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의 디제이가 보여주는 매력적인 셋
디제이를 보고 "와 진짜 멋진데?" 라는 생각이 들때는 언제인가?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와 플로어를 휘어잡는 멋진 선곡? 예상치 못한 믹싱으로 신선한 곡의 전환을 들려줄때? 수려한 외모로 눈을 뗴지 못하게 만들때? 화려한 영상과 음악의 조화로 하나의 멋진 쇼를 보여줄때?
모두 다 맞는말이지만,
내 경우에는 2018 Red Bull 3Style - South Korea National Final 에서 보여준
DJ Shintaro 와 DJ Puffy 의 백투백 디제잉 이었다.
그 날 나는 이태원 Soap에서 열린 레드불 쓰리스타일 한국결승전에서 테크니션으로 일하고 있었다.
결선진출자 들의 플레이를 무대 가장 가까운곳에서 보면서도 사실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후 3시부터 이어진 리허설과 세팅으로 지쳐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디제이을 보고 "와 정말 멋있다 잘한다" 라는 생각을 안한지는 꽤 오래됐기 때문이다.
결선진출자들의 타임이 끝나고 그 이후부터는 심사위원들의 플레이로 소프의 밤을 이끌어나갔는데
킹맥, 신타로, 퍼피의 타임이 끝나고 신타로와 퍼피의 백투백 플레이가 들리는 순간 나는 이제 집에 가려던 생각을접고 넋 놓고 그들의 플레이를 쳐다보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B2B 플레이는 한 셋트의 장비를 가지고 1,2번덱은 A디제이가 3,4번덱은 B디제이가 하는식으로 플레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유하는 하나의 믹서를 가지고 믹싱하고 옆에 디제이가 다음에 틀 곡이 어떤것인지 LCD 화면을 통하여 어느정도는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날 신타로와 퍼피가 보여준 비투비 퍼포먼스는 PLX-1000 + DJM-S9 + PLX-1000 으로 구성된 하나의 세트를 두 명이 각각 세팅된 상태에서 보여주었다. 대화할 수 있는 거리도 아니었고 그 날의 상황을 미루어봤을때 미리 합의된 셋도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타로와 퍼피의 비투비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힙합, 팝, 베이스하우스, 테크노, 하드스타일 정말 장르를 가리는게 무의미할정도로 수많은 음악을 플레이 했는데,
한곡 한곡 주고 받을때의 그 눈빛교환 만으로 완벽하게 서로가 들어갈 타이밍과 빠질 타이밍을 알고 믹싱하며 댄스플로어를 확인하며 적절한 텐션 조절과 술에 취해 신나있는 모습까지 모든것이 좋았다.
벌써 3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날 둘의 비투비 플레이는 아직까지도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충격이었다.
그 후 신타로 와 퍼피를 정말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2019년 레드불 쓰리스타일 한국결승전(옥타곤)에서 다시 만났을때는 같이 사진도 찍게 되었다. (필자는 다년간 페스티벌 백스테이지를 다니면서도 유명한 사람에게 사진 찍자는 말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내가 이제껏 본 대부분의 B2B는 서로의 시너지가 난다기 보다는 억지로 끼워맞추려는 느낌이 강했다.
타임에 들어가야 할 사람은 많은데 자리가 부족하니 억지로 그냥 두명씩 넣어논 느낌.
그러나 B2B 는 어벤져스 같은 느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각자도 세지만 모였을때 더욱 더 세지는 그런 느낌
서로의 오리지널리티는 가져가면서 연계기 공격을 하는 그런 느낌
내가 들었을때 이런 느낌을 주는 B2B 셋 몇개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https://www.youtube.com/watch?v=JL3b_fewO08
칼콕스와 팻보이 슬림의 테크하우스 B2B. 노련한 테크닉과 서로의 오리지날리티를 잘 보여준 좋은 예.
https://www.youtube.com/watch?v=gMAyGBnVktE
하우스와 디트로잇 테크노를 완벽한 무드로 플레이한 바이닐셋. 잠옷바지부터 시작해서 누워있는 모습과 담배피는 모습등 모든것이 완벽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