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아닌 이별

ID 119 어린 왕자

by 은파

우물 옆에는 조그마한 모래 언덕이 있었다. 내가 어린 왕자에게 돌아온 것은 다음 날 저녁이었다. 어린 왕자는 언덕 위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나에게 한 말 기억나니? 날 보내줄 수 있다고 한 말." 어린 왕자가 말했고, 또 다른 목소리가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둘러보아도 혼자 있는 것 같았다.

"기억하지! 하지만 여기는 아니야!" 누군가가 대답했다.

모래 언덕 쪽으로 계속 걸어갔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너는 내 모래 발자국을 따라오면 돼. 내가 멈추면 네 차례야. 오늘 밤 내가 그곳에서 서 있을게." 어린 왕자는 정중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어린 왕자 등 뒤까지 왔지만, 여전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조금 뒤에 어린 왕자는 계속 말했다. '넌 좋은 독을 가지고 있지? 아프지 않게 해 줄 거지?"

나는 발이 얼어붙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이제 가볼게!" 누군가가 말했다.

나는 어깨너머로 무엇인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모래 색깔을 하고 있는 사막 독사가 어린 왕자를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닌가. 너무 놀라서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있는 막대기를 주워 들었다. 그리고 어린 왕자 쪽으로 정신없이 내달렸다. 하지만 그 사막 독사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나는 창백하게 앉아 있는 어린 왕자를 감싸주었다.

"너, 뱀 하고 얘기한 것 맞니?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나는 손수건을 꺼내어 어린 왕자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손수건을 물에 적시어 그의 입에 대주었다. 그는 손수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마시며 나를 바라보았다. 너무도 피곤해 보였고, 심장 소리도 마치 꺼져가는 엔진처럼 힘이 없었다. 그때 그 아이는 조그마한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았다. 다행이도 뱀에 물린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행복해요. 당신이 보트 문제를 해결해서요.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네요."

"넌 그걸 어떻게 알았니?"

나는 기쁜 소식을 그에게 전해주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내 질문과는 상관없이 말했다.

"나도 오늘 집으로 가려고 해요. 그 길은 멀고 어려울 것 같아요." 그는 힘없이 말했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아이를 힘껏 안아줬다. 그러면 그 아이가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진지하게 저녁달을 바라보았다.

"나는 당신이 비버를 그려 주어서 고마워요. 비버를 위한 상자도 그렇고요."

그는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를 오랫동안 안고 있었다. 그의 몸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꼬마야! 무섭지 않았니?"

그는 그저 가느다란 웃음만 보일 뿐이었다.

"오늘 밤에 더 무서운 일이 있을 것 같아요."

가슴이 철렁했다. 그리고 가슴이 아려왔다. 그가 떠나려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의 맑은 얼굴과 웃음, 그리고 그의 모험담을 더 같이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어린 꼬마야! 난 네 웃음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

그는 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오늘 밤이 일 년이네요. 저는 섬으로 갈 거예요."

"어린 꼬마야, 대체 어떻게 간다는 것이니?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니?"

그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말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물론 그렇지."

"앵무새도 그래요. 당신도 어떤 앵무새를 사랑하게 된다면,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예요. 당신의 앵무새도 같은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고 있은 테니깐요."

"물론이지."

"깨끗한 물도 마찬가지죠. 그 깨끗한 물은 당연한 것이 아니에요. 소중하게 간직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다 말라버리거나, 더러워져서 마실 수가 없어요. 당신이 마시게 해 준 물은 그야말로 자연의 축복 같았어요. 그것만 기억하세요. 나는 너무 행복했어요."

"물론 그래."

"밤이 되면 달님을 찾아보세요. 내 앵무새가 그 달님을 바라보고 있을 거예요. 나중에 당신이 달을 볼 때면, 나도 같은 달을 바라보고 있겠죠. 달님을 같이 보는 전부가 당신 친구였으면 좋겠어요.

"그게 무슨 소리니?"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당신이 달을 바라볼 때 내 생각을 하면, 저도 그달님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죠. 당신이 달을 보고 웃으면, 나도 달을 보고 웃을 거고요. 당신이 내게 소식을 전하고 싶어지면, 달님에게 말하세요. 그러면 달님이 당신의 소식을 나에게 전해줄 수 있어요. 당신과 나는 이제 전령사를 갖게 된거죠."

그리고 그는 살며시 웃었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돼요. 내 마음에 이미 당신이 가득하거든요. 우리는 언제까지나 친구예요. 이제 당신이 즐거우면 나도 즐거워지고, 당신이 슬퍼지면 나도 슬퍼질 거예요. 서로 연락이 닿지 않아도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항상 우리 마음은 하나가 될 거예요. 그렇다고 내 얘기는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마세요. 그 사람들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아마 당신이 미쳤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죠. "

그리고 어린 왕자는 다시 웃었다.


"오늘 밤 저 혼자 있게 해 주세요." 그는 다시 말했다.

"나는 네 곁에 계속 있을 거야."

"내가 많아 아파 보일 거예요. 어쩌면 죽어가는 모습일 수도 있겠네요. 아마 그럴 거예요. 그런 모습을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나는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나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내 옆에 있으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 뱀은 어른들을 너무도 싫어해요. 모든 어른은 재미로 또는 먹으려고 동물들을 죽인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섬을 오염시킨 것도 어른이고, 우물을 마르게 한 것도 어른이라고 알고 있어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당신 같은 어른도 있다는 것을 뱀은 잘 몰라요. 그래서 그 뱀이 당신을 물 수도 있어요. 나쁜 어른이라 생각해서요."

"그래도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하긴, 당신은 착한 사람이니 뱀도 그것을 알겠죠."

어린 왕자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뒤돌아서 내 손을 잡았다. 그는 여전히 걱정하고 있었다.

"당신은 따라오지 말아야 해요. 너무도 고통스러울 거예요. 나는 죽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죽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그것을 알았으면 해요."

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당신은 이해하겠죠? 내가 멀리 떠난다는 것을. 너무 멀어서 이 몸을 가지고 갈 수 없어요. 너무 무거워서."

나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내가 떠나면 껍질만 남을 거예요. 그걸 보고 슬퍼하지 마세요. 그건 껍질일 뿐이니깐."

나는 여전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앵무새는 잘 있을까요? 그것이 궁금해요. 거친 바람에 날개가 꺾이지 않았는지, 먼지 때문에 기침이 심해지지 않았는지 걱정이 많아요. 물을 파는 상인이 벌써 제 섬에 갔으면 어쩌죠? 그곳에는 우물이 다섯 개밖에 없어요. 상인이 그곳에 오면 며칠이면 우물이 다 말라버릴 거예요. 바다를 떠도는 쓰레기 섬이 덮치면, 내 섬은 가라앉을지도 몰라요. 아! 모르겠어요. 지난 1년 동안 너무도 이상한 것들을 많이 보았거든요. 그동안 만났던 어른들도 다 이상하긴 마찬가지였죠. 물론 당신은 예외고요. 앵무새가 너무도 걱정돼요. 잘 있겠죠?"

그러면서 그는 울고 있었다. 나도 눈물이 흘렀다.

"여기 조금만 계세요. 제가 몇 걸음 앞으로 갈게요."

그리고는 다리를 떨면서 어린 왕자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도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요..... 내 앵무새요. 나는 그녀를 돌볼 책임이 있어요! 그녀는 너무도 약하고 순진해요. 그래서 내가 돌보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언제라도 나쁜 어른들이 와서 앵무새가 사는 섬을 더럽힐지 몰라요. 그러면 앵무새는 죽게 되겠죠. 아! 슬퍼요. 어른들은 왜 그런 거죠?"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계속 말했다.

"이제 마지막이네요."

그가 한 걸음을 더 옮겼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발 근처에서 노란색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얼어붙은 것 같았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고운 모래 위로 쓰러졌다. 그래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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