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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거 Jul 22. 2015

생각

그는 담배를 물었다. 


담배갑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손을 봤을 때, 그에겐 지금 담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게 느껴졌다. 담배가 필요하다는 것이 느껴지는 손이 안쓰럽게 담배갑을 움켜쥐고 뚜껑을 젖혔다. 몇 안 되는 녀석들 중 반듯하게 서 있는 녀석을 물었다. 입술이라기엔 지나치게 굳어있고 그렇다고 피부라기엔 아직은 선홍색인 그 살덩어리가 얌전히 담배를 물었다. 절실함이라고 하기엔 얌전하지만 결코 담배를 놓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몇 군대의 주머니를 뒤지고서야 라이터를 찾았다. 혹시나 없으나 하면 어쩌나 했던 일순간의 초조함이 한소끔 식은땀으로 뿜어져 등줄을 타고 내린다. 라이터에선 노란빛의 불꽃이 솟았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불꽃은 몇차례 몸을 흔들거리더니 이내 담배 꽁지에 몸을 나누어 놓고는 사라졌다. 원래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는 불꽃이 몸을 나누려 할 ...때 미간을 찌뿌렸다. 자신의 몸 안으로 불꽃을 들이려는 듯 담배를 빨았다. 불꽃은 담배 꽁무니를 기가 막히게 태우고 있었고 이내 담배와 불꽃은 연기가 되어 공중에서 몸을 풀었다.

 

그가 물고 있는 담배의 꽁지가 바알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고 한 번 구겨진 미간은 좀처럼 펴질 줄을 몰랐다. 그가 담배의 꽁무니를 빤다. 입술은 주름이 쪼글쪼글 해지도록 오므라들었고 모든 얼굴은 입술을 중심으로 담배를 향해 찡그려졌다. 그는 무척 힘든가 보다. 고작 몇 그램짜리 담뱃잎과 그걸 감싸고 있는 걸 있는 힘껏 빨아댄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모습까지도 가지려고 하는 것처럼. 


그 불쌍한 녀석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잡고 있는 손이 야위었다. 손등을 울룩불룩 하게 만드는 핏줄은 검은 빛이다. 그가 깊이 꽁무니를 깊이 빨수록 머리는 더 빨갛게 빛난다. 피처럼 빨간 불빛은 이내 희고 검은 재가 되어 식어가고 무엇보다 가벼워보인다. 


그는 그렇게 빨갛게 태우고 가볍게 털어버린다. 불빛이 재만 남긴 것은 아니다. 입과 목을 따라 몸으로 아무렇게나 흘러들어가는 것이 또 있다. 컴컴한 그의 입과 목을 지나 빠르게 온 몸을 타고 흐른다. 세포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훑으며 가장 말초부터 감각을 일으킨다. 말초들은 가장 예민하다. 흥분을 멈추지 못 한다.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에 아우성이다. 연기는 흥분의 파도타기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머리에 까지 도달하고야 만다. 바싹 곧추선 신경들은 생각을 정리해버린다. 입을 통해 뿜어져나오는 연기와 함께 생각의 덩어리들이 떨어져나온다. 손에 잡을 수 없는 저 연기는 끈적하다. 무겁다. 


그는 고개를 들고 그의 시선이 떨어지는 곳보다 조금 더 먼 곳에 연기를 뿜어낸다. 빨 때에는 고개를 들지 않지만 뿜을 땐 고개를 든다. 빨 때는 찡그리지만 뿜을 땐 모든 근심을 털어낸 듯 주름을 편다. 저 연기는 생각을 가지고 나와서는 흔적도 없이 허공에 풀어버린다. 어지럽게 하얀 재가 떨어진 자리는 고민의 자취다. 누군가의 고민이 하얗게 남은 저 자리엔 고단함이 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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