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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끼 Jul 26. 2020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는 순대국밥

초등학교 때 인지, 중학교 때 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때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잭 캔필드, 마트 빅터 한센)’라는 책이 유행했었다. 닭고기 수프라고 하면 한국인에게는 와 닿지 않는데, 미국 등지에서 닭고기 수프는 아플 때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라고 한다. 지치고 힘들 때 생각나는 그런 음식인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다양한 음식이 이에 해당할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소고기 뭇국 일수도 있고, 밥에 물만 넣고 끓인 죽일 수도 있고.      


나에게도 이런 음식이 있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 뒤에 그런 음식이 생겼다.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게는 순대국밥이 위로를 주는 음식이다.


 



#영원한 내 편도, 영원한 적도 없다.

#내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다.

#상대의 언어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나를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회사 생활을 한 뒤로 깨닫게 된 몇 가지 교훈(또는 신조?)이다. 첫 회사에서 저 교훈들의 대부분을 깨우치게 되었다.  




# 영원한 내 편도, 영원한 적도 없다.

# 내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다.       


첫 직장에 입사하고 처음 발령받은 팀에 선배가 한 명 있었다. 그 선배는 첫인상과 달리 참 별로인 사람이었다. 특히 내게는 더 그랬다.


내가 근무했던 곳이 공공기관이어서 더 그랬겠지만, 그 선배는 보통 오후 네시까지 자리에 없었다. 어딘가에서 수다를 떨다가 5시쯤 자리로 돌아와서 그때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금방 6시가 됐고 퇴근하던 부장은 그녀가 퇴근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을 하는 것을 본다. 나와 동기가 퇴근을 하면서 퇴근 안 하세요? 하면 애매하게 웃으며 일을(무언가를?) 계속했다.


다음 날이 되면 그 선배가 하던 일 중 귀찮고 더러운(회사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할 만한 그런 일!) 일이 내게 떨어진다. 업무 분장이 늘 그런 식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맡은 일이 점점 늘어났다. 그런데 그 선배는 다른 팀에 자기가 우리 팀의 일을 다 하느라 바쁘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회식에서 그 선배가 울었다. 왜 저러나 싶었는데 부장은 그것을 일이 힘들다는 식의 시그널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에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회사 회식 자리에서 운 것이었다. 나중에 그 선배 입으로 직접 남자 친구와 헤어져서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당시에 싸해지던 분위기가 생각나면서 욕이 절로 나올 뻔했다.


당시 팀에 나와 꽤 친하다고 생각했고 일도 잘 가르쳐 주던 상사가 있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다 알고 있고 우리가 그 선배에 대해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상사가 그 여자 선배를 두둔하는 말을 했다. 아, 그때 크게 충격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당연한 것인데, 정말 크게 놀랐다.

     

그리고 나서의 깨달음이 저 일련의 것들이었다. 내가 그 선배를 보는 기준이 절대적이거나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이라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나랑 친하면 내가 싫어하는 저 사람을 같이 싫어했는데, 사회생활은 그게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그렇다면 회사에는 내 편은 있을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내가 참 어렸구나 싶지만,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껍질을 깨는 시기는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 상대의 언어에 담긴 의미와 의도를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에 담긴 의미나 의도를 해석하려 하지 않고 그 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이것도 첫 회사에서 배웠다.


당시에 부장은 팀원들이 휴가를 가는 것을 싫어했는데 휴가를 올리면 그는 휴가를 가지 말라는 걸까? 라고 생각하게 되는 말들을 꼭 덧붙였다. 실제로 그런 의도인 것 같냐고 동료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그가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당시에는 그래도 되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다. 생각이 많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큰 사람들이 말의 의미를 생각하고 의도를 곱씹는데 진짜 필요하면 대놓고 말할 것이다. 그럴 때 반응하면 된다.    




 # 누가 나를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네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와 이어지는데, 나를 모두가 좋아할 수 없고 나 또한 그러하다. 직장에서는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타인을 대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우리는 일로 만난 사이일 뿐이니까.


어떤 의미에서 타인의 마음을 내가 바꾸려고 하는 것도 욕심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남의 나를 싫어하는 마음을 내가 바꿀 수 없기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두어야 한다. 내가 싫다면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싫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교훈의 핵심은 타인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다. 회사 생활에서 만나는 타인들에게 기대하지 않는 것, 그들은 나의 하루를 괴롭게 하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나를 괴롭게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치밀하게 반격을 준비해야 한다.)     


사회생활 7년 차,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크게 상심하는 일이 있었다. 내가 기대를 했었던 것 같다. 상대가 전적으로 잘못한 일이지만 나의 기대가 더 크게 상심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일주일 내내 우울했다. 우울한 기분으로 퇴근하던 어느 날, 순대국밥 집을 찾아 들어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마음이 허할 때 순대국밥을 찾는다. 마음의 허기를 위장의 허기로 느끼기 때문인 걸까, 순대국밥에 가득 든 순대를 먹으며 그 허기를 메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마음을 단단하게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식사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을 잊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 또 기대를 하고 마음을 다치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가 무뎌져 갈지도 모를 일이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오늘의 위로가 내일의 나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밤이 깊어간다.



pixabay의 709K 님의 사진을 배경에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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