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적 동일시는 분노 발작의 기본원리
Bion에 의하면 사람들은 처리되지 않은 날것 상태의 감각, 감정, 인식과 같은 베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아직 의미 없는 것들이다. 유아에게는 아직 이를 처리할 심리 장치가 없기 때문에 불쾌감이 우세하게 되면 베타 요소가 대상에게 투사된다. 대상은 자신에게 투사된 것을 담아내고, 동일시하고, 변형시켜, 보다 견딜 수 있는 형태로 되돌려 준다. Bion은 이러한 과정을 알파 기능이라고 하였다.
Melanie Klein은 편집-분열성 시기*에 일어나는 유아의 심리적 과정을 묘사하였다. 유아는 내면의 나쁜 대상(죽음 본능의 심리적 표상) 들을 제거하려고 한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 있기 때문에 분리하여 다른 사람 속으로 투사한다. 또한 유아는 항문기 충동에 의해 자신의 위험한 물질을 어머니의 내부로 집어넣으려 한다.
Klein은 이렇게 원하지 않는 자신의 일부분이나 내부 대상을 분리시켜 투사하고, 해를 입히려 하고, 조종하고, 소유하려고 하는 것을 투사적 동일시라고 하였다.
동시에 아이는 어머니가 자신이 느낀 것을 느끼게 함으로써 이해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느낌을 말로 설명할 수 없기에 어머니가 그렇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결국 아이는 투사적 동일시 과정을 통하여 어머니와 소통을 한 것이 된다.
"아이고 우리 똥강아지 화났어!"
엄마는 아이가 투사한 안 좋은 감정을 그대로 받아준다. 다만 '나에게 화내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괴로움은 있으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부모도 아이의 반응이 기분 좋은 것은 아니나 격렬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말로 얼러준다.
아이는 자신의 괴로움과 공격성을 투사했는데 부모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자신이 동화, 흡수할 수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얼러 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10년 전, 병원에서 근무할 때 4살 정도 된 남자아이가 진료를 보러 왔다. 평소에도 자주 오던 아이였고, 엄마가 아기띠를 하고 데려오는 어린 여동생이 있었다. 진료 순서가 되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대기실에서 보던 TV 만화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인지, 그날따라 진료 보기가 싫었는지 나도 이유는 모른다. 엄마가 동생을 안고 아이를 재촉하자, 아이는 곧 분노 발작을 일으켰다. 엄마는 달래도 보고 혼내도 보았지만 아이는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정신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간호사와 내가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된 후, 엄마는 앉아서 한참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