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ID 119 어린 왕자

by 은파

나는 어린 왕자가 철새들을 타고 떠났을 것으로 본다. 출발하던 날, 그는 섬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조그마한 분화구를 조심스럽게 청소했다. 그 분화구는 밤에 그 섬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분화구 불이 옆으로 번지지 않도록 분화구 주변을 둥글게 돌로 쌓아 놓았다. 다섯 개의 우물도 청소했다. 그 우물들은 다른 섬에서 날아오는 새들의 목을 축여주는 중요한 우물이기도 했다. 어린 왕자는 점점 착잡해졌다. 결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앵무새가 물을 먹을 수 있도록 물그릇을 채워주고, 앵무새 옆에 마스크 여러 장을 놓아주었는데,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건강하게 잘 있어요." 그는 앵무새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잘 있어요." 그는 다시 말했다.

앵무새가 기침하기 시작했다. 감기에 걸린 기침은 아니었다.

"내가 바보 같았어요. 미안했어요. 부디 행복하세요." 그녀는 말했다.

그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당황했다.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실은 당신을 사랑했어요. 당신을 귀찮게 한 건 제 잘못이에요. 하지만 당신도 바보예요. 그렇지만 그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겠네요. 부디 행복하세요. 마스크는 치워주세요. 더는 그것이 필요 없어요." 앵무새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먼지가......"

"이제는 견딜만해요. 어느 정도 먼지에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근처에 있는 섬에서 짙은 먼지가......"

"만약 내가 다른 새들과 친해지려면 마스크 없이 견디는 것도 필요하겠죠. 제가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제가 앵무새인지 누가 알고 찾아와 주겠어요? 당신은 떠나버리고, 누군가와는 대화가 필요하잖아요."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덧붙였다.

"지체하지 마세요. 어서 가세요. 저도 신경 쓰기 싫어요. 어차피 떠나기로 마음먹었잖아요."

그녀는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럴 만큼 그녀는 단단한 자존심을 가졌다.




어린 왕자는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섬 113, 114, 115, 116, 117, 118 근처에 있었다. 그는 세상 경험을 쌓기 위해 주변의 섬들을 방문했다.

첫 번째 섬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왕은 아무도 없이 혼자서 높은 의자 위에 앉아 있다.


"나의 신하여!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가까이 오너라!"

왕은 키 작은 왕자에게 손짓했다.

'왜 나를 신하라고 부르지? 다른 섬에서 왔는데.'


어린 왕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작은 섬에는 왕이라는 사람, 혼자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세상이 자신을 위해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어린 왕자는 여행하느라 피곤해서 주저앉았다.


"감히 내 허락도 없이 앉느냐! 무엄하구나!"

"저는 어쩔 수 없어요. 긴 여행을 했더니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럼 어쩔 수 없구나. 네가 앉을 것을 명하노라."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이미 앉아 버렸거든요."

"어험! 그러면 네가 필요할 때마다 섰다 앉았다 하기를 명하노라."


그는 당황스러워했다. 지금까지 목소리만 높이면 모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툭하면 거짓말을 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그동안 아무도 반박할 사람이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명해서 통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너도 내가 명령해서 앉아있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궁금했다. 혼자 살면서 통치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왕께서는 무엇을 통치하시나요?" 어린 왕자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세상 모든 만물이 내 명령대로 움직인다."

"정말요?"

"무엄하구나! 감히 왕에게 정말이냐고 묻다니!"

"그럼 태양을 구름으로 가려주세요! 햇볕이 너무 뜨거워요!"

"기다려라! 구름이 태양을 가릴 때까지. 내가 명했으니 기다리면 된다."

"그럼 그동안 먼지 좀 없애 주세요. 제가 온 섬에는 먼지가 너무 많아요."

"계절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내가 계절에게 명령해 놓았다."


어린 왕자는 투덜거렸다. 그런 말을 누가 못 하느냐고. 그러자 왕이 혼잣말을 듣고 말했다.

"내가 꽃이 피어라 하면 피는 거고, 내가 바람이 불어라 하면 부는 거다. 그런데 내가 너에게 앵무새로 변하라 했는데, 네가 변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잘못한 것이더냐?"

"그것은 왕이 잘못한 것 아닌가요?"

"그렇지! 나는 가능한 것만 명령한다. 나의 권위는 그렇게 세워진 것이다. 내가 너보고 바다에 빠져 죽어라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너는 나에게 반항을 하겠지. 죽음 앞에서는 왕도 다 필요 없으니. 나는 오직 가능한 것만 명령한다. 보아라. 나는 그만큼 현명한 왕이란다."


그는 계속 말했다.


"당초에 태양과 달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였다. 내가 심심해서 반대로 움직이게 해 놓았지."

"그럼 태양과 달이 그 명령을 따른 것인가요?"

"물론 처음에는 반발하였지. 하지만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태양과 달의 빛을 모두 꺼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니 순순히 따랐단다."

"왕께서는 가능한 것만 명령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물론 가능한 것만 명령하지. 태양과 달에게도 가능한 것을 명령한 것이다. 힘으로 협박을 하면 가능한 것이 되지."

"그럼, 협박해서라도 제 섬의 먼지를 지금 당장 없애주세요."

"안 된다. 이미 계절에게 명령을 해 놓았으니 기다려야만 한다. 무릇 왕의 말은 신뢰가 있어야 한다."


어린 왕자는 크게 실망했다. 앵무새가 남아있는 섬의 먼지를 당장 없애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쉬웠다.


"그렇다면 저는 떠나야겠어요. 제가 이 섬에 더 머물 이유가 없으니깐요."

"떠나지 말아라." 왕은 당혹스러워하며 급히 말했다.

"떠나지 않으면 너를 총리로 임명하겠다."

"총리가 왜 필요하죠? 여긴 왕께서 혼자 살잖아요."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다. 내가 늙어서 내 왕국을 모두 돌아보지 못했다."

"제가 왕께 오기 전에 이 섬을 다 둘러봤어요. 이 섬엔 다른 사람들은 없어요."

"고약한 놈이구나! 나는 사람만 다스리는 왕이 아니다. 이 섬에 있는 모든 생물을 다스린다는 것을 정녕 모르느냐? 그리고 세상의 모든 만물도 내가 다스리니 내 왕국은 곧 세상 모든 것이다."

"어쨌든 저는 총리를 하기 싫어요. 그냥 떠나겠어요."

"절대 안 된다." 왕은 다급하게 말했다.


왕이 거짓말하거나 자신만의 상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늙은 왕이 왠지 측은해졌다.


"왕께서는 가능한 명령만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왕께서는 너그러운 분이시니 저와 같은 아이에게 협박은 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어요. 차라리 지금 빨리 떠나라고 명령해 주세요. 그러면 저는 즉시 당신의 명령에 복종할 수 있어요."

왕이 대답을 바로 하지 않자, 어린 왕자는 한숨을 쉬며 출발했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겠다. 내가 명령했으니......" 왕은 급하게 소리 질렀다.

뒤돌아보니 그는 근엄하게 앉아 있었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단 말이야!" 어린 왕자는 혼잣말하며 그렇게 떠났다.




두 번째 섬에는 이상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멀리서 내 손님이 오고 있구나!" 그는 어린 왕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는 투명한 모자를 쓰고 투명한 옷을 입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린 왕자는 인사를 했다.

"당신 모자와 옷은 참 신기하네요!"

"이 모자와 옷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거란다."

"플라스틱이 뭐죠?"

"이것은 석유로 만들어지는데, 한 번 쓰고 버릴 수 있다."

"그런데 석유가 뭐죠?"

"내가 사는 섬의 땅을 파면 나오는 검은색 액체를 말한다. 그 액체로 불도 밝히고, 플라스틱도 만든단다."

그러면서 그는 플라스틱 컵에 든 음료를 마시고, 컵은 바로 던져 버렸다. 대화하는 중에 아마 100개 정도의 플라스틱 컵을 버린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집에는 온통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이 가득했다.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것 같았다.

"너도 한 번 이 컵으로 물을 마셔보아라."

플라스틱 컵을 받아 물을 마셔보니 무게도 가볍고 마시기에도 편리했다.

"어떠냐!"

편리할 수 있다고 대답하면서 섬을 자세히 보니 온통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섬에 가득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누가 치우나요?"

"그거야...... 내 알 바 아니지. 나는 그냥 버리기만 할 뿐이다."

"그런데 이 섬은 지금도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있어 걸어 다닐 수도 없잖아요."

"누군가는 치울 거다."

"지금 여기 혼자 살고 계시는데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올 거다. 그러면 그가 치울 거야."

"다른 사람이 오지 않으면요?"

"지금 네가 있잖니? 네가 치우면 되겠구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어린 왕자를 바라보았다.

어린 왕자는 당황스러웠다.

"내가 이 플라스틱을 발명했단다. 내가 이렇게 멋진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모든 사람이 나를 존경하게 될 거다." 그는 말했다.

"'존경하다'가 무슨 뜻인지요?"

"존경한다는 것은 네가 나를 제일 훌륭한 사람, 모든 것에 앞서가는 사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말한단다."

"그런데 당신은 여기 혼자 있는걸요?"

"네가 나를 존경한다고 말해주면 되는 거야. 그러면 나는 존경스러운 사람이 되지."

"저는 당신을 존경해요." 어린 왕자는 마지못해 말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뿌듯해했다.

"이제 떠나야겠어요."

"떠나긴 어디를 떠나니? 여기에 있는 쓰레기를 치울 사람이 너밖에 없는데."

"그 쓰레기들은 당신이 버린 거예요. 그러니 당신이 치워야 해요. 당신은 존경받고 있는 분이니, 모두 치우면 더 많은 사람이 당신을 존경하게 될 거예요."

그는 시무룩해졌다. 그러면서 연신 마시고 버리고, 마시고 버리고를 반복했다. 아마 그는 그 쓰레기들을 치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는 어린 왕자는 떠났다.

"어른들은 확실히 이상 하단 말이야."



이번 섬에는 폭식증이 있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어린 왕자는 슬퍼졌다.


"거기서 뭐 하세요?" 어린 왕자는 많은 음식이 가득한 테이블에 앉아 슬프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물었다.

"밥을 먹고 있단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왜 당신이 슬퍼 보이죠?"

"배가 너무 불러서 그래."

"배가 부르면 그만 먹어요." 어린 왕자는 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자꾸 먹고 싶단다."

"그래도 참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아파져요."

"이미 많이 아프단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어."

"당신이 너무 많이 먹으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먹지 못한다는 것도 기억해 주세요."

"그건 나와 상관없지. 나만 배부르면 되는 거야."

"그럼 먹는 것 말고 다른 취미를 가져보세요."

"나는 잘 먹는 것 말고는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어."

"그럼 계속 아플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슬픈 거란다."

어린 왕자는 도와주고 싶었지만, 더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저는 떠나겠어요. 제가 도와줄 것이 없네요."

"너무 배가 고파. 그런데 더 먹을 수가 없어." 하면서 그는 침묵했다.

어린 왕자는 서둘러 떠났다. 더 있다가는 자신이 체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너무, 너무 이상 하단 말이야!"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네 번째 섬에서는 사업가가 살고 있었는데 냄새가 많이 났다. 이 남자는 어린 왕자가 도착한 것도 모르고 고개를 숙인 채 숫자를 열심히 세고 있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하나, 둘, 셋....., 백, 천....., 백만, 이백만......"

"이백만, 무엇을 세고 있는 거죠?"

"방해하지 말아라. 이백오십만, 이백육십만..... 너 때문에 잊어버렸다. 나 지금 아주 바쁘단다!. 방해하지 마라. 하나, 둘, 셋......"

"도대체 무슨 숫자를 세고 있죠?" 어린 왕자는 다시 물어보았다. 그는 결코 포기를 몰랐다.


그제야 사업가는 고개를 들었다.

"난 이 섬에서 살면서 오직 세 번 방해를 받았단다. 첫 번째는 AI(조류인플루엔자)라는 독한 놈이 와서 내 소중한 닭들을 죽이는 통에 숫자를 정확히 셀 수가 없었지. 두 번째는 태풍의 공격을 받아 닭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져서 그랬어. 아직도 그 닭들을 모두 찾지 못했단다. 지금 나는 무지무지 진지해. 세 번째는 지금인 것 같다. 너 때문에..... 백, 천, 만......"

"그럼 닭의 숫자를 세고 있는 것이네요."

"그렇지. 내가 소유하고 있는 닭의 숫자를 세는 거란다."

"그런데 닭의 숫자는 왜 세고 있어요?"

"내 농장에 키울 수 있는 닭 숫자가 총 삼백만이야. 삼백만이 안 되면 또 채우려고 그런 거야"

"어떻게 이 작은 농장에 삼백만을 키울 수 있어요?" 어린 왕자는 의아했다. 아무리 봐도 어린 왕자가 사는 섬보다 세 배 정도밖에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 방법이 있단다. 닭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작은 철망으로 집을 만들고, 그것을 위로 계속 쌓으면 되지."

"그럼 닭들이 움직일 수 없잖아요."

"그래야만 빨리 큰단다. 닭이 운동하기 시작하면 성장이 느려지게 마련이지."

"닭들이 운동하지 못하면 병들게 돼요. 그럼 닭이 불쌍해져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어린 왕자가 그 남자를 노려보았다.

이를 눈치챈 그 남자는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닭은 일반 동물이 아니란다. 사람들의 음식이지. 그리고 사람들은 닭을 매우 좋아해. 그러니 빨리빨리 키워서 팔아야 해."

어린 왕자는 경악했다. 그 남자는 닭을 생명체로 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닭장에 있는 닭들의 눈은 모두 슬퍼 보였다. 자세히 보니 피부병도 심했고, 구린내뿐만 아니라 무엇인가 썩는 냄새로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였다.


"닭이 병들면 안 돼요. 아무리 사람들이 좋아해도 병든 닭을 먹으면 사람도 아파져요."

"그래서 항생제를 계속 먹인단다. 농장에서 키우는 닭들에게 항생제를 먹이지 않으면 대부분 병들어 죽게 되지. 병들지 말라고 항생제를 먹이는 거야. 그러니 닭들도 고마워할 거야. 병들지 않게 관리를 해 주거든."

"그 항생제는 사람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긴 한데, 사람들도 그걸 다 알면서 먹기 때문에 상관없어!" 그 남자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걸 알면서도 먹는다니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만큼 사람들이 닭을 좋아한다는 거지." 그 남자는 뿌듯해했다.

어린 왕자는 닭들의 운명과 사람들이 아픈 닭을 먹는다는 사실이 슬퍼졌다.


"그런데, 여기 닭을 키우는 장소를 좀 깨끗이 할 수는 없나요? 닭들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악취로 고통을 받을 것 같은데요?" 어린 왕자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나는 여기서 닭을 키우지만 다른 곳에 집이 있거든."

"그렇지만,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과 이 동네에 사람들은 어떡해요?"

"일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려고 온 사람들이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참아야 하지 어떻게 하겠어?"

어린 왕자는 이 남자가 너무도 이기적이란 것을 알았다.

"난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거야! 내가 닭을 키우지 않으면 누가 닭고기를 공급하겠어?"

"그것은 당신이 돈을 벌려고 하는 거잖아요!"

"물론 돈을 벌기 위한 것이 큰 이유지. 하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할 거야. 내가 어려운 일을 하니 다른 사람들은 편하게 지내는 거야."

"다시 말하지만, 닭도 당신과 같은 생명체예요. 당연히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클 권리가 있어요. 아픈 닭을 보면 슬퍼지지 않나요? 아픈 닭을 먹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그 남자는 우물쭈물할 뿐이고 답을 하지 못했고, 어린 왕자는 눈물을 닦으며 그 섬을 떠났다.

'어른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

그는 떠나면서 혼잣말을 했다.




다섯 번째 섬은 먼지가 가득했다. 크기는 지금까지 섬 중에서 가장 컸지만 먼지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는 커다란 먼지 청소 차량 1대가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이렇게 먼지가 많은데, 청소 차량 1대가 무슨 소용이 있을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청소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은 무모한 사람일지 몰라. 그렇지만 그동안 방문했던 왕이나, 플라스틱을 사랑하는 남자, 폭식증에 빠진 사람, 닭을 키우는 사업가보다는 분명 괜찮은 사람일 거야. 적어도 그는 남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가 청소하지 않으면 이 섬에선 아무도 살 수 없을 거 같아. 이 일은 힘이 들기는 하겠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일일 거야.'


어린 왕자는 섬에 도착하자마자 청소하고 있는 남자에게 인사를 먼저 건넸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청소하는 일이 힘들지 않나요?"

"힘들지. 근데 나 지금 너무도 바빠. 그러니 내 옆에 앉아서 얘기하면 안 되겠니?" 어린 왕자는 얼른 차에 탔다.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아요."

"무엇이 그렇지?"

"이리도 바쁜데 왜 혼자서 청소하는 거죠?"

"그야 이 섬에 청소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거든."

"다른 사람은 무엇을 하나요?"

"그들도 다 자기 역할이 있어. 공장을 돌리는 사람, 농장을 하는 사람, 집을 짓는 사람, 돌을 캐는 사람 등 모두 자기 일을 하고 있어."

"그래도 이해할 수 없어요. 이 섬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먼지가 많은데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나요?"

"그들도 다 알고는 있지.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돈이 더 중요한 거야. 그러니 네가 이해할 필요는 없단다."

그는 연신 밤색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청소차를 정신없이 몰고 다녔다.

"내가 하는 일은 끔찍한 일이란다. 한때는 이 일도 좋았어. 9시에 출근하면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그렇게 청소했지. 밤에는 나도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

"그런데 언제 이렇게 먼지가 많아진 거죠?"

"갑자기 그런 것은 아니야. 매년 조금씩 나빠졌어. 다른 섬에서 먼지가 날아온 것도 있지만,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먼지의 양도 계속 증가했어."

"그렇게 된 거군요." 어린 왕자가 끼어들었다.

"이렇게 먼지가 계속 많아지니 쉴 수가 없는 거야. 작년에는 매시간 청소했어. 그런데 올해는 더 나빠져서 24시간 쉬지 못하고 청소를 하고 있지."

"그러면 사람들에게 부탁하세요. 먼지가 나는 일을 멈추어 달라고."

"부탁을 여러 번 했었지. 하지만 내 말을 듣지 않아. 일을 멈추면 어떻게 먹고사냐고 야단이지. 그들은 일해야 먹고살 수 있거든."

"먼지가 나지 않는 일은 할 수 없는 건가요?"

"물론 나는 있다고 생각해. 먼지를 배출하는 공장을 멈추면 될 거야. 나무도 많이 심으면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져서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단다."

"그러면 예전에는 어떻게 살았나요?"

"예전에는 자연이 주는 과일이나 물고기를 잡아서 생활했지. 크지는 않지만, 이 섬 곳곳에 밀밭도 있었지."

"지금은 그렇게 살 수 없나요?"

"지금은 그런 생활을 원하는 사람은 없어. 모두 돈을 더 벌려고 아우성치지. 돈이라는 것은 요물이라서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은 것이 되어 버렸어."

어린 왕자는 돈은 요물이 아니라 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쉬어야 해요. 계속 쉬지 않고 일을 하면 당신은 아파져요."

"지금도 많이 아프단다. 그렇지만 쉴 수가 없어."

"왜 그러죠?"

"내가 쉬어 버리면 계속 먼지가 쌓여 이 섬이 가라앉을 수도 있어."

그리 크지 않은 섬이니 이 남자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런데 왜 꼭 당신만 이 일을 해야 하는 거죠?"

"청소하는 일이 더러운 일이라고 모두 피하기 때문이야.

"그들이 더러운 먼지를 막 내뿜잖아요."

"그 사람들은 돈을 위해선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러니 나라도 이 일을 해야 해."

어린 왕자에게 이 사람은 착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안타까웠다.

"그러면 당신은 운이 없는 거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운이 없다고 생각은 하지 않아.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거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그동안 만났던 왕, 플라스틱 남자, 폭식증 남자, 닭을 키우는 사업가에게 이 사람은 분명 괄시를 받을 거야. 하지만 이 사람처럼 착하고, 남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은 없어. 이 사람이 너무도 불쌍해. 내가 친구로 삼을 유일한 사람이야. 그렇지만 이 섬에는 먼지가 너무 많아. 나까지 이 섬에 정착하면 먼지가 조금이라도 더 많아질 거야."


어린 왕자는 자기가 살던 섬의 앵무새도 먼지로 고생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다.




여섯 번째 섬은 다섯 번째 섬보다 열 배나 컸다. 여기에는 각종 그림책을 쓰고 있는 나이 지긋한 신사가 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린 왕자가 먼저 말을 건넸다.

"어서 오너라. 넌 탐험가가 분명하겠구나."

"전 탐험가는 아니고 그냥 여행하는 중이죠."

"그럼 어디서 오는 길이니?" 그 남자가 말했다.

"그 그림이 그려진 책은 무엇이죠? 여기서 뭘 하고 계세요?"

"나는 기상학자란다."

"기상학자가 뭐죠?"

"태풍, 미세먼지, 홍수와 폭염이 언제 어디에 발생하는지 예측하는 학자란다."

"정말 재미있겠어요." 어린 왕자는 계속 말했다. "당신은 훌륭한 일을 하시는군요!" 그러면서 그의 섬을 둘러보았다. 그 섬은 지금까지 어린 왕자가 보았던 섬 중에서 가장 컸다.

"이 섬에도 날씨 변화가 심한가요?"

"그렇단다. 요즘은 더욱 변화가 심해졌지."

"그럼 그 이유를 아시나요?"

"나는 모른단다."

"태풍은 언제 오나요?"

"그거야 모르지."

"미세먼지, 홍수와 폭염은요?"

"그것도 모른단다." 기상학자가 말했다.

"근데 당신은 기상학자라 했잖아요!"

"그렇긴 하지." 기상학자는 계속 말했다. "그런데 나는 신이 아니란다. 예전에는 예측을 할 수 있었어. 비록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지. 태풍과 미세먼지 그리고 홍수와 폭염을 정확히 맞추는 게 기상학자는 아니란다. 나는 너무도 바빠 쉴 틈이 없어. 지구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상 상황을 기록하기에도 바쁘지. 나는 내 섬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그 내용을 적는단다."

"그런데 기상학자가 이미 발생한 상황만 기록한다면 누가 이용하나요?"

"많은 사람이 이용한단다. 비록 지나간 것들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예측을 하고 행동하거든."

"그렇지만 요즘 날씨 변화가 심해서 잘 맞지 않는다면서요?"

"그래도 어쩌겠니? 이 방법밖에는 없는데."

어린 왕자는 궁금해졌다. 정말 이 방법밖에는 없는지.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러다 보면 좋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잖아요."

"평생 연구를 했단다. 하지만 요즘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기상변화가 심하단다."

기상학자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고단해 보이기도 했다.


기상학자는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넌 어디서 왔니? 멀리서 왔겠구나! 네가 사는 섬에 관해서 설명해 주겠니?"

기상학자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기록부를 펼치고, 연필을 들었다.

"그 섬은 어떠니?" 기상학자는 물었다.

"제가 사는 섬은 특별할 게 없어요. 아주 작고 먼지가 조금 있어요. 계절별로 가끔은 그 먼지가 심해서 기침을 하기도 하죠."

"아, 네가 사는 섬에도 미세먼지가 있구나." 기상학자는 기록을 했다.

"거기에는 앵무새도 한 마리 있어요."

"나는 새는 기록하지 않는단다." 기상학자가 말했다.

"왜요? 얼마나 예쁜 새인데요?"

"새들은 덧없기 때문이다."

"무슨 뜻이죠?"

"기상 책에는 기후의 변화에 관련된 내용만 담는단다. 그게 나의 사명이지. 기상은 언제까지나 우리 앞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새는 잠깐 스쳐 가는 존재란다."

"전 이해가 되지 않아요. 미세먼지 때문에 제 섬의 앵무새가 콜록거려요. 그것이 중요하지 않으면 어떤 것이 중요한 거죠?"

어린 왕자는 기상 변화를 측정하는 것도 결국은 우리를 위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 덧없는 일이란다."

"그러니깐, 덧없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어린 왕자는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영원하지 않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

"그럼 앵무새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건가요?"

"그렇단다."

'내 앵무새가 덧없는......' 어린 왕자는 혼자 속삭였다. 그러면서 슬퍼졌다. '먼지 때문에 콜록거리고, 바람에 날개가 꺾일지도 모르는데! 그녀를 혼자 두고 떠나왔다니."

그렇게 어린 왕자는 처음으로 떠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떠나버렸다.

"그럼 제가 어느 섬으로 가야 할지 추천해 주세요."

"데몬 섬......" 기상학자가 말했다. "그곳은 가장 자연 그대로가 보존되어 있단다. 인간의 손을 아직 타지 않은 원시 상태의 섬인 거지. 그러니 그곳에 가면 자연이 원래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어린 왕자는 앵무새를 추억하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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