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Bill Gates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객관적 사실은 그가 과거에 하버드 대학을 다녔으며 현재는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애들이 서울대는 안 가도 빌 게이츠는 되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꿈이 너무 큰 것 아니야?' '아직 애들이 어려서 뭘 모르는 군.' 같은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빌게이츠 같은 인물이 되기 바랄 때, 세계 명문대를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부를 쌓으라는 뜻은 아니다. 나는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찾아 스스로 탐구하고 그 즐거움에 흠뻑 빠져 가치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따라서 이 바람은 오히려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생이므로 앞으로 학업 성취가 어느 수준일지 나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서울대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해야 할 일은 분명해 보인다. 좋은 사교육 시스템을 따라가는 것. 성적을 관리하고 뒤처지지 않게 선행 학습을 하고 적합한 학원이나 과외를 찾고.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보다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거나 앞만 보고 가기에도 바쁜 시간에 조금 흔들리면 그 길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서울대 가는 방법을 무시하는 것도 그 과정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되든 안 되든 뭘 해야 할지는 알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운을 바라지 않는 이상 처음부터 끝까지 참 막막하게 느껴진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얼 해야 하는지 생각이라는 게 잡히지 않는다. 서울대 가는 방법으로는 빌 게이츠가 될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혹자는 서울대 갈 정도로 열심히 한 사람이라면 이미 그 성실함과 끈기, 능력 면에서 남보다 낫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나마 그 길이 빌 게이츠가 될 확률을 높이는 것 아닌가라고 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질서 있게 공부 잘하는 법(스펙 쌓고 성적 잘 받기, 빠르고 정확한 정답 찾기, 선행/반복이라는 틀 내에서 최적의 점수 만들기)으로는 혁신가가 되기에 분명 한계가 있다. 더욱이 주변을 보면 그런 훈련을 적어도 초등 4학년부터는 해나가야 이룰 수 있을까 말까인 것 같다.
또 다른 혹자는 빌 게이츠는 원래 집안이 부유했고 좋은 인맥과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할 것이다. 교육에서도 철저하게 부의 양극화를 느끼는 입장에서 이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안다. 하지만 가지지 못한 것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빈약한 환경을 탓하다 보면 기회조차 오지 않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있다고 달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요즘을 살고 있는 보통 엄마다. 그 요즘이란 사교육에 견고한 체계가 있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자녀를 어려서부터 학원에 보낸다는 뜻이다. 영어는 몇 살에 어느 수준까지 도달해야 하고 수학은 몇 년을 선행해야 하며 사고력을 키우는 독서논술은 어떤 프로그램이 좋은지 등. 끊임없이 주어지는 임무와 뒤처질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아이를 키워내고 있다. 그리고 보통 엄마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무시하지 못한다. 내 또래 엄마들을 만나면 시기가 시기인 만큼 으레 성적과 학원 이야기를 하기 마련이다.
국제학교를 다니면 이런 분위기에서 조금 벗어나기는 해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어떤 면에서는 국제학교와 한국 교육과정 공부를 모두 놓칠 수 없어 이중 부담이 되기도 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한국분들이 영어든 수학이든 그 무엇이든 한국 유명 학원과 연계된 줌zoom 수업을 받는다. 물론 현지에도 나름 한국인이 운영하는 학원과 과외가 있어 그것을 이용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K교육은 어디를 가든 사교육의 범위를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나는 이런 분위기도 우리 세대가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한다. AI 시대라고 해서 지식을 습득하는 게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다. 또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의미 없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이런 교육 방식으로는 뛰어난 소수를 제외하고는 미래를 살아가기에 별 볼일 없는 능력을 갖춘 개인 정도만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각자 방향성이 다른 능력을 키워야 하는 시기에 그저 한 줄 우위에 서기 위한 소모적인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 혼자 해낼 수 없었던 많은 부분에서 AI의 도움을 받기에 작은 조직이나 개인만으로도 충분히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도 올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교육 분위기는 계속 신뢰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사실 다가올 미래에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다만 그 길로 가는 방법을 모르겠으며, 그 길이 지금으로서는 편하지도 않고, 또 현재의 방법이 그나마 위험이 적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모두의 방식대로 함께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요즘의 보통 엄마는 자꾸 생각해보려고 한다.
서울대는 안 가도 빌 게이츠는 되었으면 좋겠어.
사진 출처: Won-hyoung.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