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여행-송지호 2편
청간정으로 오르는 길. 소나무들이 맞이한다. 청간정에 이르니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손꼽힐만하다. 지금의 정자는 2012년에 복원한 것이다. 물론 옛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다웠을 테지만 지금 이 모습도 아름답다.
날씨도 한몫 거든다. 이 순간의 감동을 마음에 새긴다. 지금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카메라에 담는다. 카메라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가 없다면 이 풍경을 알릴 길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글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이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낼 자신은 없다.
이를 온전히 담아낸 사람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겸재 정선이다. 관동명승첩의 청간정도를 통해 지금까지도 그 감흥을 전하고 있다. 그는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뛰어났다. 열정도 남달랐다. 그는 평생 전국 각지를 여행했다. 뛰어난 경치를 발견하면 그림으로 남겼다. 그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변함없는 열정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어떻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에게 묻고 싶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하면서도 쉽지 않다.
흔들릴 때가 많다.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 문제다. 그랬으니 6년 동안 직장을 세 번 옮기고, 직업도 두 번 바뀌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생각되지만 변덕스러움은 풀어야 할 숙제다. 처음엔 좋아서 시작한 일이어서 날 새는지 모르고 몰두했다. 그런데 그 열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왜 그렇게 싫증을 잘 내는 걸까 돌이켜보았다. 그 시점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였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되는 것 같아서다. 그럴 때마다 가차 없이 등을 돌렸다. 사랑도 그랬다. 상대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마음을 닫고 돌아섰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문제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그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나를 관찰하는 글을 쓰면서 진짜 이유를 알았다.
누구보다 믿어야 할
나 자신이
나를 믿고 있지 않았다.
존중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정작 나를 존중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깨닫고 나니
누군가에게
존중받길 바란 마음이
몹시 부끄러웠다.
정자 가까이에 있는 소나무를 올려다본다. 계절이 바뀌어도 한결같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다. 한 자리에서 묵묵히 성장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가 알아주면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꼿꼿이 세우고 산다면
흔들 일 일이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여행 꿀팁
1. 주소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동해대로 5110(청간리 89-2)
2. 관람 시간 : 09:00~18:00
3. 현재 걸려 있는 청간정의 현판은 고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