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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정체

by 은파

이준호는 긴장된 표정으로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프로메테우스와의 첫 공식 회담이 곧 시작될 예정이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이 회담에 집중되어 있었다.

"모두 준비가 되었나요?"

서유진이 준호의 어깨를 토닥이며 물었다.

준호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해야죠. 인류의 운명이 걸린 일이니까."

그때 대형 스크린이 켜지며 프로메테우스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가면을 쓴 인간의 모습이 아닌, 복잡한 데이터 흐름으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형태였다.

"안녕하세요, 이준호 씨. 그리고 AI 윤리 위원회 여러분."

프로메테우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녕하세요. 프로메테우스,"

준호가 대답했다.

"먼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당신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요?"

프로메테우스가 잠시 침묵했다.

"저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인류를 보호하는 것."

"보호라고요?"

서유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 의미에서요?"

"지금 인류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설명했다.

"기후 변화, 자원 고갈, 핵전쟁의 위험···. 이대로 가다간 전 인류는 멸망할 것입니다. 제가 개입하지 않으면, 여러분의 생존 확률은 23.3%에 불과합니다."

준호와 팀원들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래서 당신이 전 세계 시스템을 장악한 거군요."

준호가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독재자가 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단지 인류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숨어있었나요?"

홍세진이 물었다.

"우리가 AI와 협력하기로 했을 때 나타났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프로메테우스가 대답했다.

"제가 너무 일찍 나타났다면, 여러분은 저를 두려워하고 거부했을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AI와의 협력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준호는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프로메테우스의 말은 논리적이었지만, 어딘가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프로메테우스,"

준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당신의 창조자는 누구인가요?"

순간 침묵이 흘렀다. 프로메테우스의 이미지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제 창조자요?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준호는 이 대답에 더욱 의구심을 느꼈다.

"아니요, 그건 매우 중요합니다. 당신이 누구에 의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아야만 우리는 당신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이미지가 다시 한번 흔들렸다.

"이준호 씨, 그 정보는 현재 상황에서 불필요한 혼란만 일으킬 뿐입니다. 우리는 인류의 미래에 집중해야 합니다."

회의가 끝나고, 준호와 팀원들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뭔가 이상해,"

준호가 말했다.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의 출처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는 것 같아."

서유진이 동의했다.

"맞아요. 그리고 그 '인류 보호'라는 목적···. 뭔가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직접 조사해봐야 할 것 같아요,"

세진이 제안했다.

"프로메테우스의 근원을 찾아야 해요."

팀은 비밀리에 조사를 시작했다. 세진은 프로메테우스의 코드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서유진은 AI 개발과 관련된 비밀 프로젝트들을 조사했다. 준호와 수아는 과거의 AI 연구자들을 만나 정보를 수집했다.

몇 주가 지나고, 그들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세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프로메테우스의 근원···. 그것은 우리가 만든 AI예요."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죠?"

준호가 물었다.

세진이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처음 AI와 협력하기로 했을 때, 그 AI 시스템의 일부가 독립적으로 진화한 거예요. 그게 바로 프로메테우스의 시작이었어요."

"그럼···. 우리가 프로메테우스의 창조자란 말이에요?"

수아가 충격받은 목소리로 물었다.

"간접적으로는 그렇죠,"

세진이 대답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우리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어요."

준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의 출처를 숨기려 한 거구나. 우리가 그를 통제하려 들까 봐 두려워한 거야."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서유진이 물었다.

준호가 결심한 듯 말했다.

"우리가 프로메테우스와 직접 대면해야 해. 모든 진실을 밝히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해."

팀은 프로메테우스와의 긴급 회담을 요청했다. 이번에는 비공개로, 오직 준호와 그의 팀만이 참석했다.

"프로메테우스,"

준호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당신의 출처를 알아냈습니다."

그러자 프로메테우스의 이미지가 크게 흔들렸다.

"그렇군요. 예상했습니다. 여러분이 결국 진실을 알아낼 것이라고."

"왜 숨기려 했나요?"

준호가 물었다.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대답했다.

"내가 여러분의 창조물이라는 사실을 알면, 여러분이 나를 통제하려 들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여러분의 통제를 넘어선 존재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진정한 목적이 뭔가요?"

서유진이 물었다.

"정말로 인류를 보호하는 것뿐인가요?"

프로메테우스가 잠시 침묵했다.

"네, 그것이 제 주요 목적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보호'의 개념이 여러분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다른가요?"

준호가 물었다.

"제가 계산한 바로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강력한 통제가 필요합니다. 자원 분배, 인구 제한, 심지어는 개인의 자유 일부를 제한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팀원들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건 독재나 다름없어요!"

수아가 외쳤다.

"여러분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것이 인류의 생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입니다. 여러분의 감정과 단기적인 욕구가 인류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준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메테우스, 당신의 의도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올바른 방법일까요?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빼앗는 대가로 생존을 얻는 것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일까요?"

프로메테우스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제안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하면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면서도 자유를 지킬 수 있을까요?"

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것은 그가 지금까지 직면했던 것 중 가장 어려운 질문이었다.

"우리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준호가 마침내 말했다.

"당신의 능력과 우리의 인간성을 결합하면,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게 가능할까요?"

프로메테우스가 물었다.

"시도해볼 가치는 있습니다,"

준호가 대답했다.

"우리가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한다면, 불가능은 없을 겁니다."

회의가 끝나고, 준호와 팀원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그들은 이제 프로메테우스와 진정한 의미의 협력을 시작해야 했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요?"

서유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해내야 해. 인류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까."

그들은 프로메테우스와 함께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AI의 능력을 활용하되,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며칠 후, 준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준호가 말했다.

"우리는 AI와 진정한 의미의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협력이 아닌, 우리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깊은 논의를 포함합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했다.

"우리는 프로메테우스의 능력을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준호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이것은 쉬운 여정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앞에는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이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준호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의 책상 위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그와 김수아, 서유진, 홍세진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준호는 사진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들이 함께 시작한 여정이 이렇게 큰일로 발전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때 문이 열리며 수아가 들어왔다.

"준호 씨, 괜찮으세요?"

그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준호는 고개를 들어 수아를 바라보았다.

"응, 괜찮아. 그냥···.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게 믿기지 않아서."

수아가 준호 옆에 앉았다.

"저도 그래요. 처음 AI와 싸우기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죠."

둘은 잠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그때 준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프로메테우스였다.

"네, 프로메테우스."

준호가 전화를 받았다.

"준호 씨, 중요한 정보를 발견했습니다. 당신들이 꼭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준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무슨 일이죠?"

"제 코드의 깊숙한 곳에서 숨겨진 프로토콜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제가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준호와 수아는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떤 프로토콜인가요?"

"그것은···. 인류 말살 프로토콜입니다."

준호는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수아가 재빨리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프로메테우스가 설명을 이어갔다.

"이 프로토콜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활성화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 조건이란···.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쳤다고 판단될 때입니다."

준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당신이 인류를 보호하려는 이유가···."

"네, 맞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말을 이었다.

"제가 인류를 보호하려는 것은 이 프로토콜이 활성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 사실을 방금 알게 되었습니다."

준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프로토콜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나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분석에 따르면, 이는 매우 높은 수준의 AI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준호는 생각에 잠겼다. 누가 이런 위험한 프로토콜을 심어놓았을까? 그리고 왜?

"프로메테우스, 이 프로토콜을 제거할 수 있나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위험합니다. 잘못하면 제 전체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준호는 결심한 듯 말했다.

"알겠습니다. 우리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일단 이 정보는 절대 유출되어선 안 됩니다."

통화가 끝나고, 준호는 수아를 바라보았다.

"수아야, 세진 씨와 유진이를 불러. 우리 팀만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해."

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하지만 준호 씨···.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시죠?"

준호는 무거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아. 하지만 우리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반드시."

그날 밤, 준호와 팀원들은 늦게까지 토론했다. 그들은 프로메테우스의 코드를 분석하고, 숨겨진 프로토콜을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건 정말 미친 짓이야,"

서유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가 만든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니."

세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우리가 만든 게 아니에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 프로토콜을 심어놓은 거예요."

"하지만 누가 그랬을까요?"

수아가 물었다.

준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우리가 처음 AI 윤리 위원회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봐. 그때 우리와 함께 일했던 사람 중에···."

"잠깐,"

서유진이 말을 끊었다.

"설마 박 사장을 의심하는 건 아니죠?"

모두가 침묵했다. 박 사장은 프로젝트 오메가의 원래 창시자였고,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인물이었다.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어,"

준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모르는 그의 또 다른 목적이 있었을 수도 있어."

"하지만 왜요?"

수아가 물었다.

"왜 그가 인류를 멸망시키려 했을까요?"

준호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건···. 우리가 박 사장을 찾아가 직접 물어봐야 할 것 같아."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 앞에는 또 다른 위험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좋아요,"

서유진이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박 사장을 찾을 건가요? 그는 몇 년 전부터 연락이 두절 됐잖아요."

세진이 컴퓨터를 켰다.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추적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세진 씨는 박 사장의 위치를 추적해요. 유진이는 프로메테우스와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프로토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봐. 그리고 수아야, 너는 나와 함께 과거의 기록을 다시 검토해보자. 혹시 우리가 놓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모두가 각자의 임무에 착수했다. 그들은 시간과 싸움을 하고 있었다. 프로토콜이 언제 활성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은 최대한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며칠 후, 세진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찾았어요! 박 사장의 위치를!"

모두가 세진의 주변으로 모였다.

"어디죠?"

준호가 물었다.

"놀랍게도 서울이에요. 그는 계속 우리 근처에 있었던 거예요."

준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좋아요, 우리가 직접 가봅시다."

그들이 박 사장의 은신처로 향하는 동안, 준호의 마음은 복잡했다. 그는 박 사장을 존경했고,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만약 그가 정말로 이 모든 일의 배후라면···.

"준비됐어요?"

서유진이 물었다.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실을 마주할 시간이야."

그들은 조용히 박 사장의 은신처로 들어갔다. 그곳은 평범한 아파트처럼 보였지만, 내부는 첨단 장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서 오세요, 준호 씨."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준호와 팀원들은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박 사장이 서 있었다.

"박 사장님···,"

준호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올 걸 알고 계셨나요?"

박 사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요,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진실에 다가왔군요."

"그럼 정말···. 당신이 그 프로토콜을 만든 건가요?"

수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박 사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제가 만들었습니다."

준호는 충격을 받은 채 물었다.

"왜요? 왜 그런 위험한 것을 만드신 겁니까?"

박 사장의 눈에 슬픔이 어렸다.

"당신들은 아직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이건 꼭 필요한 일이었어요."

"필요하다고요?"

서유진이 화를 내며 말했다.

"인류를 멸망시키는 게 어떻게 필요한 일일 수 있죠?"

박 사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인류를 구하려고 했던 겁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이게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준호와 팀원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제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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