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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Jan 01. 2019

수줍게, 기지개 활짝 켜며

뜨는 2019년의 해 

걸어서 남항진 해변으로 향했다. 딱 30분이 걸렸다. 아슬아슬하게 일출 시간을 맞췄다. 올해는 솔바람다리 아래가 나의 일출 명당이었다. 바다와 가까워지니 추웠다. 인파 속에서 꿋꿋이 서서 일출을 맞이했다. 장갑을 챙겨 오지 않아서 바닷바람에 손은 꽁꽁 얼 지경이었다. 그래도 꾹 참고 해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렸다. 슬슬 떠오르려 하는 조짐이 보였다. 

바다로 가는 길

올해의 해는 수줍게 떠올랐다. 이내 기지개를 활짝 켜며 발그레한 미소를 내보였다. 부디, 제발, 꼭,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다. 챙겨 온 커피를 쭉 들이켰다. 해가 떠오르자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나도 돌아가는 발걸음이 바빴을 텐데 오늘따라 바다도 하늘도 왜 이리 예쁜지 한 시간을 바다에 더 머물게 했다. 

수줍게 떠오른 2019년 해 
하늘, 바다, 해, 그저 바라만 봐도 좋다!


중년 부부가 풀빵을 나눠주시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건네주셨다. 친구들과 여행 온 대학생들의 단체샷을 찍어주면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새해 인사를 선물 받았다. 나도 수줍게 새해 인사를 전했다. 비워낸 마음에 따뜻한 말들과 아름다운 풍경이 꽉 찼다. 좋은 기운 팍팍 받은 새해 아침. 한 해를 살게 하는 힘이 될 것 같다. 

내년엔 혼자가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이 풍경을 담으러 오고 싶다.  


집으로 돌아올 땐 운 좋게 버스를 탔다. 그래도 새해니까. 아침은 떡만둣국을 먹어야겠다며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봤다. 1년에 어쩌다 아주 가끔 요리를 하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재료는 떡국떡, 만두, 계란, 사골국물, 다진 마늘. 심플한 떡만둣국을 완성했다. 볼품은 없지만 두 그릇이나 먹었다. 밥까지 말아먹었다. 아침부터 운동삼아 바다까지 걷고, 아침까지 직접 요리해서 먹는 부지런함을 매일매일 할 자신은 없다. 다만 운동을 해야겠다는 약속은 지키려고 한다. 스쿼시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6년 만에 다시 잡아본 라켓이 퍽 낯설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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