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장군이로소이다 (ft.주방은 엄마들의 전쟁터)

육아전쟁

by 흥미진진한 독자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먹고 살아갈 방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죽지 않으려면 먹어야 하고, 먹어야 살 수 있다. 먹고살기 위해 출근하고 돈을 벌고 음식을 사고 배를 채운다. 엄마의 고민은 바로 먹는 것에서 시작된다.


벌어먹고살기 위한 고민이 아니라 하루하루 먹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일련의 요리 과정이 엄마들에게는 큰 과제 중의 하나이다.


빨래는 하루 이틀 미뤄도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또한 청소도 더러운 것만 참아낼 수 있다면 미루어도 탈 날 것이 없다. 하지만 절대 미룰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때가 되면 울리는 배꼽시계에 맞춰 음식을 대령하는 일이다.


우리 집에는 정확하고도 강력한 배꼽시계를 가진 인격체 3분이 있다. 퇴근 시간이 1시간만 늦어져도, 주말에 1시간만 늦게 일어나도 집에 존재하는 모든 배꼽시계가 일제히 나를 향해 울린다. 이 집에서 밥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정작 나밖에 없는 것인가! 함께 사는 '남의 편'이라는 사람은 손발이 없는 연체동물인가! 잠시 남편을 원망해 보기도 하지만 아들 녀석의 애교에 무거운 몸을 움직여 주방으로 출동한다.


직장은 휴일도 있고 주말도 있는데 어째 밥 먹는 일은 휴일이 따로 없다.


옛말에 '삼순구식(三旬九食)'이라는 표현이 있다. 30일 동안 9번 밥 먹는 아주 가난한 상태를 이르는 말인데, 밥 먹는 사람이 아니라 밥 짓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단어가 어째 부러워진다. 30일 중 9번만 밥을 하는 그곳은 유토피아이지 않을까? 엄마로서 매 끼니를 책임져야 하는 삶의 무게가 삼순구식이라는 비참한 상황도 부럽게 만들어 버렸다.


박지원은 <소단적치인>이라는 글에서 글짓기를 병법에 비유했는데 요리하는 과정도 전쟁터 못지않다는 생각이 든다.


주방은 전쟁터요 식구들의 입은 공략해야 할 적국이다. 적국을 함락시키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식재료를 씻고 다듬어 가지런히 정렬해 놓은 모습은 마치 병사들이 대오를 이루어 행군하는 모습이다. 봉화가 올라오면 병사가 움직이듯 가스레인지 불이 켜지고 병사들이 일제히 움직인다. 소금, 간장, 후추 등을 이용해 간을 맞추는 행위는 다양한 병법으로 적국의 입맛을 공략하는 것. 보글보글 끓는 것은 징과 북을 울려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소리다. 요리가 완성되어 갈 때 간 보는 것은 성벽을 올라 문을 부수고 적을 사로잡아 승리를 예감하는 것이다. 가스레인지와 환풍기를 끄면 군대는 전쟁에서 이기고 개선한다.


요리하는 사람이 솜씨가 좋으면 냉장고 속에 있는 특별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해도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마치 능력 있는 장수가 군대를 지휘하면 백전백승하는 것과 같다.


용병을 잘하는 자에게는 버릴 병졸이 없고, 요리 솜씨가 있는 자는 재료의 있고 없음을 탓하지 않는다. 때로는 계책을 써서 배고픔이라는 진지를 구축해 놓으면 실패 없이 승리할 수 있기도 하다. 요령이 필요할 때도 있다.


곧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된다. 적군이 대군을 이끌고 몰려올 것으로 짐작된다. 능력 있는 장수가 아닌 평범한 엄마는 방학이 걱정스럽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병법 중에 상책은 '삼십육계 줄행랑'이라고 하던데 주방에서 벗어나 도망가 볼까? 하는 탈영을 꿈꿔본다. 외식이라는 아군이 있지만 금전상의 문제로 자주 불러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또한 남편은 아군이 되어줄까? 적군으로 남아 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