

매번 인사해주시는게 너무 귀여웠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티켓은 편도 한장이 왕복티켓이다. 어차피 독도에 내려서 머물수도 없기에 독도까지만 가보고 다시 돌아오기에 티켓은 편도 티켓이지만 실제 항해는 왕복이었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그리고 20분정도 선회관광을 하던, 접안에 성공하여 독도에 내리던. 그리고 다시 1시간 30분의 항해를 통해 울릉도로.

독도로 출발!



원래 어딜 가면서 긴장하는 적이 없는 나인데 독도는 이상하게 들은 말이 많아서 그런지 긴장이 됐다. 그래서 찾을 수 있는 온갖 미신은 다 찾으며 들어간 것 같다. 우선 핸드폰 바탕화면을 바다사진으로 바꿔놓고, 노래는 온통 바다, 물과 관련된 노래를 들으며 1시간 30분간의 항해를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라고 싶긴 하지만.

물만난 물고기 처럼 가고싶다는 염원


배가 출발하는 것을 느끼며, 바다와 관련한 노래, 물에 관련한 노래를 들으며 다시금 잠에 들었다. 어차피 독도까지는 긴 여정이니까.




눈을 떴을 때는 독도 접선을 시도하겠다는 방송이 나오는 중이었다. 아까까지는 분명히 사람들이 왁자왁자 떠드는게 들렸는데 독도 접선을 시도하겠다는 방송이 나오자 다들 숨을 죽였다.

그리고 우리의 기대와는 무색하게 독도 현지 상황에 의해 선회관광을 하겠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 방송이 나오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출입구로 달려갔다.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이 준 팁 하나 더. 선회방송이 나오자마자 문 앞에 기다리고 있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진을 건질 수 없다는 것이 평이었다.

문 열어줘요!


문 앞에 서서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갑판에 섰더니, 세상에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왜 못들어가냐, 한번 더 시도 해 보면 안되냐는 사람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선원들은 그저 갑판에 너무 붙지말라는 말만 하고는 답이없다. 세상 아쉬웠다. 하지만, 내 앞에 독도가 있는건 2n년간 부족했던 애국뽕이 단숨에 최대치까지 차는 느낌이었다. 독도 선회관광시에는 독도의 앞부터 뒤까지, 서도와 동도의 사이를 돌아서 한바퀴 보여준다. 뭐, 이걸 두고 선회관광으로 독도를 다 보았다고 만족 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내려봐야하는거 아닐까. 아쉬움이 마음 가득 올라왔다.


선원들이 갈매기에게 먹이 주지 말라는 소리를 함에도 불구하고, 갈매기는 배가 보이자마자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다가왔다. 저 멀리 보이는 독도, 그리고 갈매기가 끊임없이 날아다니는 섬. 그 둘을 보고 있자니,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원래도 고증을 잘 한것임은 알고 있었지만 “외로운 섬하나 새들의 고향”이라는 가사는 상당히 고증이 뭐야 그냥 눈 앞에 갖다 그려준 수준이었다. 그렇게 갈매기가 끊임없이 날아다니는 독도를 멀리서 보고있자니, 배가 어느새 섬을 한바퀴돌았는지, 누군가가 어 한반도 바위다! 라고 외쳤다. 모두의 눈이 쏠렸다.

고민 끛에 여기라고 표시 해 보았습니다


독도에 새겨진 선명한 한반도 모양을 보자마자 이걸 보고도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이웃에 위치한 모 나라가 생각났다. 우리가 우리나라 땅을 우리꺼라고 주장하는것도 웃기긴 하지만, 저렇게 섬 자체에서도 너네나라는 전혀 아니고 한반도가 그려져있음에도 우기는건 그만큼 눈치없고 우기는것도 재능은 재능이겠다. 재능이 아니라 재앙이지만. 한반도 그 전까지 코끼리 바위나, 날아드는 갈매기를 봤을 때에는 그냥 와! 저게 독도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한반도 바위가 보이자마자 이상하게도 가슴 깊숙한 어딘가에서 애국심이 뽕차오르는게 느껴졌다. 아까 차오른 애국뽕은 뽕이 아니라 애국심인가보다 싶을 정도로 뽕이 차올랐다. 이렇게 예쁘고, 사람을 벅차오르게 하는 경치를 두고도 나는 한국에선 더 궁금한 곳이 없어. 라고 단정 지었던건가 싶어 무지몽매한 나의 식견이 좁구나 싶어 어디가서 나 많은걸 보고다녔다고 절대 말 못하겠다 싶었다.

새들의 고향, 독도


한반도 바위 까지 둘러보고 나자, 선회관광을 마친다는 방송이 나왔다. 사람들이 아쉬워하며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다시 선실로 걸음을 옮기긴 하였지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진 않았다. 이렇게 눈 앞에서만 보고 발을 돌릴 수 밖에 없다니. 선실에 들어오자마자 내일 독도 날씨 내일 울릉도 날씨 파도 높이, 바람 세기 등을 찾아보고는 육지로 돌아가는 날 한번 더 도전 해볼까, 아니면 내일 도전해 볼까 고민 하며 선실에 들어섰다.

내 마음에 찬 이상, 내가 한번은 직접 내려서 관광을 해야지만 마음이 풀리겠다.

독도, 꼭 다시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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