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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Mar 17. 2017

여행을 하며 내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나다움을 찾아가는 중

2주 간의 여행을 하고 돌아오자마자 늘 그랬듯 여행 후유증이 찾아왔다. 후유증을 달래는 방법 중 하나인 사진 정리를 했다. 이번 여행은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아서 정리하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 기존 스마트폰이 위태위태한 상황이어서 틈틈이 여행 중 친구 집에서 사진들을 usb에 옮겨 놓았었다. 옮겨놓은 사진들을 하나씩 보면서 내가 참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카메라를 챙겨가지 않아서인지 카메라 앞에 설 때가 많았다. 그리고 여행 때만 나오는 특유의 표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 표정을 포착해주는 친구들 덕분에 이번 여행은 내 사진이 많이 남는 여행이기도 했다. 카메라 앞이 어색하기만 해서 누군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을 때 손사래를 쳤던 나였는데

이번 여행에선 먼저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가장 달라진 내 모습이다.



두 가지 변화가 더 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변화다. 몹시 수다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여행 중 만난 사촌오빠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라고 했다. 예전엔 하고 싶은 말을 잘 못 하고 솔직한 마음을 숨기곤 했었다. 요즘은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고,  아닌 건 아니라 말한다. 말에 상처를 자주 받았던 나였는데. 수다스러워진 것이 조금은 걱정되기도 한다. 혹여 수다스러워진 나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받는 건 아닌지 싶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좀 더 솔직해진 내가 더 좋다. 단,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걸 항상 명심해야겠지.



또 한 가지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늘었다는 것이다.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많이 걷는 여행을 할 때 혹여 내가 불편하진 않을까 묻는 친구에게 나는 걷는 게 더 좋다고 말했고,  숨겨진 풍경을 발견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예전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선뜻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여행하면서 자연스레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싫어하는 사람인지를 명확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속으로만 삭혔던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했다. 그러면서 친구 역시 같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같은 힘듦을 공감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 상처에 그 어느 것보다도 강한 치유약이 된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나와 친구는 서로에게 약이 되었고, 우리 좀 더 행복해지자고 잘 될 거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서로를 다독였다.



나를 먼저 사랑하자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도 실천 중이고 노력 중인 요즘. 이러한 변화들은 반가웠다. 나에게 고마웠다. 여전히 나는 나를 챙기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다. 이 어색함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모르는 나를 알아가는 보람도 있다. 여행을 하는 이유이자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다.  


보고픈 사람들을 만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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