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겨울왕국 2>를 보고

엘사와 안나, 더 이상 한 스크린에 공존하기 어려운 자매

by 고양이맘마




5d9183796f24eb35384ae473.jpg 이미지 출처 : Google




전설이 돌아왔다.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또 기대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개봉 첫 주, 주말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특히나 4D로 보고 싶어서 용산 CGV에서 예매하려고 했으나 자리가 없어서 포기하려던 찰나. 아쉬움에 앱을 한 번 더 켰는데, 그새 취소표가 나서 맨 뒷자리 두 칸이 비어 있었다. 신이 나서 서둘러 예매를 진행했다. 그렇게 운 좋게도 남편과 함께 주말에 겨울왕국의 두 번째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편보다 뛰어나지 않다. 많은 디즈니-마블 영화들이 그러하듯, 이번 작품 또한 3편을 위한 맛보기 용도로 만든 느낌이 강하다. 영화 자체는 재미있다. 모험도 스펙터클하고, 과거에 숨겨진 비밀이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하지만 모험은 쌓아올린 바에 비해 너무 싱겁게 끝난다. 숨겨진 비밀 또한 영화 초중반부에 이미 예상하기 쉬운 전개로 펼쳐진다. 물론 엘사와 안나의 미모만 봐도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다. 심지어 메인 플롯 또한 분명치 않다. 엘사와 안나라는 서브 플롯 두 개가 각각의 내용을 꾸역꾸역 이끌고 간다. 마치 프레임이 몇 개 씩 빠진 영상을 보듯, 내용 진행이 너무 서두르는 듯해 어색했다. 노래 또한 좋기는 하지만 내용과 썩 어우러지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까지 디즈니의 작품 특유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분위기보다는 뮤지컬같은 웅장함이 주를 이루었다. 나는 사실 어느 쪽이든 노래 취향 자체는 상관이 없어 크게 마음에 들거나 안 들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대사도 노래 가사도 모두 너무 직설적이라 디즈니스러운 우아함은 이미 잊혀진 지 오래였다. 뿐만 아니라 노래 퀄러티 또한 1편에 비해 임팩트가 약했다.


엘사의 결말은 영화 초반에 이미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솔직히 보는 내내 '설마. 디즈니인데 다른 무언가가 있겠지.'라고 마른 침을 삼키던 내 기대는 완전히 부서졌다. 영화는 너무 쉽게 끝이 났다. 심지어 초반에 트롤들이 나와서 한 경고 또한 영화 내에서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어차피 주제 자체가 어린 아이들을 겨냥했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아니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개연성과 시나리오의 퀄러티를 모두 잡기 위해 조금 루즈해져도 좋으니 분량을 늘리지. 참 아쉬운 선택이었다. 그 와중에 뜬금없는 스벤과 크리스토프의 8090 뮤비 씬은 잘도 챙겨 넣었더라. 그 씬을 보는동안 깔깔대고 웃긴 했지만, 씬이 영화 내에서 어떤 역할을 했냐고 묻는다면 글쎄. 엔딩 크레딧 이후 쿠키 영상과의 대치를 이루기 위해 그 많은 그래픽을 쏟아 부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귀여운 브루니 캐릭터도 사실은 아무런 역할이 없다. 꼭 새 캐릭터가 등장 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만 품게 한다. 굿즈 팔려고 그랬겠지 싶다. 물론 귀여워서 나도 인형을 사고싶긴 하지만. 내용 속 귀여운 보조인물의 등장이라면 이미 올라프로 충분하다. 마찬가지로 엘사가 변신 했을 때의 의상 또한 그렇다. 레이스 달린 아동용 내복으로 올 겨울을 강타 하리라 보여진다. 영화 곳곳에서 너무 상술이 눈에 띄어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장 큰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영화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쓸데없이 너무 많다. 엘사의 새로운 자아 찾기인가, 안나의 아렌델 구하기인가. 둘 중 모두가 주제라면 그 조화를 먼저 계산 했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했다. 두 갈래의 메인 플롯이 잘 합쳐지는 느낌이 아니라, 오합지졸 서브 플롯 둘이 갈피를 잃은 채 메인 플롯인 척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엘사의 팬들과 안나의 팬들 비율이 너무 쟁쟁하여 둘 중 누구도 버릴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해결 방안을 제시 하자면 이제는 엘사와 안나의 솔로 무비가 각각 나와야 할 것이다. 물론 결말을 보면 그 부분을 노리고 마무리한 듯 싶지만. 디즈니는 분명 더 이상 이 개성 강한 캐릭터 둘이 한 영화에 나오는 일이 얼마나 무리인지 깨달은 듯하다. 하지만 이미 온 세상 모두가 기대하는 이 작품을 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번 편은 3편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에 겨우 미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조잡한 내용에 비해 그래픽은 매우 훌륭했다. 엘사와 안나의 미모나 의상 구현이 환상적이었다. 기술의 발전만큼 돈을 들였을 테니. 배경이나 캐릭터의 일러스트도 아름다웠다. 몇 년 전 아렌델의 모티브가 된 노르웨이 플롬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가 떠오르며 다시금 떠나고 싶어졌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엘사의 파워풀한 얼음 마법 장면은 더더욱 대자연을 확 느끼게 해 주었다.

반면 굳이 4D로 보는 것이 필요한가를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영화 <알라딘> 역시 4D로 보았지만, 그 때는 아주 흡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양탄자나 지니의 움직임이 아주 다양했고 효과 또한 찰떡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겨울왕국 2>의 4D 효과는 무언가 아쉬웠다. 영화 자체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4D 효과가 그다지 필요한 영화 같지 않았다는 뜻이다. 관객이 영화 속에 빨려 들어가 실제 체험을 하는 느낌을 받는 것이 4D의 주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는 카메라 무빙 이외에 우리가 딱히 이입할 만한 움직임의 대상이 없었다. 이것이 아쉬움이 이유가 아닐까. 애매한 물 튀김 몇 번 밖에 기억에 남지 않으니 말이다.

이디나 멘젤의 가창력은 역시 이번에도 충격적으로 황홀하다. 하지만 크리스틴 벨의 아름다운 목소리 비중이 줄어들었고, 곡들 역시 1편에서처럼 폭발적이지 못하다. 'Let it go'는 영화 관람 전에 노래만 듣고도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었다. 하지만 이번 비교 대상곡인 'Into the unknown'이나 'Show yourself'는 영 임팩트가 약하다. 또한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 특유의 통통 튀는 느낌이 없이, 너무 무겁고 가라앉은 듯한 웅장함이 강하다. 엘사가 왕을 뛰어넘는 신의 영역에 입성한 스토리를 고려하면 의도한 바가 아닐까 싶긴 하다. 하지만 아동을 포함한 대중에게 보다 확실하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았겠다. 뮤지컬 같은 느낌의 화려함은 잔뜩 쥐고 있지만, 옛날 신화 속에 나오는 노래처럼 세련되지는 못한 곡 분위기. 이 또한 1편과 비교되는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디즈니-마블의 행보를 보아하면, 역사가 이제까지 가져오던 여성 캐릭터의 역할적 한계를 무서운 속도로 뒤집고 있다. 자본에 의해 움직이던 이들이 자본을 직접 움직일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의 판도를 바꾸어 나간다. 참 멋있는 취지이다. 또한 이 중 겨울왕국 시리즈는 매우 큰 힘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자매 뿐이지만 왕위 계승에 문제가 되지 않는 왕국. 당연하게 왕이 되는 큰 딸. 결혼과 출산, 왕위 계승이 주요 목적이지 않은 스토리 라인. 성적 매력을 어필하지 않는 주인공들. 당당하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 자아가 뚜렷하고 확실하며 능동적인 주연. 왕의 영역을 넘어 신의 영역에 들어선 여성. 타고나길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왕. 많은 이들이 의지하는 든든한 자매. 너무 많은 포인트들이 세상의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참으로 의미가 깊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여러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겨울왕국 2>. 하지만 1편을 만든 제작진의 힘을 기대하면, 차기작 쯤은 정말 별 일이 아닐 것이다. 2편을 디딤돌 삼아 새로운 시리즈에서 엘사와 안나 자매의 활약을 기대한다. 이미 너무나 커진 캐릭터들의 스케일 때문에라도 앞으로는 각각의 솔로 무비가 나오길 바라 본다. 엘사와 안나는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자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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