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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끼 Aug 04. 2020

치과에 다녀오면 밀크셰이크

최근에 회사 근처에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고 들렀는데 메뉴판에 ‘밀크셰이크’가 있었다. 밀크셰이크라니, 요즘 카페에서 찾아보기 힘든 메뉴다. 주저 없이 밀크셰이크를 주문했다. 투명 플라스틱 잔에 담긴 새하얀 빛깔, 빨대로 한 모금 마셔본다.


‘어, 어디서 많이 먹어본 맛인데,’


어디서 먹어봤는지 기억이 났다. 여름 방학의 시작을 알리는 맛이다.    


비싸지만 맛있다!


코로나 19 때문에 일정이 좀 바뀐 것 같지만 지금이면 딱 여름 방학 기간이다. 나의 유년기의 방학은 지금보다 좀 더 길었다.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방학이었던 것 같다. 방학이 되면 중요한 일정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치과 검진이었다. 1년에 2번 여름 방학, 겨울 방학이 되면 엄마는 우리 삼 남매를 이끌고 치과를 갔다.    

  

아주 어릴 때부터 치과를 다녔는데, 유치였는데 충치가 많았다. 치과에 가면 아주 악을 쓰고 울어서 의사 선생님이 쩔쩔맸다고 한다. 내가 하도 우니까 치과 의사가 내 볼을 때렸는데, 그 뒤로 엄마는 그 치과를 다시는 가지 않았다고 했다.      


영구치가 나고부터는 신기하게도 충치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방학이 되면 치과에 갔다. (방학 때마다 치과에 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치과에 가지만 검진만 하고 치료는 받지 않게 되면서 치과 가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엄마와 동생과 시내 치과 진료를 받는다. 치과의 소독약 냄새나 윙윙 돌아가는 기계를 견디고 나면 다시 엄마와 동생 손을 잡고 빵집에 간다. 내가 자란 지역에는 유명한 빵집이 있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대학에 다닐 때에도 유명했고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도 유명한 그런 빵집인데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달콤한 냄새가 가득했다.      


엄마는 아이스크림이나 밀크셰이크 중에서 고를 수 있게 해 주셨는데, 나는 꼭 밀크셰이크를 골랐다. 엄마는 약간 녹아 있는 느낌의 밀크셰이크가 덜 위생적일 것 같다고 생각하셨는지 아이스크림을 먹으라고 무언의 압박을 하셨지만 늘 밀크셰이크를 골랐다. 달콤하고 부드럽게 녹아드는 맛이 너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밀크셰이크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우유로 만들었던 것 같다. (요즘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밀크셰이크와는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빵집에서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팔면서 밀크셰이크도 같이 팔았다. 밀크셰이크와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베이스가 같은데 질감이 다르다.


보기에 밀크셰이크는 아이스크림을 녹인 상태인 것인 것 같지만 녹은 아이스크림과는 다른 맛이 있다. 아이스크림이 녹아있는 꾸덕한 느낌이 아니라 아주 작은 설탕 알갱이들이 알알이 굴러다니는 상큼한 맛이다. 빨대를 타고 오르는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좋아서 발을 동동 대며 마신다. 자꾸 줄어드는 밀크셰이크를 아쉬워하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치과 진료를 받고 밀크셰이크를 먹는 것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싶지만, 지금도 가기 싫은 치과에 가는 것을 조금이나마 좋아하게 만들어 주었다.           


방학의 시작, 싫으면서도 좋았던 엄마와의 치과 나들이, 밀크셰이크가 그때의 기억을 환기시킬 줄이야.  이제는 방학이 없는 직장인이 되어버려서 그런 걸까, 나에게 여름방학이 다시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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