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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May 26. 2016

책임감은 삶의 약일까, 독일까?

백조의 호수여행-당진 석문호 1편

*뷰레이크 타임 (View Lake Time) :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걸고자 하는 시간이다호수여행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그동안 소홀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내 안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석문호 뷰레이크 타임 코스 

코스 ☞ 석문호 -> 점심 (추천 메뉴 안섬포구 시금치해물칼국수) -> 필경사 

저마다 책임감을 안고 살아간다. 책임감을 가지는 이유가 다르고, 그 무게 또한 다르다. 뷰레이크 타임의 열한 번째 질문 ‘책임감은 삶의 약일까, 독일까?’에 대한 물음을 안고 충청남도 당진으로 향했다.

짊어진 책임감을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석문호 제방길을 걸으며 우선순위를 생각하다   

당진 9경 중 4경으로 손꼽히는 제방질주. 당진의 3대 제방인 삽교호방조제, 석문방조제, 대호방조제를 잇는 총 47km의 드라이브 코스다. 석문방조제는 중간점이다. 석문호 준공기념탑이 세워진 곳에 도착했다. 기념탑은 방조제 중간쯤에 세워져 있다. 그 옆으로 기념비도 보인다.     

 

석문호는 석문방조제가 축조되면서 생겨난 담수호다. 길을 건너 제방에 오른다. 제방길에 서니 좀 더 탁 트인 시야로 호수를 볼 수 있다. 방조제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도 보인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바다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한눈에 이 모두가 어우러진 풍경을 본다. 

첫째의 삶이 이 제방길과 같다.
늘 아울러 봐야 한다는 것.
절대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 

     

석문호 준공기념탑. 1995년 12월 완공되었다.

왜 하필 첫째로 태어난 걸까. 푸념을 할 때가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넷째 동생이 태어나면서 전교에서 동생이 제일 많은 아이가 되었다. 일찍 철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방학 때마다 동생 돌보기는 내 몫이었다. 육아 수업은 그때 다 했던 것 같다. 친구 생일에도 동생들을 데리고 갔다. 그래야 마음 편히 놀 수 있었다.  


석문방조제는 충청남도 당진시 송산면 가곡리에서 석문면 장고항리를 잇는 방조제다.

대학생이 되면 좀 홀가분해질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대학교 3학년 때 열다섯 살인 셋째 동생이 서울로 전학을 왔다. 책임감은 더 무거워졌다. 엄마만큼 잘 챙겨주진 못했지만 부담감은 컸다. 혹여나 엇나가지는 않을까. 동생 걱정이 먼저였다.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제야 내가 보였다.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어 있었다. 20대라면 당연히 경험해봐야 할 것을 지나치고 살았다.‘너부터 좀 돌봐. 그런 다음에 가족을 챙겨.’라고 했던 선배 작가의 말이 머리를 탁 쳤다. 위태위태한 내 모습을 이미 읽었던 것이다.


잘 참고 잘 이겨내서 강한 줄 알았다. 아니었다. 


단단하지 못한 제방은
 언젠가 무너지듯 사람도 그렇다. 

부모님은 내가 이대로 회사를 잘 다니다가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길 기대했을 것이다. 첫째라면 마땅히 그래야 할 모습이다. 상의 한 마디 없이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며 기대를 와르르 무너뜨렸다. 꿈 찾아 떠난 것이지만 실은 도망친 것이다.  


제방에 오르면 호수, 바다, 방조제 도로, 이 모두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서른을 코앞에 두고 철이 다 빠진 딸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스무 살이 되고 싶어 할 때 나는 서른 살이 되고 싶었다. 안정된 삶을 꿈꿨던 것이 아니라 그때쯤엔 좀 홀가분해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서른이 되었고 전보다 홀가분해졌다. 홀가분해졌다고 마냥 마음이 편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지었던 무게를 둘째 동생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언니가 지금부터라도 정말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 다른 건 걱정 말고 언니가 쓰고 싶은 글을 써.” 


둘째 동생의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늘 어리다고만 생각한 동생이었는데 나보다 더 언니였다. 동생의 말에 다시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여행 글쓰기 수업은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길을 걷고 있다.       


모든 것을 다 아우르는 것이 때론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땐 딱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마음에 담으면 어떨까.

듬직한 딸이 아니어서, 든든한 언니가 아니어서 미안한 마음은 크다. 그렇다고 이 미안함 때문에 다시 예전의 겉으로만 듬직한 딸, 든든한 언니가 되고 싶진 않다. 지금은 나를 먼저 세울 때다. 그래야 비로소 단단한 제방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여행 꿀팁   

1. 주소 : 충청남도 당진시 석문면 삼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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