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ID 119 어린 왕자

by 은파

어린 왕자는 아무도 없는 사막을 홀로 걷다가 이름 모를 새 한 마리를 만났다. 크기는 자신이 알고 있는 앵무새보다 두 배는 커 보였으나, 온통 검은 색깔로 되어 있어 그리 볼품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어린 왕자가 먼저 인사했다.

"좋은 아침." 이름 모를 새가 말했다.

"당신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요?" 어린 왕자는 공손하게 질문했다.

그 새는 낙타가 지나가는 걸 단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사람들을 보았냐고? 두 명을 보긴 했어. 한 명은 낙타 위에 타고 있었고, 한 명은 낙타를 끌고 가는 것을. 그런데 오래전이야. 그 이후로 단 한 명도 보지 못했거든. 그들은 여기에서 지내기가 어려웠을 거야. 사람들은 물을 찾아다니는 것 같았어. 우리는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데, 그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했었지. 그래서 그들은 물을 찾느라 힘들었을 거야."

"그렇군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어린 왕자는 작별 인사를 했다.

"안녕, 나의 세 번째 사람" 새도 정중하게 인사했다.




어린 왕자는 사막을 걷다가 바다 쪽 해변에 닿았다. 그가 알고 있는 바다는 물고기들이 뛰어놀고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천국 같은 바다였다. 어린 왕자의 해변은 조금씩 좁아지기는 했지만, 날마다 물고기와 갈매기들이 자유롭게 놀곤 했었다.

'이렇게 넓은 해변에서라면 사람을 볼 수도 있을 텐데, 사람뿐만 아니라 물고기나 갈매기도 보이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야." 어린 왕자는 혼자 중얼거렸다.

"여기 누구 계세요?" 어린 왕자는 큰 소리로 불렀다.

"여기 아무도 없나요?" 다시 한번 외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기서도 결국 혼자군.' 하면서 어린 왕자는 해변을 자세히 보았다. 그런데 그는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깨끗해야 할 해변에는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보았던 종이팩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바닷가를 자세히 보니 이상한 섬이 하나 보였다. 하지만 섬처럼 보인 그것은 거대한 쓰레기 섬이었다.

'어떻게 태평양 한가운데 이런 쓰레기 섬이 있단 말인가." 그는 한숨을 쉬었다.

'참 이상한 섬이네!' 그는 생각했다. '이 쓰레기들은 전부 사람이 사용한 것이 분명해. 그래서 물고기나 갈매기들이 다 떠나간 것인지도 몰라.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가 있지?'




그렇게 어린 왕자는 모래와 바위를 헤매다가 드디어 길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길들은 다행히 사람이 사는 곳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안녕, 반가워." 어린 왕자는 말했다.

그곳에는 새가 사는 집이 있었는데, 모두 조그마한 새집에 들어가 있었다.

"좋은 아침이야." 새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어린 왕자는 새들을 자세히 보았다. 그런데 그 새들은 전부 그의 앵무새와 너무도 닮은 것이 아닌가.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니?" 깜짝 놀라서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우리는 앵무새야." 새들은 대답했다.

"뭐라고?" 어린 왕자는 소리를 질렀다.

그는 우울해졌다. 그의 섬에 있는 앵무새를 세상에서 단 한 마리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조그마한 마당에 있는 새집에 똑같은 앵무새가 수백 개나 있다니!

'그녀는 분명 당혹스러워할 거야.' 그는 중얼거렸다. '만약에 그녀가 이것을 본다면 얼마나 놀라겠어. 아마 기침도 심하게 할 거고, 부끄러워서 어디론가 숨으려고 할 거야. 그러면 나는 위로를 해줘야 하겠지.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평생 울면서 살지도 몰라. 나는 자책하게 될 테고.'


그는 혼잣말을 이어갔다. '내 앵무새를 세상에서 유일한 것으로 생각했었어. 그래서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했었지. 하지만 그것은 보통의 앵무새였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특별한 게 하나도 없어. 나는 그냥 보통의 왕자에 불과한 거였지.' 그는 바위틈에 고개를 숙이고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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