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되었지만, 공부보다는 학교에서 까불며 노는 재미로 신나게 등교하던 녀석들인데 중3 2학기가 되자 시험 기간이라고 무게 잡으며 공부하려는 모습을 보여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본인들도 양심은 있다며 시험 기간에는 시험공부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큰소리치는데, 이제라도 깨달은 것이 대견하다.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있다. 공부에 집중하는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다. 하지만 문제는 컴퓨터!
책상 앞에 버젓이 있는 컴퓨터를 볼 때마다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와서 힘들다고 한다. 스스로 공부 환경을 점검하고 통제하려는 생각이 더 대견하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인들도 가보고 싶어 한다. 카페에 먹으러 가는 게 아니고 공부하러 간다고? 너희들이? (설마... 공부하는 척하고 놀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이 엄마 마음속에 항상 있다.) 마음으로는 기뻤지만, 티 내지 않고 담담하게 허락했다.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고 온다는 말을 남기고 등교했다. 그런데 오후에 일찍 집에 귀가하는 것이 아닌가. 이유는 핸드폰이 없어서 스터디카페에 입실 못했다는 것이었다. 공부하고 싶었지만 문전박대당한 것이다.
음식점부터 시작해 다양한 점포에서 주문을 키오스크로 받고 있다. 스터디카페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본인인증을 핸드폰으로 하고 바코드를 문자로 보내준다. 그러면 외출하고 들어올 때 핸드폰 문자로 전송된 바코드를 활용해 출입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핸드폰이 없으니, 본인인증도 못 하고 바코드를 못 받으니, 출입문을 열 수도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스터디카페 구경도 못 해보고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간만에 타오른 공부 열정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아닌가 걱정되었지만 의외로 내심 기뻐하는 모습(?)이다. 엄~청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이왕 이렇게 됐으니, 집에서 쉬엄쉬엄해 보겠다는 심산이 눈에 보였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쌍둥이들의 시험 기간이다.
이후에 핸드폰 본인인증이 없는 다른 스터디카페를 찾아가 엄마, 아빠 핸드폰으로 전화번호 등록만 해놓고 하루 3시간 이용권을 구매해 드디어 스터디 카페에 입성했다. 하지만 문제는 출입할 수 있는 바코드가 없어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다는 것!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계속 스터디카페 안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본의 아니게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실내에 머물며 공부했다. 심지어 핸드폰도 없으니, 딴짓도 못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