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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Jan 28. 2024

첫 소집 아트페어를 마무리하며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아트페어였습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아트페어였습니다. 소집을 시작할 때만 해도 5년이란 시간은 꽤 멀게만 느껴졌는데,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거죠. 더 이상 소집과 함께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가장 아쉬운 게 뭘까 생각했습니다. 못 해본 것에 대한 후회가 클 것 같더라고요. 마음에만 품고 용기 내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아트페어였습니다. 몇 년 더 소집을 이어가는 상황이 되었을 때도 더는 지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만 맴도는 걸 막상 끄집어냈을 때, 첫걸음을 떼기가 또 두렵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으로 그런 글을 올렸던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딸 소집지기입니다. 내년이면 소집 5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열고 싶었지만 용기를 못 냈던 아트페어를 올 겨울 열어보려 합니다. 계획을 세워 기획을 하고 고민을 거듭했던 봄이 지나고, 초대하고 싶은 작가님들에게 연락을 드렸을 때 많이 반가워하고 흔쾌히 작가님들이 초대에 응해준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소집을 애정하는 분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작게라도 시작해 보려 해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동안 작품 판매에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작가님들이 다음을 이어가는 데에는 작품이 잘 판매가 되고 좋은 컬렉터를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느끼며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이제야 비로소 들었습니다. 좀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늘 그랬든 저의 속도로 뚜벅뚜벅 나아가 보려 합니다.       

저는 생일 때마다 여행을 떠나곤 했습니다. 코로나19로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땐 그림이 위로가 되더라고요. 힘들 때마다 곁에 두고 보는 그림이 힘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생일 무렵이 되면 저를 위한 그림 선물을 삽니다. 소집에서도 누군가 첫 컬렉터가 되었을 때 작가가 첫 컬렉터를 만났을 때 정말 기쁘더라고요. 그러한 경험을 함께 나누는 아트페어를 열고 싶기도 합니다. 제1회 소집 아트페어는 그러한 결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전시를 열어주신 작가님들이 한 분 한 분 소중한데 다 모시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여의치가 않은 상황이라 그렇지 못한 점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제1회 소집 아트페어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연말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1부 다시 만나는 작가들에서는 소집에서 전시를 열어주셨던 10명의 작가를 초대하여 다시 만나는 자리를 준비하였습니다. 2부 새로 만나는 작가들에서는 언젠가 소집에서 관람객들을 만날 날을 꿈꾸는 작가들과 새롭게 만나는 자리를 준비하였습니다.     

제1회 소집 아트페어는 혼자서 준비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부탁을 잘 드리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이번만큼은 용기를 내어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도움이든 좋습니다. 아트페어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아트페어가 풍성하게 열릴 수 있도록 협찬과 후원도 대환영합니다. 사이사이 소식 전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2023.10.18. 소집 아트페어 공지 글 전문   


가끔은 출처 불명의 용기가 생기곤 하는데, 그런 날이었습니다. 생일의 힘을 빌리기도 했던 10월 18일. 아트페어를 60일 남겨두고 올렸던 글에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마음을 내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저와 소집을 지켜봐 주고 지켜준 사람들, 어쩌다 우연히 만났을 때 짧게 인사 나누는 게 전부였던 사람들, 얼굴 한번 본 적 없던 사람들이 마음을 건넸습니다. 손을 내밀었을 때 흔쾌히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이렇게도 열린다고?'

되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시간이 펼쳐진 나날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갈수록 든든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책임감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같이 즐겁고 싶어 시작한 마음인데, 잘해야만 한다는 중압감이 그러한 마음을 뒤덮기도 했습니다. 불안을 잠재워주는 말들에 웃었고, 뜻밖의 선물에 울었습니다.      


다시 만난 10명의 작가님과 새로 만난 8명의 작가님이 풀어놓은 작품들을 마주하는 시간은 누군가에겐 잊고 있던 걸 다시 떠올리게 하는 등이 되었고, 또 누군가에겐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었습니다.         


또 저에겐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을 믿게 해주는 사람들을 만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허락된 시간 동안 소집에서의 모험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함께 쌓은 이 시간이 꽤 저에겐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매서운 날씨를 뚫고 와 전해준 다정한 마음들은 지금도 다 소화하지 못한 감동입니다.  영양분이 되는 마음들을 찬찬히 소화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잘 보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올 연말에도 함께 모여 웃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을 기약해 봅니다.   


- 소집지기 고기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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