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었던 논어나 맹자 같은 고전 책은 그저 '좋은 문장이구나, 지당한 말씀이구나.'에서 느낌이 끝났다.
나이가 들어 사회생활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다 보니 살아가는 순간순간 책 내용이 머리를 스치며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도 하고, 스스로 다독여 주기도 한다.
근래에 맹자 선생님과 마주치는 순간이 있었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읽을 때마다 나의 상황과 처지에 맞는 개별 처방전을 내려주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맹자 선생님의 말씀 덕분에 남편을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덜 미워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맞다.
잠시나마 순수했던 사랑의 감정을 떠올리며 남편에게 2번 잔소리할 것을 1번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舍其路而不由(사기로이불유)하며
放其心而不知求(방기심이부지구)하나니
哀哉(애재)라. 人(인)이
有鷄犬放則知求之(유계견방즉지구지)호되
有放心而不知求(유방심이부지구)하나니
學問之道(학문지도)는 無他(무타)라
求其放心而已矣(구기방심이이의)니라.
위문장의 내용은 사람들이 닭과 개는 잃어버리면 찾아다닐 줄 알면서 마음은 잃어버려도 찾지 않는다고 맹자 선생이 탄식한 내용이다. 맹자는 훌륭한 선생답게 학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 입장에서 잃어버린 마음(放心)은 남편을 향한 사랑이었다.
주말에 점심밥을 해서 식구들에게 밥상을 차려 주었다. 정작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먹지 않고, 장정 3명에게 밥을 차려주는데 뭔가 가슴속에서 울컥 올라왔다. 나는 먹지도 않을 밥을 볶고 지지고 다듬어서 음식을 하는데 남정네들은 누워있고 게임하고 있다. 다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맛있다며 밥을 먹는데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내 아들내미는 얄밉지 않는데 시어머니 아들은 매우 얄밉다. 왜 그럴까?)
내가 왈:
"아들은 아들이니깐 괜찮은데 남편은 너무 맛있게 밥 먹지 마. 얄미우니까~"
남편 왈:
"너무 미워하지 마. 나도 사랑해 주라규."
(나는 무뚝뚝한 장녀, 남편은 애교 많은 막내다. 그래서 종종 나의 짜증을 애교로 무마한다. 재능이라면 이것도 재능이라 할 수 있다.)
미워하지 말고 사랑해 달라는 남편의 요구 같지 않은 요구(?)에 맹자의 말이 떠올랐다. 나에게 있어서 잃어버린 마음은 남편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깨달음이 왔다.
개나 닭도 소유한 적이 있었으니 잃어버릴 수 있고 마음도 품은 적이 있었기에 잃어버릴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내가 남편을 향해 품었던 그 애정과 사랑은 모두 어디로 가 버렸단 말인가?
서로 먹는 것만 바라봐도 배부를 때가 있었는데 결혼해서 아웅다웅 살다 보니 먹는 것도 꼴 보기 싫어졌다.
남편을 향해 올라온 미운 감정의 원인은 잃어버린 마음을 챙길 줄 몰랐던 내 잘못은 아닌지 반성한다.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게 되면 아무거나 줘도 잘 먹는 남편이 복스럽게 보이고, 뭐든지 맛있다고 칭찬하며 먹는 태도가 사랑스러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