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파 Oct 25. 2024

갠지스강의 고요 속 깨달음

민수가 바라나시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의 모든 감각이 깨어났다. 향신료와 향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우고, 다채로운 색상의 사리를 입은 여인들과 오렌지색 로브를 입은 승려들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곳은 마치 영혼의 고향 같아."

      

민수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옆에 서 있던 가이드가 미소 지었다.

      

"맞아요. 바라나시는 힌두교도들의 성지예요. 이곳에서 사람들은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너머의 것들을 마주하죠."

      

가이드의 이름은 아미트였다. 그의 눈빛은 마치 갠지스강의 물결처럼 깊고 평화로웠다.

     

민수가 반갑게 인사했다.

     

"환영합니다, 민수 씨. 이곳에서 당신은 삶의 순환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탄생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들은 먼저 갠지스강 근처의 가트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순례자들이 강물에 몸을 담그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놀랍군요,"

      

민수가 말했다.

      

"이 강물이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중요한 이유가 뭔가요?"

      

아미트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갠지스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에요. 힌두교도들에게 이 강은 생명의 원천이자 정화의 장소예요. 이 강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영적인 정화를 의미하죠."

      

민수는 그 말에 흥미를 느꼈다.

      

"그렇다면 이 강물에는 마법 같은 힘이 있나요?"

      

"마법이라기보다는 믿음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미트가 대답했다.

      

"사람들은 이 강물이 자신들의 업을 씻어낼 수 있다고 믿어요. 하지만 진정한 정화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거죠."

      

그들은 강변을 따라 걸으며 다양한 의식들을 목격했다. 사람들은 기도를 올리고, 꽃을 바치고, 때로는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다.

      

"여기서는 죽음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민수가 말했다.

     

아미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힌두교에서는 죽음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봐요. 윤회의 개념을 믿기 때문이죠. 우리의 영혼은 계속해서 다른 형태로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민수는 그 말에서 깊은 울림을 느꼈다. 매 순간 그는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었다.

     

그날 저녁, 그들은 강변에서 열리는 아르티 의식에 참여했다. 수많은 등불이 강물 위에 떠다니고, 승려들의 찬송이 밤공기를 가득 채웠다.

     

"이 의식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민수가 물었다.

     

아미트가 설명했다.

      

"아르티는 신에 대한 감사와 헌신을 표현하는 의식이에요. 우리는 등불을 켜고 찬송을 부르며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해요. 이 순간,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죠."

      

민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매 순간 세상과 그리고 자신과 더 깊이 연결되고 있었다.

     

다음 날, 그들은 사르나트로 향했다. 그곳은 부처가 처음으로 설법을 한 장소였다.

     

"여기서 부처는 무엇을 가르쳤나요?"

      

민수가 물었다.

     

아미트가 대답했다.

      

"부처는 고통의 원인과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쳤어요. 그는 우리의 욕망과 집착이 고통의 원인이며, 이를 초월함으로써 해탈할 수 있다고 설파했죠."

      

민수는 그 말을 곱씹으며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았다. 그는 얼마나 많은 욕망과 집착 속에서 살아왔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민수가 다시 물었다.

     

아미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부처는 중도를 가르쳤어요. 극단을 피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라고 했죠. 또한 자비와 연민을 실천하라고 가르쳤어요.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을 돕게 되니까요."

      

민수는 그 말에 깊은 울림을 느꼈다. 그가 여행을 통해 만난 모든 사람, 그들과 나눈 경험들······. 그것이 바로 부처가 말한 연결이 아니었을까?

그들은 사르나트의 다메크 스투파 주위를 걸었다. 고대의 유적 앞에서 민수는 시간의 깊이를 느꼈다.     

"이 건물이 수천 년 동안 여기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민수가 말했다.

     

아미트가 미소 지었다.

      

"그래요.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부처의 가르침이 이 돌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다는 거예요. 물질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지혜는 영원히 남는 법이죠."

      

그날 밤, 그들은 요가 수행자인 스와미와 만났다. 그의 눈빛은 마치 깊은 호수처럼 고요했다.

     

"젊은이, 당신은 무엇을 찾고 있나요?"

      

스와미가 물었다.

     

민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저는······. 내면의 평화를 찾고 있어요. 그리고 어쩌면 제 삶의 목적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스와미는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올바른 길 위에 서 있는 거예요.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요가의 궁극적인 목적이니까요."

      

그들은 함께 간단한 요가와 명상을 실천했다. 민수는 처음으로 자신의 호흡과 몸의 움직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경험을 했다.

     

"느껴보세요,"

      

스와미가 말했다.

      

"당신의 호흡, 당신의 심장 박동, 당신 안의 에너지의 흐름을. 이 모든 것이 바로 당신이에요. 그리고 동시에 우주의 한 조각이기도 하죠."

      

민수는 그 말에 깊게 감동했다.

      

다음 날, 그들은 다시 갠지스강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작은 보트를 타고 강을 건넜다.

     

"보세요,"

      

아미트가 말했다.

      

"강의 이쪽과 저쪽이 어떻게 다른지. 하지만 그것은 모두 같은 강이에요.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예요. 때로는 평화롭고, 때로는 거칠어 보이지만, 그것은 모두 같은 삶의 흐름이죠."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트가 강 한가운데 멈췄을 때, 아미트가 민수에게 작은 등불을 건넸다.

     

"이것은 디야라고 해요,"

      

아미트가 설명했다.

      

"우리는 이 등불을 강에 띄우며 소원을 빌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순간 우리의 마음을 열고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는 거죠."

      

민수는 조심스럽게 디야를 강물 위에 띄웠다. 작은 불빛이 강물 위에서 천천히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그는 깊은 평화를 느꼈다.

     

"진정한 평화는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찾아야 해요."

      

아미트의 말이 민수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마지막 날, 아미트는 민수를 한 고대 사원으로 안내했다. 사원 안에는 수많은 신들의 조각상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신들이 있다니 놀라워요,"

      

민수가 말했다.

     

아미트가 미소 지었다.

      

"힌두교에서는 신이 하나라고 믿어요. 하지만 그 신은 수많은 형태로 나타난다고 보죠. 마치 태양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여러 색깔로 나뉘는 것처럼요. 이것은 우리에게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가르쳐줘요."

      

민수는 그 말에 깊은 통찰을 얻었다. 사원을 나오면서 민수는 마지막 질문을 했다.

      

"아미트, 인생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아미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그건 당신이 스스로 찾아야 할 거예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인생의 참된 의미는 사랑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더 우리의 참된 본성에 가까워지는 것이죠. 우리는 모두 신성의 한 조각이에요. 우리의 인생은 그 사실을 깨닫고 실현하는 과정일 뿐이죠."

      

민수는 이해했다. 그의 여행, 그의 인생이 하나의 큰 깨달음의 과정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에 끝이란 것은 없다는 것을.

     

바라나시를 떠나는 날, 민수는 갠지스강 변에 서서 마지막으로 일출을 바라보았다. 강물은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흘러갔고, 멀리서 사원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에요."

      

아미트가 말했다.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곳에서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슬픈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다.

     

"아미트,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물어보고 싶어요,"

      

민수가 말했다.

      

"이곳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일까요?"

      

아미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아마도 그것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일 거예요. 우리의 행동, 생각, 그리고 존재 자체가 우주의 한 조각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 그것이 바로 이곳 인도의 가장 큰 지혜가 아닐까요?"

      

민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의 여행 전체가 바로 그 연결성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민수는 아미트에게 작은 선물을 건넸다. 그것은 그가 여행 내내 기록해온 노트였다.     

"이건 제가 여행하면서 적은 생각들이에요,"

      

민수가 말했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도 여기에 있어요. 이걸 통해 제가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아미트는 감동한 표정으로 노트를 받았다.

      

"고마워요, 민수 씨. 이것은 제게 아주 소중한 선물이 될 거예요."

      

비행기에 오르기 전, 민수는 마지막으로 인도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하늘은 이제 그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내면에 있는 하늘과 다르지 않았다.

비행기가 이륙하며 바라나시의 풍경이 점점 작아졌다. 하지만 민수의 마음속에서 이곳에서의 경험은 더욱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민수는 눈을 감았다. 귓가에 갠지스강의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코끝에는 향의 냄새가 맴돌았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는 평화로움이 가득했다.

     

'진정한 평화는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찾아야 해요.'

      

아미트의 말이 다시 한번 그의 마음에 울려 퍼졌다. 민수는 미소 지었다.      

민수는 창밖으로 펼쳐진 구름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 여행이 끝나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이전 02화 벚꽃 아래에서 흐르는 지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