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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sun Yoon Aug 24. 2019

한국인의 영어이름 만들기

부장님은 왜 제임스가 많은지...

1.
오는 9월에 한국 증권사와 거래소가 뉴욕을 방문해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해서 이곳 투자자들에게 설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모임의 주최측인 한국 증권사가 뉴욕에서 일하는 한인뱅커들도 그 모임에 초청을 해주셔서 RSVP를 보내면 그 증권사 직원분이 컨펌이메일을 보내준다.

금융회사들이 많은 뉴욕 파크 애비뉴에 있는 Seagram 빌딩. 여기서 그 모임이 열리는건 아니다. 뉴욕건물이다 이거일뿐


그 직원분이 여기서 일하는 아는 뱅커의 호칭을 OOO SMN이라고 했다. SMN이 대체 뭘까 하다가 '상무님'의 약자인걸로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예전에 OOO 집사님을 OOO JSN이라고 하는걸 페북에서 본적이 있으니 추측이 틀리지 않을거 같다.


미국 투자은행과 한국 증권사는 직급체계가 달라서 두 나라의 직급들이 1:1 mapping이 잘 안된다. 그래서 이곳의 직급이 한국의 어떤 직급이라고 보면 되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애초부터 mapping을 하지 마시라고 답을 한다. 그 질문은 다마수 150은 부장이고 다마수 200은 상무라고 보면 되냐는 질문과 비슷하다는 왠지 말되는듯한, 말 안되는듯한 analogy도 가끔씩 곁들인다.


그래서인지 그 직원분의 OOO SMN이라는 호칭이 상당히 교묘하달까 프로페셔널하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직급을 상무님으로 mapping을 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한것도 아닌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면서 실리를 취하고 있는듯한... 근데 내가 오버해서 해석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아주 흔하게 쓰는 약자일지도...

페친께서 SMN을 실제로 사용한다고 뉴스기사의 링크를 알려주셨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0/2017101002185.html?fbclid=IwAR0rGHTaOc23-NCjb7VeQq0EpDaibwVHB4t4IG4pOSzCn7FOQtkKkqIldQc


2.
그 노련한 직원분의 영문이름이 클레어였다. 외국인들과 협업을 할 경우를 대비해서 영문명을 만들었나 보다. 나도 20년전에 한국 대기업에서 일할때 에드워드를 내 영문명으로 정해놨었다. 내가 머리가 반곱슬인데 에드워드는 왠지 곱슬머리일거 같은 이미지를 내가 가지고 있었다. 그게 에드워드를 택한 이유였다. 하지만 사내포탈에서 검색해보니 에드워드가 대리/사원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가 있었다. 부댱님들은 제임스가 많았다. 왠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나뿐인가.


아들 이름은 Eugene(유진)이다. 아들 이름을 왜 Eugene이라고 지었는지를 미국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그래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해주면 대부분 빵터진다. 미국에 오기전에 아들이 한국에서 다니던 영어유치원에는 캐나다에서 온 선생님이 계셨다. 그 선생님이 애기들과 처음 만나는 날, 애기들 얼굴을 약 1초정도 바라본 다음 너는 John... 너는 Michael... 이렇게 즉흥적으로 작명을 해주면 그 애기들은 그 순간부터 John으로 Michael로 다시 태어나는 그런 시스템이였다.


그 당시 순조롭게 작명을 해가던 선생님이 아들을 보더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순간 멈칫했다. 그러더니 다른 애기들보다 작명에 2초정도 더 걸리더니 Eugene이라는 이름이 그 선생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때는 Justin이나 Jason같은 왠지 시크한 이름을 안 지어준 그 선생님이 내심 야속하게 느껴졌다. 하여간 그리하여 아들은 Eugene이 됐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캐나다인이 3초만에 지어준 이름이 아들이 평생 미국에서 쓰는 이름이 됐다.


나는 내 한국이름이 미국인에게도 발음이 쉽기 때문에 그냥 Kisun이라는 이름을 쓴다. 하지만 미국땅에 처음 발을 내딛자 마자 영문명부터 장착하는 분들도 있다. 이때 팁이라면 팁인게 하나 있는데 본인이 그 영문명을 잘 발음할 수 있을지도 작명시에 고려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15년전에 어느 어학연수생은 미국오는 비행기안에서 Oswald라는 이름에 꽂혀서 캘리포니아에 내리자마자 자기를 오스왈드로 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미국인들이 그 친구 발음을 못알아듣는거다. 매장직원들이 이름을 물을때마다 적어도 3번정도 옥신각신해줘야 그 친구가 오스왈드임을 직원이 인지하게 됐었다. 내가 소화해 낼 수 있는 발음의 영문명인지 상당히 중요하다.


#싸우디_왕자님께_이멜보낼때는_압둘라_WJN


3. 

이 글은 원래 내 페북에 올렸던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많은 페친들께서 댓글로 의견들을 달아주셨는데 댓글이 원글보다 더 재밌어서 여기에 공유를 한다.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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