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失鄕民)

작은 지구별 이야기

by 은파

정신없이 쏟아내는 마트 공장에

마음을 온통 빼앗기고

창조는 좋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날마다 태어나기에

기억조차 바쁘다

오늘도 새로 진열된 냉장고에

넋을 잃고 있는 사람들

문을 여닫으며 공간을 가늠하고

풍요를 가득 채울 생각에 꿈이 부푼다

시체만이 보관되어 있는 차가운 공간

날마다 버리고 버려도 끝은 없고

또다시 새로운 생명들을 욱여넣지만

차갑게 얼어버린 채로 버려질 신세

속도는 속도를 몰아내고

진동은 사라진 지 오래되어

썩은 내가 지독히도 진동하는 세상

냉혹함만이 가득 차 있는 공간을

거친 항아리로 바꿔보자

병든 삶에서 차가운 죽음을 몰아내고

풍요로운 열매를 음미해 보자

고향의 비밀을 온몸에

가득 채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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