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을 보았다
어제와 오늘의 차이가 있다면 그건 다만 어제는 그대를 보았음이고 오늘은 그대를 보지 못 했음이 아닐까요. 이런 차이야 말로 어제와 오늘, 혹은 오늘과 내일, 지금과 지금이 아닌 모든 순간을 구분 짓는 것.
그대는, 아- 그대는.
지구에는 아직도 해가 뜨고 지고 달이 뜨고 지고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을 알도록 합니다. 그대가 없었더라면 어제와 오늘은 다를바 없고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세상은 그저 넓은 우주 속 어떤 물질의 집합체이고, 뜨는 해와 달과 별은 있으나마나 했을 테지요.
그렇다면, 늘 기쁘고 즐거운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어느 순간은 기쁘고 즐거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오직 그대일 것입니다. 빛이 없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데 빛으로 세상을 존재하도록 만드는 태양처럼 그대는 내 세상에 존재의 의미와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부여합니다. 그리하여 그대는 동을 틔우며 일어나는 해와 같고 소망을 일깨우는 촛불이며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눈빛과도 같습니다.
저기 저 천랑天狼은 참으로 밝습니다. 겹겹이 쌓인 밤하늘을 뚫고서 저렇게 밝은 빛을 저에게 밤마다 비춥니다. 저는 마음이 어두워 바라볼 수 없는 낮에도 저 별은 저에게 빛을 쏟아주고 있습니다. 연유를 묻기에는, 그 마음이 사뭇 진지한 듯 하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땅을 찢고 솟아난 쇠기둥을 몸뚱이 삼은 가로등은 제가 더 밝다 하지만, 가만히 마음을 데우는 온기가 아닌 한여름 밤의 더위 같은 저 빛은 차마 받아들이기에 거북합니다.
천랑은 둘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저 밝은 빛 뒤에는 작은 벗이 하나 있습니다. 몸집은 작지만 속이 알찬 그 벗은 그 속의 빽뺵함만큼 끌어당기는 맛이 강렬하고 그리하여 떠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하얀 그 벗은 아마 잠을 자지 못 할 것입니다. 속으로 속으로 단단해지고 스스로에게 가득해진 그 마음 때문에 꿈을 꿀 꿈조차 꾸지 못하고 밝은 빛에 가려서 그 빛 주위를 맴돌 것입니다. 누구도 그 깊고 진한 매력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의 쌍둥이와도 같은 그가 떠날까 진실로 조급해 한다면 저기 저 가로등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그저 외로울 것입니다. 그러나 천랑은 여전히 겹겹이 쌓인 밤하늘을 가르고 빛을 쏟아냅니다.
가로등뿐인 이곳에 샛별은 요원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