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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끼 Jun 09. 2020

사랑하는 나의 동네

동네친구 만들기 프로젝트

대학을 서울로 온 이후로 십여 년 간 서울, 부산, 전주의 어느 동네들을 떠돌았다.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도 그중 하나다. 전세를 구하고 어느덧 일 년이 지났고 그 시간 동안 나는 이 동네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망원동, 몇 년쯤 전에 갑자기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뜬 동네이자 홍대 상권의 확장에 따라 요즘도 핫한 동네다. 미디어에 노출된 지가 꽤 지났는데도 여전히 망원 시장에는 사람이 많다. 망원 시장을 기점으로 힙한 가게들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이렇게나 힙한 런드리 카페라니!!


그런가 하면 망원동은 예전 80년대 스타일의 단독 주택이 여전하다. 빌라들이 꽤 들어서기도 했지만 빌라들 사이로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들이 의젓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단독 주택을 개조한 카페며 레스토랑, 미용실이 생기기도 하지만 아직도 사람이 사는 주택이 있다. 그런 풍경이 이 동네를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담장 위로 장미꽃들이 소담하게 피어나고 목련이 담을 넘어 꽃잎을 떨어트리는 동네, 단독 주택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대학가의 열악한 원룸이며, 불편한 사택을 떠돌던 나는 이 동네에 와서 오랜만에 맡은 사람 사는 냄새에 반해버렸다. 

90년대 순정만화에 나올 것만 같은, 장미가 피는 단독주택이다.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부산에서는 늘 부산을 떠나는 것을 생각해왔고, 전주에서도 역시 떠나는 것을 생각했다. 이직을 하면, 결혼을 하면, 하며 정착을 유예해 왔다. 작은 가구를 사려고 할 때도 이사를 생각했다. 이 가구가 짐이 될 것인가, 아닐 것인가. 이사하면 어차피 상할 거라면 비싸고 좋은 것보다는 저렴한 것으로 샀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더 이상 그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를 사고 화장대를 사고 집을 꾸미면서 정착의 감각을 익혀가기 시작했다. 하루를 살더라도 아늑하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이 동네가 그 마음에 확 불을 질렀다. 사람 사는 동네가 주는 안정감에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정착이라는 단어의 싹을 틔웠다. 


최애 카페, 이 카페에서 글을 쓴다. 

이 동네에 정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착할 수 있을까. 

정착을 위한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이 글의 발행 시점과 글의 작성 시점에 시차가 있습니다. 정착을 위한 프로젝트는 계속되나 변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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