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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Apr 01. 2016

마음을 다시 세우는 봄, 건봉사

백조의 호수여행-화진포 2편


여행의 행복 중 하나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다. 

올해 봄은 유독 늑장을 부렸다. 3월이 다 가도록 봄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 건봉사를 찾았을 때 숨어있는 봄을 발견했다. 불이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 바람이 분다. 필자의 걸음처럼 느긋하다. 봄바람이다. 


1920년에 건립된 불이문. 한국전쟁 때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건물이다. 그 옆으로 수령 약 500년된 팽나무가 함께 건봉사를 지키고 있다.


가지마다 맺힌 산수유 꽃망울이 걸음을 세운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긴 겨울을 무사히 이겨낸
우리 자신에게도 수고 많았다고,
  대견하다고 말해주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아빠 사진- 고종환 제공]  봄소식을 알릴 준비를 하는 산수유 꽃망울
[아빠 사진- 고종환 제공] 속세의 파도를 헤치고 부처님 세상으로 이르는 다리라 하여 이름 붙여진 능파교


대웅전으로 가기 위해 무지개 모양의 다리를 지났다. 보물 제1336호으로 지정된 능파교다.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주는 석교로 손꼽힌다. 다리를 지나니 돌기둥 두 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돌기둥에 새겨진 문양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는 십바라밀 석주다. 건봉사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대석단 왼쪽에 위치한 십바라밀 석주. 원월, 신날, 구름, 좌우쌍정,고리두테 문양이 새겨져 있다.


바라밀은 보살의 수행을 의미한다. 십바라밀은 대승불교의 기본 수행법인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6바라밀에다 이를 보조하는 ‘방편, 원, 력, 지’가 더해진 것이다. 좌우 각각 5개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대석단 오른쪽에 위치한 십바라밀 석주. 반월, 가위, 금강저, 전후쌍정, 성중원월 문양이 새겨져 있다.

하나하나 의미가 깊다. 찬찬히 의미를 헤아려보았다. 둥근달처럼 베푸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보시바라밀. 그릇된 행동으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선행을 쌓으라는 지계바라밀. 욕됨을 참고 나아가는 인욕바라밀. 옳다면 물러남 없이 나아가야 하는 정진바라밀. 마음을 한 곳에 모으면 깊이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선정바라밀. 이를 통해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고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지혜바라밀. 불교 수행법이라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마음이 복잡할 때,
고단할 때,
흔들릴 때마다
이를 한 번씩 되새겨보는 것으로
    마음을 챙기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전국 4대 사찰의 하나인 건봉사. 대웅전에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본다.


청수를 한 모금 마시고 대웅전에 들어섰다. 삼배를 올린 뒤 잠시 앉아 마음을 가다듬는다. 아직 무교지만 사찰에 오면 이 시간을 꼭 갖는다. 마음이 한결 정갈해진다. 천장을 올려다본다. 연등이 달려있다. 만사형통, 건강기원 등 저마다의 간절한 마음이 달려있을 터. 내 간절한 마음도 달아본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찰칵! 돌틈에서 나와 포즈를 취하는 다람쥐


법당을 나와 적멸보궁으로 향한다. 그 길에 귀여운 다람쥐를 만났다. 어찌 된 일인지 아빠의 카메라를 피하지 않는다. 사진 잘 찍는 사람인 걸 안다는 듯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본다. 돌 틈 사이로 잠시 숨는 듯하더니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다시 자리를 잡고 서서 포즈를 취한다. 다람쥐의 깜짝 선물에 잊지 못할 추억 한 장이 찍힌다. 


정호승 시인의 시, 풍경달다가 생각나던 풍경


적멸보궁에 들어섰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이곳의 깊은 내력을 보여준다. 부처님 치아사리를 봉안한 사리탑, 석가여래영아탑봉안비, 석가여래치상입탑비 등이 자리하고 있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부처님 치아사리를 봉안한 사리탑


돌아보고 나오는 길. 건봉사에서 꼭 봐야 할 소나무를 소개받는다. 건봉사는 1500여 년의 세월 동안 산불, 전란 등으로 귀중한 것을 많이 잃었다. 그런데 그 화마 속에서 용케 살아남은 나무 한 그루가 있는 것이다. 산등성이에 보이는 커다란 소나무가 바로 그 나무다. 건봉사 소나무라고 불려지고 있다.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소나무를 닮고 싶다.


어떻게 화마를 피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기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낸 꿋꿋함과 초연함은 닮고 싶은 점이다. 


약해져 있던 마음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다.
300여 년동안 한 자리를 지킨
소나무처럼
         이 마음도 좀 더 굳건해지면 좋겠다.        


여행 꿀팁   

1. 주소 :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건봉사로 723 

2.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면 <건봉사 괜찮아 템플스테이> 를 추천한다. 주말 체험형은 성인 5만원, 주중 자율휴식형 성인 4만원이다. 예약문의와 자세한 일정은 건봉사 홈페이지를 확인해볼 것. 

http://www.geonbong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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