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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잘 모르는 아일랜드 여행 - Achill 섬

애킬 섬 (Achill Island)

by kittens

아일랜드 여행지. 그 중에서 한국인이 자주 가지 않는 곳을 뽑아서 하나씩 커버를 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애킬(Achill) 섬이라는 곳에 대해서 적는다.


내가 예전에 아일랜드하면 떠오르는 (긍적적인?) 선입견이라면 뉴질랜드나 노르웨이처럼, 북유럽 감성의 양떼와 초원, 구릉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아일랜드 동부, 특히 더블린 근교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기 쉽지 않다. 마치 파릇파릇한 텔레토비 동산 같은 감성을 만끽하려면 왠만하면 아일랜드의 서쪽 해안, 영어로 Wild Atlantic Way라는 곳을 방문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Achill은 이런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곳이다.


Achill 섬은 어디에 있나? 아일랜드 서부 County Mayo에 (메이요 카운티) 있다. County Mayo의 큰 도시는 Westport라는 곳인데 거기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Achill 섬이 나온다. 한국으로 치환해보자면 인천 = Westport, 강화도 = Achill 정도 될 거다. 원래는 섬이였던 곳이지만 연육교가 뚫리면서 차로도 갈 수 있게 됐다.


나의 아일랜드 국내 여행은 대부분 저렴한 숙소 (BnB) 아니면 캠핑이다. 그리고 동행이 있지 않을 때, 나 혼자 떠날 때는 거의 100% 로드 자전거를 타는 게 주 목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Achill은 캠핑과 로드 자전거 활동을 섞기에 최고로 어울리는 장소다.


Achill 섬엔 주 캠핑장이 두 곳 있다. 난 두 곳에 다 묵어봤는데, 한 쪽은 캠핑장 사이즈가 조금 작고 다른 쪽은 정말 크다. 다만, 크고 시설이 많은 곳은 여름에 예약하기가 좀 힘들다. 특히나 캠핑 같은 경우는 지붕이 있는 숙소에서 묵는 게 아니다보니 날씨가 중요하다. 아일랜드는 하도 습한 나라다 보니까 여름에도 비교적 화창하긴 하지만 비가 올 때도 종종 있다. 그래서 여름 캠핑장 예약 경쟁을 뚫으려면 왠만하면 일정 시점까지는 무료 취소가 되는 곳으로 하는 게 좋다. 우중이나 태풍 속 캠핑만큼 고생하는 게 또 없으니까.


참, 이건 게시글 제일 처음에 말을 했어야 됐는데, 내가 적는 게 “한국인이 자주 가지 않는 아일랜드 관광 명소“다 보니,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너무나도 힘든 곳이다. 자차나 렌트카에 비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면 적게는 3-4배 정도, 많으면 10배 넘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아일랜드 시골은 대중교통도 거의 없거니와, 연계도 안 돼 있고, 농어촌 버스 같은 걸 여러 번 갈아 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인들끼리 돈을 모으고 시간을 내서 국제운전면허증 + 렌트카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일랜드 운전과 로드트립 내용은 추후 다른 글로 정리해보겠다.


Achill은 나 같은 로드 자전거에 진심인 사람이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코스도 다양하게 짤 수 있고, 섬 어느 곳을 가든 엄청 예쁘다. 보통 내가 유럽에서 로드 자전거 당일치기 장거리를 뛰면 100-150km 정도를 하루에 소화한다. Achill은 섬 자체만으로 30-50km 대 코스를 다양하게 짤 수 있므며, 장거리를 뛰고 싶으면 연륙교를 통해 섬 바깥의 코스도 한 스푼 추가해주면 그만이다. 특히 섬 바로 앞에서부터 Westport까지 Great Western Greenway라는 꽤 괜찮은 자전거길이 있다. 능력에 따라 입맛에 따라 내키는대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곳이 Achill이다. 로드자전거 참고 영상​.


Achill 섬의 명소를 톱아보자. 대표적으로 해안 절벽이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절벽이라고 하면 대부분 모허 절벽을 (Cliffs of Moher)절벽 꼽을 거다. 여긴 하도 유명해서 사실 자차가 없어도, 더블린에서 당일치기 관광 버스가 많이 다닌다. 모허 절벽도 아주 예쁘고 좋은데 모허의 특징은 절벽의 높이가 낮은 대신에 길이가 매우 길다는 거다. 높이가 약 200미터 정도다.


그래서 아일랜드의 가장 높은 절벽을 보러 가려면 Achill 섬으로 가야 한다. 이곳의 절벽 이름은 Cliffs of Croaghaun (크로하운 정도로 발음) 높이는 688미터다. 이 절벽의 유일한 단점은 노르웨이의 피오르드처럼 “수직” 형태의 절벽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꼭대기에 느껴지는 압도적인 아찔함은 덜하다. 하지만 충분히 장관인 곳이고 방문할 가치가 있다. 드론을 가지고 등반한 참고 영상​.


다만 주차장 바로 옆에 있는 Moher 절벽과 다르게 Croaghaun은 거의 2시간 정도를 꽤 힘든 산길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꼭대기를 등반하려면 거기서 또 1시간이 추가된다. 또한, 반드시 날씨가 화창할 때만 갈 것. 비 온 날은 뻘밭의 지옥이 펼쳐진다. 튼튼한 등산화는 필수.


여기 말고도 소소하게는 이 포스트의 커버 사진으로도 올린 White Cliffs of Ashleam, 한국인 + 아이리쉬 커플이 운영하시는 폴라로이드 사진 전문 갤러리 Red Fox Press, 그리고 구석구석 수 많은 새하얀 모래사장이 있다.

잘 찾아보면 가성비 숙소도 있고, 원한다면 힐링 캠핑을 할 수 있는 캠핑장도 있고, 진짜 북아일랜드 같은 아일랜드의 감성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곳, Achill 섬. 렌트카를 할 수 있다면 강추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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