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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주 Aug 01. 2021

다섯 자로만 말해요

재미와 유익, 두 마리 토끼 잡기


궁금한 것을 다섯 자로만 묻고 답할 수 있어요.
알고 싶은 것, 나라면 어떤 질문을 받고 싶은지 잘 생각하며 질문해요.



짝지가 필요한 수업이다. 대상을 정해 질문 스무 개를 만든다. 제한이 있다. 다섯 자로만 물어야 하고 질문지를 받은 이는 다섯 자로만 답해야 한다. 자력으로 생각해 질문을 만들다 도저히 생각나지 않으면 예시 질문을 참고하면 된다. 이를 테면, 네꿈은뭐니, 감동깊은책, 네성격어때, 누구존경해, 지금기분은, 자주하는말, 올해계획은, 속상했던일, 가고싶은곳, 하고싶은것 등. 선생이 만든 질문과 달리 아이들이 궁금한 것은 ‘동물키우니’가 가장 많다. ‘별명이뭐야, 핸드폰뭐야, 잘먹는음식, 뭐하고놀아, 다니는학원’이 궁금하다. 질문과 답을 자료로 친구 소개하는 글쓰기를 하는 시간이다.      




좋은 질문은 좋은 생각을 촉발한다. 당연한 말이다. 재미있게 진행하자고 굳이 다섯 자로 묻고 답하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거기에 생각을 더 얹는다. 왜 다섯 자로만 묻고 답할 수 있게 했을까 물었더니, “생각 정리하는 법 연습하라고요. 글자 수 제한하지 않으면 횡설수설할 수도 있으니까요.” 때로 선생보다 더 훌륭한 생각을 하는 아이들, 그들에게 나는 자주 배운다. 장난스럽게만 하는 아이도 있지만,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글을 써내는 아이도 있다. 질문과 답을 연결해 문장 만드는 것만 해도 대견하다 하는데 3학년 정우는 스무 가지 질문 중 비슷한 점을 하나로 묶어 이야기를 끌어나가서 놀라움을 안겼다. 글을 정리하면서 <준영이가 그냥 친구가 아니라 우정 깊고 다정다감한 친구>라는 걸 발견한 기쁨은 선생뿐만 아니라 준영이와 정우가 함께 느낀 것이라 귀하고 아름답다. 그날 이후부터 둘은 단짝이 되었으니.      




<인생을 살면서 친구는 매우 중요하다. 같이 놀고, 먹고 많은 일을 함께 한다. 그런 중요한 친구가 이은서에게는 한비이다. 그 둘의 공통점은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은서의 롤모델과 닮고픈 사람이 다 엄마, 아빠라 한다. 나도 엄마와 아빠를 닮고 싶다. 단 장점만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신 독서논술 선생님을 은서는 너무 좋아한다고 한다.> 6학년 서진이가 쓴 글은 놀랍다. 글 도입부를 자기 생각부터 밝히고 들어가다니. 6학년이라 믿기 어려운 생각으로 자주 놀라움을 안기는 학생이다. 서진이가 삼총사 친구를 데리고 오면서 그 어머니들께 했던 말이 “좋은 수업을 나만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동주랑 상원이도 같이 해야 할 것 같아서”란다. 어머니들이 내게 고마워했지만, 나는 서진이에게 심하게 고맙다. 토요일 아침 수업을 기꺼이 기쁘게 오면서 수업 분위기를 주도한다. <어벤저스 팀>이란 내 표현이 과언이 아니다.    



  

<내 친구 베스트 프렌드는 나랑 서진이다. 우리의 진정한 우정이 잘 느껴지는 답변 같다. (중략) 재미있었던 일과 받고 싶은 것이 모두 체육과 관련되어 있다. 재미있었던 일은 체육시간에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하다. 받고 싶은 것 역시 체육 5시간이라고 한다. 모든 학생들의 꿈인 것 같다. 최애 음식은 육류다. 고기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커서 내가 고기를 많이 사줘야겠다. 올해 계획은 없다고? 계획이 없을 수 있나? 상원이가 올해 계획을 찾으면 좋겠다. 자랑해보라고 하니 자랑도 없다. 올해 안에 상원이가 자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겠다. 꼭!!> 6학년 동주가 쓴 글이다. 감동스러웠다. 친구가 자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겠다니. 어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아이의 생각은 놀랍고, 어른인 선생은 부끄럽다.      




< 친구는 나와 진이와 베스트 프렌드다. 동주는 나와 진이를 좋아하고 정말 착하고 좋은 친구다.  친구는 운동을 아주 잘하고 친절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친구는 우리 독서쌤을 존경하고 계시다.  친구가 좋아하고 있는 것들을  기억했다가 조금  잘해줘야겠다. 앞으로도  친구와 진이와  지내야겠다.> 삼총사  가장 털털하고 활발한 상원이가  글이다. 친구가 좋아하고 있는  기억했다가  잘해줘야겠다는 마음을 품다니. 상원이  마음은 이리 곱다. 수업 시간마다 활력소가 되는 상원이다. 친구 권유를 흔쾌히 받아 토요일 아침 수업을 오고 있으니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진한지   있다. 부럽다. 심하게 그들의 우정이 부럽다. 삼총사를 보면 삼국지  주인공이 연상된다. 유비, 관우, 장비. 천하를 호령할  친구의 앞날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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