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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Apr 01. 2016

초심을 지킬 수
없을 때도 있다, 화진포

백조의 호수여행-화진포 3편

화진포는 동해안에서 가장 큰 자연 석호다. 둘레만 약 16km에 이른다. 해당화가 붉게 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경도 충분히 감동을 준다. 이곳을 찾으면 안 반하는 이가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그래서일까. 별장이 곳곳에 있다. 이승만 별장, 이기붕 별장,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는 화진포의 성이 자리하고 있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한번 오면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찾게 되는 화진포. 언덕엔 이승만 별장이 자리하고 있다.


별장마다 호수를 느끼는 감흥이 달랐다. 지친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면 언덕에 자리한 이승만 별장에서 호수를 바라보길 추천한다. 답답한 마음은 화진포의 성 전망대에 올라 마주하는 풍경으로 시원해질 것이다.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 이기붕 별장의 마당에서 호수를 바라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화진포의 성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울창한 송림에 둘러싸인 호수


별장을 모두 돌아보고 나오는 길. 한 사람의 이름이 맴돈다. ‘셔우드 홀(Sherwood Hall)’이라는 사람이다. 그에 대한 설명은 화진포의 성 전시관에서 사진, 영상, 업적 몇 줄이 전부다. 그런데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서울 태생 캐나다인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의학 공부를 하고 아내와 함께 의료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폐결핵 전문의사로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전문요양병원을 설립하였다. 초등학교 때 크리스마스 씰을 샀던 기억이 어렴풋한데 이 씰을 최초로 도입한 사람 역시 셔우드 홀이다. 이는 결핵치료의 재원을 마련하고 결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하얀 모래, 거북이 형상의 금구도, 눈부신 절경을 이루는 화진포 해수욕장

의료선교사의 길을 걷고자 한 건 그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한 부모님의 영향도 있지만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결핵퇴치에 평생을 바치기로 한다. 하지만 그가 활동을 펼치던 때는 일제강점기였다. 암울한 시대를 피해갈 수 없었다. 갖은 핍박에 시달려야 했다. 강제추방을 당하는 날까지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이후로도 다른 나라에서 의료선교 활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의 헌신에 깊이 고개가 숙여진다. 앞서 건봉사에서 새긴 십바라밀이 떠오른다. 이를 지킨 삶의 예를 본 것 같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를 통해 필자가 초심에 대해 간과한 점 하나를 깨달았다. 때론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들로 초심을 지킬 수 없기도 하다. 이 글을 쓰던 중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엄마의 친구분께서 4년간 운영한 가게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가게 재계약을 앞두고 건물주가 바뀌었고, 새로운 건물주는 그곳을 카페로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야 좀 기반을 잡아 좋아했는데 그렇게 되어 엄마는 더욱 안타까워했다. 


[아빠 사진-고종환 제공] 노송숲 사이로 아담하게 자리한 이기붕 별장. 생각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좋은 장소다.

필자 역시 안타까움이 컸다. 엄마 못지않게 열심히 사는 분인걸 알기 때문이다. 종종 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며 음식도 푸짐하게 주는 정 많은 분이셨다. 그곳에서 가게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억울함과 상실감. 이를 보상받을 길이 없는 것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지금 어딘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씁쓸하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들로 초심을 지킬 수 없게 되는 건 정말 마음 아픈 일이다. 


최소한 잘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은
뺏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여행 꿀팁

1. 주소 :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 

2. 관람료 : 통합발권 기준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어린이 2300원. 주차료 무료. 

3. 관람시간 : 09:00 ~ 18:00 (11~2월 09:00 ~ 17:30) 

*매표시간은 관람 마감 1시간 전까지다.   

4. 각 전시관에 입장할 때마다 입장권을 확인하므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소지한다. 

5.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자전거를 타고 호수를 돌아보아도 좋다. 대여 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운영시간 11:0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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