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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떤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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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Oct 21. 2021

여행의 이유

생일의 이유

27살

최악의 생일을 보낸 후

28살부터

생일 여행을 떠났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두 달을 떠났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면

좀 살 것 같았다.

나를 옭아매는 것들에서 벗어나니

얼마나 긴장하고 걱정하며 사는지를

그 무게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복잡했던 마음이

좀 차분해지고 나면

진심이 보였다.

내가 어찌할 수 없고

결국 시간에 기대야 하는 일들.

무기력하지만

그 시간을 인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일러주었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아주 먼 곳으로

떠났을 올해 생일.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마음 편히 갈 수 없는 시기라

마음은 쓰리지만

그냥 잠자코 집에 있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출장이 잡혔다.

여행을 선물했다.

꽤 가까운 곳인데

참 멀게 느껴졌던 곳을 다녀왔다.

덕분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그림을 마주했다.


생일 당일날 아침.

출장길에 있는 딸에게

미역국을 못 먹어서 어쩌냐고

엄마는 마음을 쓰셨다.

사실 미역국은

36년 전

10시간의 산통 끝에

어렵게 나를 낳은 엄마가

드셔야 하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금 내 나이보다

한참 어린 나이에

날 낳은 엄마.

그리고 지금 내 나이엔

애 넷을 키우느라 청춘이 없던 엄마.

그 모진 세월을 어떻게 견뎌내셨을까.

나는 나이가 들수록

엄마가 정말 위대하다 느낀다.

엄마처럼 살기 싫은 게 아니라

엄마처럼 살 자신이 없다.

표현력 부족한 건 똑 닮았지만

또 특별한 날의 힘을 빌려

마음을 전했다.


10월에 때아닌

겨울이 찾아온 건 당혹스럽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이 계절에

나를 낳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비공개로 돌려놓은 생일을

용케 기억하고 축하해주신

내 사람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따뜻했습니다.


오늘도 부디 안녕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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