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이에 존재하고 싶은 인간

by 흥미진진한 독자

여러 취미를 전전하다 글쓰기에 정착했다. 글쓰기는 시간적 효율성과 공간적 제약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좋았다. 워킹맘이 할 수 있는 자기 계발 중에 글쓰기만큼 유용한 취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거룩하고 숭고한 활동이다.


아무리 욕심부려도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아무리 많이 해도 유익하면서 허무해지지 않는 것.

아무리 소비해도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나의 취미가 남의 질투를 일으키지 않는,

그래서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취미가 글쓰기와 독서라고 생각한다.



여행, 맛집, 쇼핑은 경제력의 차이로 인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 타인의 질투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하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는 시간만 내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행위이고 마음만 먹으면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질투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동경의 대상이 된다.



인문학자 고미숙 선생님은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은'일

'이생에도 좋고 다음 생에도 좋은'일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일이 글쓰기 말고 또 있을까?라고 확언하셨고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글쓰기라는 생각은 죽을 때까지 변함없을 예정이다.



글쓰기 계속하고 싶은 이유는 글을 쓰면서 나에게 일어난 변화 때문이다.


1. 풍요로운 시선을 지니게 된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풍요로워졌다. 평범한 일상에서 재미있는 소재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칠 일들이 이제는 하나의 글감으로 메모장에 기록된다. '꽃이 예쁘구나'의 수준에서 꽃의 색깔 수술 모양, 꽃의 크기 꽃받침까지 살펴보는 세밀한 시선을 지닌 사람으로 바뀌어 가는 변화가 기쁘다.


"대충 보면 대충 생각하게 된다.

생각을 방해하는 가장 무서운 해충이 바로 대충이다." <언어를 디자인하라 - 유영만>


대충이라는 해충에서 벗어나 차이를 인식하는 안목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 글쓰기다. 언어를 서로 연결하며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2. 시간보다 삶을 누릴 줄 알게 된다.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누며 알차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잠들기 전에 공허한 기분이 든다. 오늘 하루가 나에게 남긴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글쓰기를 하면서 하루하루가 충만하게 흘러간다. 시간을 살아가지 않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글쓰기를 하면서 느끼게 된 감정이다. 아침에 눈 뜨고 출근하는 일이 싫지 않다. 오늘 어떤 일이 나를 기쁘게 할지, 당황하게 할지, 화나게 할지 모르겠지만, 오늘 저녁 글 쓰는 시간에 그 모든 일들은 소재나 주제로 글감이 되어 나를 관통해 나의 역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3. 실수에 너그러워지게 된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때 화를 많이 내는 성격이었다. 주변에 함께 있던 사람에게도 짜증도 표출했다. 하지만 글쓰기를 하면서 여유가 내 삶에 함께 들어왔다. 글을 쓰면서 내면을 바라보게 되고 나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해심이 확장되었다. 상대방의 실수에 분노하기보다는 조언해 줄 수 있고, 비난하기보다는 의견을 제시하게 되었다. 글쓰기는 사람 성격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4.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알게 된다.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듯한 몇 가지 대상 중에 마음도 포함되어 있다. 이랬다 저랬다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건지, 내 것이지만 좀처럼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방향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 글쓰기는 어긋난 방향을 다시 잡아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알아채는 내 모습에서 글쓰기의 위대한 점을 또 발견한다. 쓰면 보일 것이다. 그것은 사물일 때도 있지만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인간이란 人(사람 인)에 間(사이 간)으로 표현된 어휘다. 사람은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늘과 땅 사이, 사람 사이, 언어 사이, 도구 사이가 모두 해당된다. 나는 글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제 쓴 글과 오늘 쓴 글 사이에 '나'라는 존재가 풍요롭게 존재하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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