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여행-왕송호수 3편
철도박물관을 나와 지하도를 따라 걸었다. 호수가 나온다. 왕송호수다. 1948년 1월에 만들어졌다.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날씨가 흐려 기대할 수 없었다. 호수에서 먼저 반겨주는 것은 철새다.
이름은 모른다. 몸은 검정, 부리는 흰색이라는 특징만 저장한다. 그러다 그 이름을 알게 된 건 의왕조류생태과학관에서다. 호수를 산책하다 발견했다. 이곳은 2012년 문을 연 담수호 테마과학관이다. 왕송호수의 조류, 어류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때마침 조류탐조안내자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현재 호수에 있는 조류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좀 전에 색깔로 기억했던 철새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물닭이었다. 청둥오리의 암수를 구별하는 것도 배웠다. 수컷의 머리는 청록색, 암컷은 흑갈색이다. 수컷의 목에는 가는 흰 띠가 있고, 암컷은 없다고 한다.
철새를 통해
때를 아는 것의 지혜를 배운다.
때가 되어 오고, 때가 되면 간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때인지를 안다.
한때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잃은 채 살았다. 이미 삶의 각본은 짜여져 있으니까. 같은 시간에 출근을 했다. 주어진 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었다. 익숙해지니 편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이었다. 여느 때와 같은 출근 준비 시간이었다. 거울에 비친 내 표정을 보았다.‘하루종일 이런 표정으로 살고 있구나.’ 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차가웠다. 언제부터 표정이 사라진걸까. 왜 사는 걸까. 답을 하지 못했다. 왜 사는지도 모르면서 아등바등 사는 내가 가여웠다. 눈물이 났다.
그동안 주어진 역할에 맞춰 살았다. 해야만하는 일들만 하고 살았던 게 문제였다. 좋아하는 일, 하고싶은 일도 함께 했어야 했다. 철새는 때가 되어 이동하지만 무작정 둥지를 틀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자연환경을 찾아 둥지를 튼다. 그들처럼 우리도 자신을 챙기며 살아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한 채 살다보니 날짜만 다를 뿐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의미가 없는 거다.
시간은 흐르는데
내 성장의 시계는 멈춘 지 오래다.
다시 돌아가게 할 때다.
망원경으로 철새를 관찰하듯,
나를 관찰하는 것이 시작이다.
왕송호수에 봄이 찾아올 무렵엔 레일바이크를 타고 호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도 한다. 다시 이곳을 찾을 땐 노을을 보고 싶다. 행복한 때를 보내고 있는 내가 돼 있으면 좋겠다.
여행 꿀팁
1. 왕송호수 위치 및 의왕조류생태과학관 주소 : 경기도 의왕시 왕송못동로 209
2. 의왕조류생태과학관 요금 : 성인 3,000원, 청소년 및 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3. 관람시간 : 09:00~18:00 (5월 16~9월 15일 1시간 연장운영)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4. 주요시설은 1층 생태체험관, 상징조형물, 2층 조류체험관, 조류전시실, 조류탐조쉼터, 상징전시물, 3층 3D영상실, 어류전시실, 5층 왕송전망대 등이 있다.
5. 열차 디오라마 운행시간은 오후 2시, 4시다. 10인 이상 시 운행한다.
6. 조류탐조안내자 프로그램은 10~16시까지 관람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10~15분 정도 소요된다. 당일 현장접수를 하면 된다.
7. 매주 일요일마다 조류탐조교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왕송호수와 습지대를 걸어다니며 탐조하는 프로그램이다. 10시부터 진행되고, 1시간 30분~2시간 소요된다. 참가비용은 1인당 1,000원(관람료 별도)이다.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전화를 통해 예약가능하다. (031-8086-7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