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무엇일까. 바로 행운이다. 어린 시절 다들 한 번쯤은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헤매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은 아마 로또(?)를 통해 네 잎 클로버의 행운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발로 밟고 다녔던 세 잎 클로버는 꽃말은? 바로 행복이다.
행운을 찾기 위해 지전에 널려 있던 행복을 짓밟아 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대상이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보니 모두 '반려'라는 단어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첫 번째 반려대상은 식물이다.여러 종류의 난초를 키우고 있는데 난초를 키우면서 느낀 점은 시련과 고통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난초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추위'가 필요하다. 적정한 온도와 습도가 완벽하게 주어진 공간에서는 난초가 꽃을 피우지 않는다. 추위라는 시련과 고통이 있어야 그해에 꽃을 보여준다. 난초가 피운 꽃을 보면 무에서 유가 절로 주어지지 않음이 느껴진다.
난초뿐만 아니라 사람도 시련과 위기 속에서 성장한다. 시련이 찾아올 때 힘들어만 하지 않고 힘듦 뒤에 따라올 어떤 성장이 있을지 기대감이 생기며 설레기도 한다. 난초를 보며 위기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눈이 편안한 싱그러운 초록빛 잎, 계절 따라 피어주는 꽃망울들. 반려식물은 나에게 행복 그 자체다.
반려 나무도 한 그루 동거 중이다. 샤인머스캣 나무 한 그루가 아파트 베란다에 살고 있다. 반려 나무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가치를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엄청나게 많은 꽃송이가 피었다. 포도꽃은 그림자처럼 펴있어서 꽃이 핀 줄도 몰랐다.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작은 꽃이었다. 하지만 꽃을 피우고 보니 일조량과 생육환경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포도나무가 저 스스로 건강하고 좋은 위치에 있는 한 송이를 제외하고 모든 꽃을 떨어뜨렸다. 식물도 적응력이 뛰어나며 때로는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깨우침도 주었다. 그렇게 키운 한 송이의 샤인머스킷은 너무 달고 맛있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두 번째 반려 대상은 앵무새다. 앵순이라는 이름을 지닌 앵무새는 암컷이며 엄마의 대리 자아실현을 실천 중이다. 쌍둥이 아들에 남편까지 남자만 셋! 더 이상 이 집에 수컷은 올 수 없다며 반려동물은 암컷으로 데려왔다.
기혼자들은 한 번씩 내가 솔로였다면...이라는 상상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미혼이고 싶은 기혼! 혼자 성격대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앵순이는 엄마집사의 자아실현을 대리 수행 중이며 엄마 집사 또한 그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하고 있다. 앵순이 만큼은 절대 결혼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불만을 분만시켜 정신적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반려동물이다.
세 번째 반려 중인 대상은 손이 많이 가서 시어머니께 반납하고 싶은 반려 인간, 남편이다. 반려 인간이라고 하니 어감이 부정적인데 의도한 것은 아니다. 반려 식물, 반려동물이라는 표현과 라임을 맞추기 위해 반려 인간이라고 칭했다. 보편적인 표현으로는 반려자라는 표현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난초에게 시련과 고통이 추위라면 나에게는 남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집밥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넘치는 반려 인간님 덕분에 똥손이던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뿐만 아니라 빨리 포기하고 스트레스받지 않는 법, 가족의 평화를 위해 수도승급 인내심과 끈기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반려인간 덕분에 다양한 재주를 지닌 팔방미인이 되어가고 있다. 이 또한 자기 성장을 위한 자극이자 자존감 높이는 행복이라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행-복-합-니-다!!!!!! ^^;;;
'반려'라는 의미는 사전적으로 동반자, 짝, 짝꿍이라는 뜻이다. 삶에 스며들어 만나기 이전과 이후에 유의미한 변화를 준 대상이 있다면 동물이든 식물이든 물건이든 '반려'의 지위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래에는 '반려공구', '반려신발'이라는 용어까지도 들어봤다. '반려'라는 의미는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소중하며 평생 함께하겠다는 뜻으로 활용할 수 있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반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반려할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질수록 삶은 풍요롭고 풍부해질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