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물세례 수프

by 은파

준비 시간 : 단 1초(물에 빠지는 시간)

난이도 :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수준
실패 확률 : 물 근처에서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정비례


수프는 천천히 끓여야 제맛이 나는 음식이다. 재료들이 각자의 향과 맛을 내면서도 하나의 온기로 어우러지려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수프는 늘 ‘기다림’을 포함한 요리다. 하지만 세상에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조리되는 수프도 존재한다. 이름하여 ‘스마트폰 물세례 수프’다. 이 요리는 별다른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등장하고, 조리 시간은 단 1초면 충분하다. 그러나 완성된 뒤의 여운은 몇 시간에서 며칠, 혹은 한참의 기억 속까지 오래 남아 인간의 내면을 쉼 없이 자극한다.

이 수프의 레시피는 제법 다양하다. 변기 속에 빠뜨리는 화장실 버전, 욕조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발생하는 욕실 에디션, 비 오는 거리에서 웅덩이에 퐁당 빠뜨리는 길거리 스타일, 카페에서 물컵을 엎지르며 완성되는 소셜 에디션까지—조리 방법은 다르지만, 결과는 언제나 비슷하게 쌉싸름하다.

그 순간은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진다. 손끝에서 미끄러진 스마트폰이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 찰나,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관객이 된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지만, 그 짧은 시간조차도 복구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자기기와 물이 만나면 벌어지는 결말은 언제나 단조롭고, 심각하며, 서글프다.

물에서 꺼낸 후 시작되는 행동들은 일종의 응급 요리 복구 과정과도 같다. 수건과 휴지로 물기를 닦고, 전원을 눌러보며 기적을 바란다. 운 좋게 화면이 켜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것은 이별을 앞둔 짧은 깜빡임에 불과하다. 이어지는 절차는 언제나 같다. 검색창에 대처법을 입력하고, 쌀통이나 드라이기, 실리카 겔 같은 민간요법을 총동원한다. 이때 사람들은 기술자가 아니라, 마치 종교적 의식을 수행하는 구도자처럼 절박한 자세로 행동한다.

특히 쌀에 스마트폰을 묻는 방식은 이 수프 조리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만하다. 쌀통 속 깊이 기계를 눕혀두고 속으로 기도하는 그 모습은, 마치 생명이 위태로운 존재를 흙에 안장하며 회복을 바라는 사람들의 눈빛을 닮아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모든 고장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스마트폰은 구조상 섬세하고 복잡하며, 쌀로는 닦아낼 수 없는 결함이 많다.

48시간 후, 기다림 끝에 꺼낸 스마트폰은 간혹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간헐적인 생명 신호만 보이거나, 아니면 예기치 않은 오류로 가득 찬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다. 터치가 마음대로 움직이고, 카메라가 뿌옇게 흐려지며, 스피커에서는 기묘한 소리가 울린다. 이쯤 되면 우리는 마음속으로 슬며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복구는 어려우며,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실패가 유난히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기계가 망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에는 우리의 삶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백업하지 않은 사진, 잊기 쉬운 일정, 중요한 메모와 코드, 사람들과의 대화 기록까지—그 모든 정보가 물 한 컵의 사고로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한 고장 이상의 충격을 준다. 기기를 잃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조각과 일상의 기록을 통째로 놓치는 듯한 허탈감이 진하게 밀려온다.

이제 우리는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AS 센터에 들어서는 순간, 평소와는 전혀 다른 자세를 갖게 된다. 자신의 실수를 조심스럽게 설명하고, 고개를 약간 숙이며 진단을 기다린다. 전문가가 전해주는 수리 비용은 때로 새 스마트폰 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높게 책정되기도 한다. 그 순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수리를 감행할 것인지, 새로운 기기로 갈아탈 것인지, 아니면 잠시 이 모든 것에서 물러나 볼 것인지.

하지만, 이 수프에는 예상 밖의 가치도 담겨 있다. 스마트폰 없이 지내는 며칠 동안 우리는 처음으로 현실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머리카락보다 손에 오래 붙어 있던 기기를 내려놓고 나면, 비로소 내 눈앞의 풍경과 사람들의 표정,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더불어 데이터 백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고,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디지털 세계에서 조금은 더 단단한 방식을 찾게 된다. 어쩌면 이 경험은 물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새 스마트폰을 사고 손에 쥐게 되면, 감정은 복합적으로 흐른다. 빠르고 반짝이는 새 기기의 매끄러움에 감탄하면서도, 이미 사라져 버린 사진과 연락처, 데이터의 빈자리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그 감정 위에 다짐이 하나 올라온다. 다음부터는 물 근처에서 절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겠다고. 물론, 그 다짐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안다.

‘스마트폰 물세례 수프’는 우리 시대의 주방에서 가장 자주, 가장 무심히 조리되는 실패 요리다. 하지만, 이 경험을 한 사람들 사이에는 작은 연대가 싹튼다. “나도 그랬어.”라는 말로 시작되는 공감과 웃음은, 디지털 시대의 또 다른 따뜻함을 전한다.

그러니 다음에 욕실에서 음악을 틀고 싶을 때, 변기 위에서 메시지를 확인하려 할 때, 혹은 카페 테이블에서 물컵 옆에 폰을 올려두려 할 때, 한 번쯤은 그 수프의 냄새를 떠올려보자. 아주 작은 주의가, 아주 큰 실패를 막을 수 있는 순간이 되기도 하니까. 그리고 우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라도, 적어도 더 나은 방식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것이 실패가 남긴 가장 진한 맛일지도 모른다.


√ 실패를 소화하는 팁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 : 방수 케이스에 투자하거나, 물 근처에서는 스마트폰을 멀리 두는 습관을 들이자. 화장실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은 데이터 요금보다 비싼 대가를, 변기에 빠뜨릴 때 지급하게 된다.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백업하라 : 클라우드 서비스나 외장 저장장치를 활용해 중요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백업하는 습관을 들이자. 기기는 대체할 수 있지만, 추억이 담긴 사진과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연습하라 : 정말 필요한 앱과 데이터만 유지하면 만약의 사태에 대한 불안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덜 가진 것이 때로는 덜 잃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의 가치를 고려하라 : 고가의 전자기기에는 추가 보험이나 보증 서비스가 값어치를 할 수 있다. 특히 '물 손상'이 포함된 보험은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현명한 선물일 수 있다.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라 : 스마트폰 물세례는 우리의 디지털 의존성을 돌아보고, 기술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때로는 강제된 디지털 디톡스가 삶의 균형을 되찾는 기회가 된다.

☞ 물과 전자기기의 만남은 짧지만, 그 기억과 청구서는 오래간다. 잠시의 부주의가 몇십만 원의 교훈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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