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말이면 학교마다 졸업식 준비 하느라 분주했지만 봄방학이 사라지면서 이제는 1월에 졸업식을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졸업식 하면 빠질 수 없는 물건이 축하 꽃다발이다. 졸업식 날 만큼은 학교 앞에 꽃을 팔기 위해 나온 상인들로 북적인다. 심지어 3일 전부터 교문 앞에 자리를 맡아 놓기까지 한다. 자리를 맡아놓는다는 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명당을 선점하기 위한 꽃집 사장님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장사는 목이 중요하고 하루 반짝 파는 꽃다발도 자리 선점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꽃 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시즌이 졸업식이 있는 겨울과 스승의 날,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이다. 물가가 오르고 있는 만큼 꽃 값도 예전 가격이 아니다. 예전에 3만 원 전후 정도면 살 수 있었던 생화 꽃이 기본 4만 원 이상이다. 근처 꽃집에 물어보니 5만 원에 맞춰 예약주문을 받아준다는 곳도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는 우리 집 쌍둥이 아들을 위해 꽃다발 2개는 사야 하는 상황이다. 생일에 케이크는 두 개 사주지 않지만 꽃다발은 2개 사줘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조카도 있어 이 정도 수요면 내가 만들어 볼까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자린고비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는 뭐든 직접 만들어 보려는 시도를 결혼 생활 내내 해왔다. 밖에서 맛있게 먹고 온 음식이 있다면 집에서 꼭 재현하게 된다. 그러면 남편은 침이 튀도록 칭찬을 한다. 더 맛있고 양도 많고 재료도 좋고 등등. 아내를 칭찬으로 가스라이팅하는 남편이다. 그렇다 보니 집에 붕어빵틀과 타코야키를 만들 수 있는 올록볼록한 팬도 있다. 밖에서 사 먹는 타코야키는 문어도 조금 들었는데 가격이 비싸 집에서 한동안 만들어 먹었다. 대식가 아들들이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줄 때였다. 이런 생활에 단련되어 있는 아내에게 수제 꽃다발 그까짓 거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는 도전 정신이 팍팍 생긴다.
단,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꽃다발을 생화가 아닌 초콜릿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계획이다. 꽃은 눈으로 먹지만 초콜릿은 입으로 먹을 수 있으니 대식가 아들들이 더 좋아할 것 같았다. 아들 맞춤형 꽃다발이다. 친구들과 나누어 먹을 수도 있으니 졸업식 날 분위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해본다.
올해 꽃다발이 필요한 분이 계신다면 아래 설명을 따라 한 번 만들어 보시기를 추천해 드린다. 은근히 보람차고 뿌듯하다. 예술 공예가가 된 느낌이다.
꽃다발을 만들면서 터득한 팁도 함께 기록해 두었다.
●진행 1단계 - 유튜브로 예습하기
유튜브를 통해 자신감 얻기가 첫 번째다.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는 지식의 요람이 유튜브다. 내가 생각한 계획과 꼭 맞는 영상은 없었지만, 맘에 드는 영상 2~3개를 여러 번 보고 대충 만드는 방법을 마음속으로 익힌다.
●진행 2단계 - 재료 구입하기
초콜릿은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해 두었다. 포장에 필요한 재료는 다이소에 가면 다 있다. 구매한 물품은 아래와 같다. 1만 원가량 들었다.
-조화 꽃
(tip : 마음에 드는 것으로 구매하되, 크기가 큰 꽃은 피한다. 꽃은 그저 거들뿐! 주인공은 초콜릿이다.)
-플로드지
(tip : 일방 포장지를 사면 안 된다. 플로드지라고 따로 있으니 잘 보고 구매할 것. 2가지 색과 투명 비닐도 구매했다.)
-화훼용 철사
-빵끈
-풍선 봉
(tip : 15개씩 들어있다. 작은 크기로 살 것!)
화훼용 철사와 플로드지 사진을 못 찍었다.
●진행 3단계 - 재료 손질하기
-꽃 다듬기
조화 꽃을 다듬는다. 철사로 되어 있는 줄기 부분을 잘 나눈 후 잘라준다. 주방 가위로 자르면 날이 무뎌지므로 펜치를 사용해서 끊어 준다. 조화 꽃이 사진처럼 잎과 꽃이 분리되어 있다. 꽃다발을 만들었을 때 예쁘게 보이려면 잎을 위로 올려서 정리해 준다.
한 송이 천 원이다. 꽃이 다섯개씩 붙어 있다.
자른 조화 꽃 잎 정리하기
before / after
-초콜릿 포장하기
페레로로쉐와 킨더 초콜릿을 풍선 봉에 붙여 초콜릿 꽃을 만든다. 초콜릿 꽃다발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초콜릿은 페레로로쉐다. 색도 황금색인 데다가 동글동글해서 포장하기가 쉬워 보였다. 역시나 풍선 봉에 딱 맞게 들어간다.
비닐 속에 페레로로쉐를 넣고 풍선 봉을 함께 넣은 후 비닐을 빵끈으로 묶어주면 완성!
학년이 어리다면 계란 모양으로 되어있는 킨더 초콜릿을 추가해 준다면 금상첨화. 풍선 봉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주면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있다. 번거롭게 글루건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재료 준비가 끝났다.
●진행 4단계 - 예쁘게 줄 세워 묶기
쉬워 보이지만 은근히 손이 아프다. 앞에서 보았을 때 예뻐 보이기 위해 키를 잘 맞춰야 한다. 어느 정도 줄을 세워 스카치테이프로 아랫부분을 감아준다. 철사가 있으면 철사로 묶어줘도 된다. 집에 가는 철사가 없어서 투명 테이프로 묶었다.
tip : 조화 꽃 중에 꽃대가 짧은 것도 있다. 그러면 꽃이 묶이지 않고 떨어질 수 있으므로 풍선 봉에 미리 테이프로 붙여두면 다발을 만들 때 편리하다.
●진행 5단계 - 플로드지로 옷 입히기
플로드지를 꽃 크기에 맞춰 적당히 자른 후 종이를 살짝 어긋나게 접어둔다. 꽃을 가운데 놓고 각 잡아 묶어 준 후, 색이 다른 종이로 앞부분에 덧입혀 한 번 더 묶어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투명 비닐로 한 번 더 두른 후 예쁘게 리본으로 마무리해 주면 끝!
꽃 크기에 맞게 자른후 살 짝 어긋나게 포장지를 접어둔다
1차 플로드지 묶기
앞 부분 플로드지 추가 후 투명 비닐로 전체 한 번 더 묶어주기
(말은 쉬운데, 손에 익숙한 동작이 아니라 예쁘게 포장하기가 힘들었다)
총 6만 원 조금 넘는 돈이 들었다. 초콜릿이 5만 원 다이소에서 산 포장지가 1만 원 조금 넘었다. 이렇게 6만 원으로 꽃다발 4개를 만들었다. (꽃다발 하나는 미리 배달해서 사진은 3개만 찍음) 엄마의 노동력과 수고비가 들었지만 6만 원에 꽃다발 4개면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포장은 좀 어설퍼도 '풍성한 초콜릿 듬뿍 꽃다발'을 들고 오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아들이 포장하는 내내 옆에서 호시탐탐 초콜릿을 탐냈다. 참았다가 먹으면 더 맛있을 것이다. 아들아 졸업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