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아이 보는 데는 찬 물도 못 먹는다"는 말이 있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곧잘 따라 하므로 생긴 말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어른들은 말과 행동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앵무새를 키우는 앵집사네 집은 어린아이만큼 호기심 강한 생명체가 있으니, 바로 2살 된 앵순이다. 사람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모두 검사 검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야말로 먹을 것에 있어서는 호기심 끝판왕이다. 먹을 것에 진심인 반려동물과 함께 살다 보니 앵순이와 눈이 마주치면 찬물도 못 먹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혼자 먹지 말고 나도 한 방울만 줘봐
뜨거운 거, 차가운 거 가리지 않고 덤벼들기 때문에 앵집사들이 뭔가를 입어 넣으려면 자연스럽게 앵순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인간들이 오히려 눈칫밥 먹으며 산다.
앵순이도 급하게 달려들면 화장실로 유배 간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처음에는 관심 없는 척 주위를 맴돌다가 마지막에 본심을 드러낸다. 본인 밥그릇에 앉아 모이를 먹는 척하다가가 어느 순간 컵 위에 앉아있는 전략을 쓴다. 특히 달콤한 향이 나면 앵순이가 더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다.
사람들처럼 하는데 왜 입에 들어오는게 없지?
우아하게 차라도 한 잔 마시고 싶어 컵을 들면 앵순이 본인도 맛보겠다며 성화다. 집에서는 컵을 사용하지만, 밖에서 사 오는 음료는 빨대가 꽂혀있는 일회용 컵인 경우가 있는데,새대가리인 앵순이도 사람들이 빨대로 쪽쪽 빨아먹는 모습을 보더니 빨대에 부리를 꽂고 먹어보겠다고 나선다. 따라 하는 행동만큼은 인간 못지않다. 빨대로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빨대를 뽑아 패대기치기도 한다. 새도 한 성깔머리 한다.
앵순양! 미성조는 주류 금지입니다
나도 한 입 만!
인간이 먹는 건 모두 먹어보고 싶어 하는 욕심 많은 앵무새지만 욕심의 크기가 작다는 점은 배울만하다.못 먹게 하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물기도 하지만 몇 번 맛보면 쉽게 만족한다. 욕심부리며 열정을 보이되, 크기가 작은 욕심이라면 쉽게 채워지니 삶의 만족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소확행이 유행했나보다.
비록 미물인 새지만 같이 살면서 배울 점도 있다. 작고 소소한 욕심, 그것이 채워짐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