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반, 사투리 반 나의 언어 생활
나의 정체성은?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다. 몸과 땅은 하나라는 의미로 자기가 사는 땅에서 키운 농작물이 몸에 잘 맞는다는 뜻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도 땅의 영향을 받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도 땅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는 그것을 '사투리'라고 부른다.
대구에서 오랜 기간 살다가 울산을 거쳐 지금은 경기도에 살고 있다. 6년 동안 살면서 어느 장소, 어느 모임에 가든 나의 말투가 나의 고향을 증명해 왔다. 대부분 사람들이 경상도 말투라도 바로 알아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6년 만에 완벽하게 사투리 억양에서 벗어났다. 처음에 전학 왔을 때 학교 친구들이 사투리 억양이 재밌다며 일부러 말을 시키기도 했다는데, 이제는 100% 표준어에 완벽하게 동화되었다. 역시 언어는 어릴 때 배우는 게 맞나 보다. 고향이 서울이던 남편도 바로 서울말로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억양 있는 강한 말투를 본의 아니게 고수하고 있다.
정말 웃긴 점은 정작 당사자인 나는 사투리 억양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스스로 표준어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억양이 다르다고 하면 아닌데?라고 반발하지만, 차이점을 알려주면 바로 수긍이 간다.
얼마 전 다친 동료에게 '우짜노, 마이 아프겄다.'라고 했는데 동료가 웃었다. 억양이 재밌다는 것이다.
'가생이에 먼지 쌓인 거 봐라.'라고 했더니 '가생이'가 뭐냐고 묻는다. 그제야 내가 사투리를 썼구나 싶다.(*가생이는 가장자리)
'전자레인지에 따뜻하게 데파먹자.'라고 했더니 '데우자는 거지?' 하며 문맥으로 이해한다. 이렇게 상대방이 이야기해 줘야 그 말이 사투리구나 싶다.
대구에 친구들을 만나면 '가시나 서울말 쓴다'라고 구박한다. 경기도에서는 사투리 억양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반인반수처럼 '반사반표'를 쓰는 애매한 인간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여기도 저기도 소속되지 못하는 애매한 정체성을 지닌 말투가 되었다.
그렇다고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다들 표준어를 쓰고 있는 직장에서 나의 말투는 자연스럽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요소가 되어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 그야말로 저절로 브랜딩이 되었다. 내 말투를 듣고 고향이 부산, 경산이신 분이 친근감을 가지고 먼저 다가오기도 했다.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알기 위해서 타자라는 거울이 필요하다고 하더니 주변 사람들로 인해 나의 언어 사용 습관과 억양의 느낌을 알아가고 있다. 역시 사람은 혼자 있으면 객관적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존재가 맞나 보다.
가마이 보면 애매한 사투리가 나의 매력을 맹글어주는 요소가 됐는데, 쎄빠지게 표준어 쓸 필요가 있겠나? 나는 쪼매도 불편한 게 없다 안카나. 그렇다 아잉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