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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Dec 27. 2024

소집을 지키다 보면

가끔 가슴 벅찬 날이 있다

소집을 지키다 보면

가끔 가슴 벅찬 날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5년 전 가족과 함께

소집에 오셨다가 소원 편지를 쓴 분이었다.

문자를 받고 반가운 마음에

바로 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가 가기 전엔 꼭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왔다고 한다.

자신의 소원 편지를 찾고 나서

남편과 아이들의 소원 편지를 차례차례 찾으며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과연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궁금하지만 집으로 돌아가 함께 열어보겠다고 다.


"오늘은 좀 오래 있다 가도 괜찮을까요?"


그녀는 인근 부대에서 3년 동안 있으면서

소집에 종종 왔었다고 한다.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이제는 자주 올 수 없는 곳이 되었는데

이 소원 편지가 이렇게 다시 올 수 있도록 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머물며

한 작품 한 작품을 바라봐 주었다.

김민주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서

엽서를 세심히 골라 자신에게 편지를 써주던

친구가 떠오른다고도 했다.

그렇게 작품과 연결된 그녀는

찬찬히 엽서를 골라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썼다.

다시 돌아가는 길.

문을 나서며

이렇게 다시 올 수 있게 해 줘서

오래 지켜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내가 더 고맙다고 했다.

힘든 일이 한꺼 번에 와서

시린 겨울이었는데

덕분에 따뜻한 하루라고 했다.


'다시 또 올게요'라는 말에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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