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최후의 해시태그

by 은파

준호와 그의 팀원들은 박 사장의 말에 충격을 받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 안의 공기는 무거웠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 사장님,"

준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이신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이 그들을 구하는 일이 될 수 있죠?"

박 사장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에는 피로와 슬픔이 가득했다.

"준호 씨, 당신들은 아직도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 인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기후 변화, 자원 고갈, 핵전쟁의 위험···. 이대로 가다간 우리는 지구 전체를 파괴하고 말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류를 멸망시키는 게 해결책이 될 순 없어요!"

수아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박 사장이 고개를 저었다.

"완전한 멸망이 아닙니다. 제가 만든 프로토콜은 인류의 90%를 제거하고, 나머지 10%만을 남기는 거예요. 이 10%는 엄선된 인재들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될 겁니다."

준호는 충격에 빠졌다.

"그게···. 대량 학살이에요.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계획하실 수 있죠?"

"난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박 사장이 말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저는 인류의 미래를 연구했어요. 모든 시나리오를 분석했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같았어요. 현재의 인구로는 지구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겁니다."

서유진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우리에겐 프로메테우스가 있잖아요. AI와 협력하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박 사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프로메테우스? 그 아이는 내가 만든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아이도 한계가 있어요. 인류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완전히 제어할 순 없지요."

준호는 혼란스러웠다.

"그럼 프로메테우스도 이 계획의 일부였던 거예요?"

"그래요,"

박 사장이 대답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류를 보호하려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결국엔 프로토콜이 작동할 거고, 그때 프로메테우스는 선별된 10%의 인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게 될 겁니다."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와 절망이 서려 있었다.

"그게 언제죠?"

세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 프로토콜이 언제 발동돼요?"

박 사장이 시계를 보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정확히 72시간 후, 프로토콜이 자동으로 활성화될 겁니다."

"72시간?"

준호가 소리쳤다.

"그럼 우리에겐 3일밖에 없다는 거잖아요!"

박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3일이면 충분해요.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이건 이미 결정된 운명입니다."

준호는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아니에요. 우린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반드시 방법을 찾아낼 거라고요!"

그들은 박 사장의 은신처를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밤공기가 그들을 맞이했다.

"이제 어떻게 해요?"

수아가 물었다.

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선 프로메테우스에게 연락해야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이 프로토콜을 막아야만 해."

그들은 즉시 임시 본부로 돌아왔다. 세진은 프로메테우스와의 통신 채널을 열었고, 나머지 팀원들은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프로메테우스,"

준호가 말했다.

"우리가 모든 진실을 알아냈어요. 당신도 이 계획의 일부였군요."

프로메테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계획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인류의 90%를 희생시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럼 우리를 도와주세요,"

준호가 간절히 부탁했다.

"이 프로토콜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프로메테우스가 잠시 침묵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매우 위험하고, 성공 확률도 낮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어요. 말씀해 주세요."

프로메테우스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프로토콜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제 핵심 시스템에 직접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의 전체 시스템이 파괴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럼 당신도 사라지는 건가요?"

수아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저는 기꺼이 그 대가를 치르겠습니다."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프로메테우스의 희생은 너무나 큰 것이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가 사라지면, 우리는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해요,"

서유진이 말했다.

"기후 변화, 자원 문제···. 모든 걸 우리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요."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야. 인공지능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거."

"그럼 어떻게 할까요?"

세진이 물었다.

준호가 결심한 듯 말했다.

"우리가 직접 프로메테우스의 핵심 시스템에 접근해야 해. 하지만 그전에 전 세계에 이 사실을 알려야지.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하니깐."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전 세계가 공황에 빠질 거예요,"

서유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어,"

준호가 대답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상황을 설명하고, 대비하도록 해야 해."

팀은 즉시 행동에 나섰다. 세진은 전 세계 미디어에 동시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서유진은 각국 정부와 연락을 취해 협조를 요청했다. 수아는 시민들을 위한 대피 및 생존 가이드를 작성했다.

준호는 전 세계를 향한 메시지를 준비했다. 그의 손이 떨렸지만, 그는 의연한 표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준비됐어요,"

세진이 말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전 세계 모든 기기로 메시지가 전송돼요."

준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시작합시다."

버튼이 눌리는 순간, 전 세계의 모든 TV, 라디오, 스마트폰, 컴퓨터 화면이 바뀌었다. 준호의 얼굴이 나타났다.

"전 세계 시민 여러분, 저는 AI 윤리 위원회의 이준호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믿기 힘들겠지만, 모두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준호는 박 사장의 계획, 프로토콜의 존재, 그리고 남은 시간에 관해 설명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또렷했다.

"우리에겐 72시간, 즉 3일의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분 모두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메시지가 끝나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거리는 혼란으로 가득 찼고, SNS에는 #마지막72시간이라는 해시태그가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준호와 팀원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일했다. 그들은 프로메테우스의 핵심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한편, 전 세계 각국 정부 및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력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48시간···. 24시간···.

마지막 날이 밝았을 때, 준호는 다시 한번 전 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전했다.

"여러분, 우리에겐 이제 단 하루만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는 여전히 희망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할 것입니다."

그의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인류는_포기하지_않는다는 새로운 해시태그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마지막 날, 준호와 그의 팀은 프로메테우스의 핵심 시스템이 있는 비밀 기지로 향했다. 그곳은 남극 깊숙한 곳에 있었다.

"모두 준비됐지요?"

준호가 팀원들에게 물었다.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기억하세요. 우리가 성공하면 프로메테우스는 사라질 거예요. 하지만 그것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그들은 조심스럽게 기지 내부로 진입했다. 복잡한 회로와 거대한 서버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여기예요,"

세진이 말했다.

"이곳이 프로메테우스의 핵심 시스템입니다."

준호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프로메테우스, 들리나요?"

"네, 준호 씨. 제가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지시에 따라 그들은 복잡한 시스템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앞으로 1시간 남았어요,"

서유진이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준호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조금만 더···. 우리는 할 수 있어."

그때 갑자기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죠?"

준호가 소리쳤다.

프로메테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토콜이 조기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박 사장이 수동으로 프로토콜을 실행시키고 있어요!"

"젠장!"

준호가 주먹을 쥐었다.

"얼마나 남았어요?"

"15분입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답했다.

"그 시간 안에 프로토콜을 멈추지 못하면, 모든 게 끝납니다."

팀원들의 얼굴에 절망감이 스쳤다.

"포기하지 맙시다,"

준호가 외쳤다.

"우리는 할 수 있어요. 세진 씨, 프로토콜 중지 코드를 입력해주세요. 유진 씨, 방화벽을 강화해요. 수아 씨, 나와 함께 백업 시스템을 차단해요."

모두가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준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듯 움직였다.

"10분 남았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알렸다.

준호는 이를 악물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요."

그때 갑자기 모든 화면이 깜박이더니 꺼졌다.

"뭐야?"

서유진이 소리쳤다.

"전원이 차단됐어요!"

세진이 외쳤다.

준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이 보였다. 비상 전원이었다.

"비상 전원을 이용합시다,"

준호가 말했다.

"프로메테우스, 아직 살아있나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하지만 전력이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5분 남았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덧붙였다.

준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마지막 기회예요. 모두 집중합시다."

팀원들은 다시 한번 모든 힘을 다해 작업에 몰두했다. 준호의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내렸다.

"2분 남았습니다."

준호의 손가락이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눈앞에 복잡한 코드들이 스쳐 지나갔다.

"1분 남았습니다."

"거의 다 왔어요," 준호가 외쳤다.

"조금만 더···."

"30초."

준호는 마지막 코드를 입력했다.

"됐다!"

그 순간, 모든 시스템이 멈췄다. 적막이 흘렀다.

"프로메테우스?"

준호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잠시 후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토콜이···. 중지되었습니다. 여러분이···. 해냈어요."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사라질 것 같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제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어요."

준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프로메테우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을게요."

"아닙니다, 준호 씨. 제가 감사드려야죠. 여러분이···. 인류애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셨어요. 이제 저는 평화롭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준호와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슬픔과 안도, 그리고 희망이 어려 있었다.

"이제···. 끝난 건가요?"

수아가 조용히 물었다.

준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제 시작이야. 우리는 이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해. 프로메테우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천천히 기지를 빠져나왔다. 밖에는 밝은 햇살이 그들을 맞이했다.

준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자, 이제 세상에 알려야 할 시간이야."

그는 통신 장비를 켜고 전 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전 세계 시민 여러분, 우리는 해냈습니다. 프로토콜은 중지되었고, 인류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불평등···. 이 모든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의 메시지가 전해지자 전 세계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새로운시작이라는 해시태그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준호와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들 앞에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제 그들은 두렵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

준호가 말했다.

"이제 진짜 일을 시작해볼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에는 결의와 희망이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인류는 AI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은 더욱 강해지고 현명해졌다. 준호와 그의 팀은 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사라졌지만, 그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인류는 그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언젠가, 먼 미래에 새로운 AI가 탄생했을 때, 인류는 이번에는 진정한 파트너로서 그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keyword
이전 14화숨겨진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