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날이었다. 늘 그렇듯 비버 덕분에 어린 왕자의 삶을 더 알게 되었다.
그는 명상에 잠긴 것처럼 먼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갑자기 질문을 쏟아냈다.
"그런데 비버는 사납지 않나요?"
"그래 비버는 좀 사납지"
"그럼 노란 앵무새도 물고 그럴 수 있겠네요?"
"아마, 장난삼아 같이 놀려고 그럴 수 있을 거야."
"장난으로요?"
나는 보트의 엔진을 고치기 위해 바빴다. 고장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가지고 있는 식량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장난삼아 앵무새를 물 수도 있단 말씀인가요?"
어린 왕자는 포기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엔진 때문에 경황이 없어 건성으로 대답했다.
"장난일 거야. 비버는 가끔 심술을 부리기도 하거든."
그는 나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쏟아부었다.
"전 당신을 믿을 수가 없네요! 앵무새는 약한 동물이에요. 착해 빠졌죠. 그래서 장난으로라도 물리면 앵무새가 죽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 않단다. 나는 지금 바빠! 그냥 생각 없이 말한 거야! 난 지금 너무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어린 왕자는 당혹스러워하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중요한 일요?"
그는 온몸에 기름이 범벅된 나를 애처롭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어른들처럼 말씀하시네요!"
그 말에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는 계속 퍼부었다
"당신은 인정이 없는 사람이네요. 정말 모든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는 정말 화가 나 있었다.
"나는 욕심 주머니가 가득한 신사가 사는 섬을 알아요. 그는 누구도 사랑해본 적이 없어요.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는 항상 당신이 한 말과 같은 말을 되풀이해요. '나는 중요한 사람이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다!' 자부심이 가득했어요. 그러나 그는 사람이 아니고 수선화예요!"
"무엇이라고?"
"수선화요!"
어린 왕자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앵무새는 수백만 년간 착하게 지내왔어요.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없었고요. 그런데 장난으로 앵무새를 물어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요? 앵무새와 비버 사이의 싸움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시는 건가요?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제가 사는 섬 말고 그 어디에도 없는 앵무새를 비버가 장난삼아 물어 죽일 수도 있는데, 그것이 중요하지 않으면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요?"
그는 화가 난 얼굴로 계속 말했다.
"만약에 누군가가 수백만 개의 섬에 있는 새 중에서 단 한 마리의 새를 사랑한다면,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행복할 거예요." 그는 계속 이어갔다. "내 앵무새가 저기 있는데, 만에 하나 비버가 그 새를 물어서 죽인다면, 제 세상은 그냥 없어지는 거예요!"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니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는 더 말을 하지 않고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보트에서 내려와 그냥 털썩 주저앉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배를 고치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표류하고 있는 이 섬에서 슬퍼하고 있는 어린 왕자가 가장 중요했다. 나는 그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며 달랬다.
"네가 사랑하는 그 앵무새는 위험하지 않단다. 내가 네 앵무새를 위한 울타리를 만들어 줄게. 필요하면 앵무새 집도 만들어 줄 거야. 그리고......"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서툴렀기 때문이다. 나는 그 섬에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몰랐지만, 그곳은 비밀을 간직한 신비로운 섬일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나는 곧 이 앵무새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가 사는 섬에는 여러 종류의 새가 살고 있었는데 아무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느 날 섬에 나타났다가 다른 섬으로 갔는지 저녁에는 없어져 버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조그마한 알 하나를 발견했다. 어린 왕자는 너무도 작은 알을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새일 수도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난 후 그 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안에 있는 생명이 움직이는 것이 틀림없었다. 어린 왕자는 알이 굴러다니다가 깨질까 봐 주변을 나뭇잎으로 감싸주었다. 3일 정도 지난 것 같았다. 알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조그마한 구멍이 뚫렸을 때 노란 색깔의 깃털이 살짝 보였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도 그 상태 그대로였다. 그녀는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 같았다. 최대한 예쁘게 꾸민 후에 나타나길 원했다. 그녀의 꾸미기 작업은 하루가 더 걸렸다. 그러던 다음 날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긴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하품하며 말했다.
"아! 늦게 일어났네요. 미안해요. 제 모습 어떤가요?"
어린 왕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무도 예뻤기 때문이다.
"당신은 너무도 아름답네요!"
"그렇죠?" 앵무새는 얼굴을 붉혔다.
"저는 이슬을 마시고 태어났거든요."
그녀가 순수한 편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배가 고파요. 당신이 친절하다면......"
어린 왕자는 고이 간직해 둔 씨앗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오래지 않아 허영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섬은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요. 바람이 무서워요."
"원래 새들은 바람을 이용해서 날아다니는 거예요. 바람과 가까워져야 해요." 어린 왕자는 그녀를 달랬다.
"저는 다른 새들과는 달라요. 여기 아름다운 깃털을 보세요. 바람을 잘못 맞으면 깃털이 망가질 수 있어요."
어린 왕자는 알게 되었다. 이 새가 매우 까탈스럽다는 것을.
"저는 호흡기가 매우 민감해요. 그런데 이 섬에는 먼지가 많네요. 예쁜 마스크로 저를 감싸주세요. 아무래도 제가 이곳에 잘못 왔나 봐요. 제가 원래 있었던 곳은......"
그러다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원래 있었던 곳이란 없다. 그녀는 약간 당황하며 장황하게 여러 가지 말을 했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린 왕자를 쳐다보며 기침을 해댔다.
"마스크는요?"
"바로 가져올게요."
그녀는 계속해서 기침했다. 아마 그에게 안쓰럽게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계속 부탁을 하면서도 아주 당당했다. 호의를 베풀면 베풀수록 요구사항은 점점 커졌고, 그녀를 의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는 어느 날 나에게 털어놓았다.
"저는 그녀를 떠나고 싶어졌어요. 그녀가 말할 때마다 저는 점점 더 불행해졌거든요. 하지만, 그녀가 측은하기는 해요." 그는 다시 말했다.
"사실 저는 너무 어렸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그녀를 말만 가지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그녀는 존재하는 그 자체로 나를 기쁘게 해 주었는데요. 그녀에게서 달아나지 않았어야 해요. 그녀의 애처로운 속삭임 뒤에 있는 그 마음을 읽었어야 했어요. 그녀를 사랑하기에는 제가 너무 어렸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