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여행이다. 누군가에겐 낭만스럽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필자에게 여행은 언제 떠날지 몰라서, 언제 끝날지 몰라서 오늘에 충실할 수 있는 이유의 언어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야만 여행인 것은 아님을 여행을 통해 배웠다. 집만 나서면 여행이라는 마음이 되었다. 더 세심히 보게 된다. 그렇게 새로이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글이 되었다. 요즘은 동네예술가들과 고향 여행 중이다. 함께 나눈 이야기들은 그 달 그 달 월간페이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야기 나누면서 깔깔 웃다가도 퍽 서러워지기도 한다. 특히, 지난달 ‘시간 강박자’라는 키워드가 나왔을 때가 그랬다. 우리는 어쩌다 모두가 시간 강박자가 되었을까. 작업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더 자신의 시간에 엄격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었다. 그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월간페이퍼 3호의 보드게임. 칸에 적힌 한 줄을 읽어나가며 문제를 함께 인식해주길 바랐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겨우 한 걸음 차이기에. 하지만 여전히 그 한 걸음을 나아가는 건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우리의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고맙다. 마음이 든든해지기도 한다. 필자가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건 글이다. 그래서 찾은 두 곳이 있다. 커피쓰다와 문화점빵이다. 월간페이퍼를 전할 때마다 제일 눈에 띄는 곳에 비치하는 마음도 감사하지만, 꼼꼼히 읽은 후 전하는 피드백이 감동이었다. 지치다가도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는 애정 어린 한 마디에 다시 나아가는 힘을 얻곤 했다. 그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들이 꾸려가는 공간도 궁금했다.
이야기가 있는 낭만 카페, 커피쓰다
커피쓰다를 제일 먼저 찾은 건 윤의진 작가였다. 음료와 함께 내어주는 글귀 메모지.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이 놓인 공간. 곳곳에 기록들이 가득한 공간이 참 좋았다고 한다. 필자 역시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따스한 느낌을 받았다. 최선미 대표의 세심함이 묻어나는 공간이었다. 세계지도와 여행 사진, 마그넷들이 마음을 사로잡는 취향저격 공간이었다.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여행을 많이 다녔다기보다는
앞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는
의지의 표출이에요.
카페를 열기 전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녀. 여행을 많이 다닌 분에 비해선 조금밖에 다니지 않았다고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임은 분명했다. 지난해 6월 카페를 시작하고부턴 마음만큼 여행을 잘 다니지는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곳곳에 여행자들이 남긴 글들에서 그녀는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다.
역 앞이다 보니까 강릉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여행을 마무리하며 오세요. 여행 끝날 때 마음이 그렇잖아요. 더 놀고 싶은데 또 어디 가고 싶은데 그럴 때 이런 거 보면 다음 여행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해놓았어요.”
여행의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역. 그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 여행의 끝에서 추억을 돌아보는 시간을 이 공간은 여행자들에게 선물하고 있었다. 굳이 쓰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기도 하는 곳. 카페 이상의 문화 공간이라는 걸 느꼈다. 월간페이퍼가 나올 때마다 꼼꼼한 리뷰를 남겨주는 최 대표의 마음이 고마웠다.
월간페이퍼 2호에서 김동길 작가님 인터뷰 봤을 때 정말 재밌었던 게 ‘주변에서 봤을 때 뭐하는 분들이지?’ 싶었던 분들이 이렇게 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도 많겠구나. 드러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 민낯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해준 거 같아서 그게 되게 재밌었어요. 다음 내용도 기대가 되고 그렇더라고요.
필자는 공간을 운영해보면서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일까. 잘 보이는 곳에 월간페이퍼를 비치해 준 마음도 더 깊이 감사했다. 그녀 역시 필자처럼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에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걸 알기에 그녀도 결심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고민의 시간이 깊었을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8월엔 쉬는 날 없이 운영을 하고 있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월급쟁이일 땐 몰랐는데 월세를 내고 운영을 하다 보니 마냥 쉬는 게 편치 않더라고요. 1년은 몸이 힘들어도 패턴을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쉬는 건 자제를 했어요. 1년 하고 나니 봄은 최대한 쉬는 게 좋구나를 느꼈어요. 제일 장사가 안 되더라고요. 내년 봄엔 멀리 여행을 갈 생각이에요. 집중해서 하고, 집중해서 쉬고. 이제 앞으로의 1년은 그렇게 가려고 해요. 오래 할 생각이니까요. 제가 서식지를 잘 바꾸지 않거든요. 오래 할 생각이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커피쓰다가 기억에 오래 남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는 그녀. 나가는 순간에 ‘나는 이걸 더 하고 싶어, 뭔가를 더 할 거야, 일기를 다시 써볼 거야.’ 그런 곳이 되면 좋겠다는 그녀.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묵묵하게 오래오래 걸어 나갈 사람이라는 확신이 든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자는 마음으로 열었던 첫 마음도 오늘 더 두터워지고 있다.
*예술로가다 공사중 프로젝트는, 2019년 5월부터 10월까지 깨북과 5명의 예술가들(강중섭, 고기은, 김동길, 윤의진, 최제헌)이 함께 합니다. 공사 기록을 월간페이퍼로 발행하며 강릉 곳곳에 무료로 배포합니다. <이야기가 있는 낭만 카페, 커피쓰다를 고하다> 편은 월간페이퍼 4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