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만큼 인생을 망치는 것은 없다.
어느 날 아침, 욱신거리는 두통과 함께 눈을 떴다. 식탁 위에는 어지럽게 흩어진 빈 맥주병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고, 방바닥에는 어젯밤 황홀함을 주었던 소주병과 반쯤 먹다 남긴 안주들이 무질서하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내 몸은 마치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처럼 무겁고 움직이기 힘들었다. 머릿속에는 어제의 기억들이 파편처럼 흐릿하게 떠올랐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라는 격한 자책과 '그저 한 잔 더 했을 뿐인데'라는 교묘한 자기합리화가 뒤섞인 채로.
이때 갑자기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날카로운 말이 뇌리에 깊이 박혔다. "자기기만은 비열한 것이다." 그는 평생 자신의 사상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며 살았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떠한가? '한 잔쯤이야 괜찮겠지'라는 말을 끊임없이 되뇌며 매번 망설임 없이 술잔을 기울이던 나는, 대체 무엇을 속이고 있었던 것일까?
나의 하루는 항상 비슷한 패턴으로 시작된다. 아침 일찍 눈을 떠야 할 이유가 산더미처럼 많지만, 언제나 어김없이 늦잠을 자고 만다. '어젯밤에 너무 힘들고 지쳤으니까 조금 더 자야지'라는 뻔한 핑계를 대며 귀찮게 울리는 알람을 끈다. 그러나 그 '힘들었던 밤'은 사실 술에 취해 정신을 놓고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 허망한 시간이었다.
학원으로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 나는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굳게 다짐한다. '오늘만큼은 정말로 술을 마시지 말자.' 하지만 작은 고시원으로 향하는 저녁 귀가 시간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친구에게서 연락이 온다. "오늘은 어때? 한 잔 마실래?" 그 말 한마디에 모래성처럼 곧바로 무너진다.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했으니까 한 잔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지배한다.
술자리에서 잠시나마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걱정과 고민, 압박감을 모두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달콤한 자유는 일시적인 환상일 뿐이다. 술이 깨어난 뒤에는 후회와 자책감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왜 또다시 술을 이렇게나 많이 마셨을까? 이번엔 정말로 정신을 차리자.'
그러나 그 진심 어린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사르트르가 비판했던 '자기기만'은 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는 과도한 음주가 내 삶을 서서히 망치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진실을 직면하고 인정하기보다는, 술자리에 대한 온갖 변명거리를 필사적으로 찾는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친구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등등.
어느 맑은 아침, 우연히 화장실에서 거울 속의 나를 직시했다. 퀭하고 생기 없는 눈빛과 붉게 달아오른 얼굴, 그리고 지치고 쇠약해진 몸. 그것이 바로 현실의 나였다. 사르트르가 그토록 비난했던 '비열한 자들'의 모습이 바로 거울 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나는 내 무한한 가능성과 선택의 자유를 술잔 속에 가둔 채,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결심했다. 술잔 속에 갇힌 나 자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기로.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간절한 다짐은 언제나 유혹의 순간 앞에서 흔들리곤 했다. 그러나 사르트르의 날카로운 말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자기기만은 비열한 짓이다.' 더 이상 술에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내 삶에 주체적으로 책임을 지기로 굳게 결심했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처음엔 다소 어색했지만, 차츰 그들은 나의 진심 어린 변화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술잔 속에서 가짜 자유를 찾지 않았다. 대신, 삶의 진정한 가능성과 선택의 자유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제는 가끔 거울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퀭하고 생기 없던 눈빛 대신, 빛나는 또렷한 눈동자가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붉게 달아오르고 부어있던 얼굴 대신, 건강하고 생기 있는 얼굴이 거울 속에 선명하게 비친다. 그리고 늘 지치고 무기력했던 몸 대신, 활기차고 건강한 몸이 나를 든든하게 맞이한다. 그리고 이렇게 바뀐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시험에 당당히 합격하는 결실도 보았다.
나는 더는 자기기만의 그늘 속에 숨어 살지 않으려 매일 노력하고 있다. 사르트르의 가르침처럼, 나의 사상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부단히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 진심 어린 노력은, 나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자기기만에서 벗어나, 진정한 실존적 자유를 찾은 나는 이제 더 이상 술잔 속에 갇혀 있지 않다. 나는 나 자신을 속이지 않으며, 나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과 선택의 자유를 온전히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사르트르가 말했던, 진정한 인간의 실존적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