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화하는 책을 만났다
시작하는 용기를 주는 사람은 많지만 끝내는 용기를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책도 마찬가지다. 시작을 북돋우는 책은 많지만 끝내는 용기를 주는 책은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박소령 작가님이 쓴 <실패를 통과하는 일> 책을 마주했을 제일 먼저 든 마음은 '감사'였다. 오랜만에 대화하는 책을 만났다. '맞아, 맞아, 나도 그랬어. 나도 그런 마음이었어.' 맞장구를 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대화를 이어나갔다.
'실패'라는 단어가 전보다 내겐 가벼워졌음에도 여전히 실패란 말을 입밖에 잘 내뱉지 못했다. '어쩐지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할 때 약점이 되진 않을까, 위축이 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은 실패를 당당히 말할 용기를 준다. 박소령 작가님은 요즘 책 소감 읽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데, 소감 중에서 자신의 실패담을 털어놓는 분들이 많음을 느낀다고 한다. 이 책이 그 물꼬를 터준 셈이다. '콘텐츠는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라고 믿는 박소령 작가님의 믿음대로, 작가님의 책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 '실패'란 단어가 단연 눈길을 사로잡지만,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남겨진 단어는 '끝맺음'이다. '끝을 잘 낸다는 것'에 대해 좀 더 선명하게 생각할 시간을 던져 주었다. 책을 읽고 나서 마음속 엉켜있던 실타래가 풀리듯 한결 개운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써 준 박소령 작가님께 감사했고, 이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나오게 한 북스톤 출판사에 감사했다.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해 준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님께 감사했다. 더 감사한 일은 춘천일기스테이에서 북토크 자리를 마련한 일이다.
책을 읽고 나니 언젠가 꼭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마음의 리스트업을 해두었는데,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그 만남이 현실이 되었다. 만사 제쳐두고 참가신청을 했다. 그리고 당일이 되었다. 그 북토크는 사뭇 달랐다. 작가가 먼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든지, 진행자의 질문에 맞춰 작가가 답변을 하는 형식이 아니었다. 작가는 짤막하게 자신을 소개한 후, 북토크를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였다. 이런 분위기가 사뭇 낯설어서인지 처음엔 질문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나중엔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 속에도 박소령 작가님은 솔직 담백하게 답변을 해주셨다. 마치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에 버금가는 즉문즉설 북토크였다.
작가님에게 지난 10년은 자신을 알아간 10년이었다. 글을 쓰며 자신을 치유하고, 객관화한 시간이었으며,
그렇게 나온 이 책은 자신을 샅샅이 해부한 책이라고 표현하셨다. 그렇게 해부한 어느 부분들이 각자에게
의미 있게 닿길 바랐다. 나에게도 충분히 그 마음이 닿았다. 덩달아 나의 지난 10년을 해부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 책은 내 인생에서 오래오래 회자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