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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Aug 11. 2016

신석기인들이 살았던 호수로의 여행

백조의 호수여행-쌍호, 가평리 습지 1편 

드라마에선 절체절명의 순간에 꼭 반전이 일어난다. 현실에서도 종종 그렇다. 쌍호는 사라질 뻔한 호수였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그 덕분에 위기를 극복한다. 호수는 어떤 위기를 맞았던 걸까. 어떤 반전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지금은 ‘움직이는 섬’으로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그 궁금증을 풀고자 양양으로 향했다.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으로 향하는 탐방로. 좌측이 쌍호다. 거대한 갈대숲을 이루고 있다.

      


반전의 호수쌍호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과 쌍호는 마치 주연과 조연의 관계 같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을 왔다가 쌍호를 알게 된다. 박물관으로 향하는 탐방로를 걷다가 호수를 발견한다. 쌍호에 대한 안내판을 읽고서야 이곳이 유서 깊은 석호라는 걸 알게 된다.       

양양군 손양면 오산리에 위치한 쌍호. 동명천을 따라 들판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고종환 제공

쌍호의 지명은 두 개의 호수가 나란히 있는데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모습을 찾을 순 없다. 육지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다. 습지 형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호수를 영영 볼 수 없을 뻔한 위기가 있었다. 식량이 부족하던 때였다. 호수를 매립해 농경지로 조성하는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미 그 전에도 호수 일부를 매립해 농경지로 썼다. 그렇게 호수가 점차 사라지는 건가 싶었다.      

사적 제394호로 지정된 오산리 유적. 야외에 움집이 재현돼 있다.-고종환 제공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호수를 메우기 위해 호숫가 모래언덕에서 토사를 채취하던 중에 다량의 토기와 석기가 발견된다. 오산리 유적은 그렇게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호수 매립은 중단된다. 호수를 사라지게 할 뻔한 것이 호수를 살린 셈이다.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를 비롯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수록돼 있는 오산리 유적.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된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은 학습체험시설로 인기가 높다. - 고종환 제공

본격적인 발굴이 진행되면서 14기의 움집터와 돌칼, 이음낚시, 덧무늬토기, 흙으로 빚은 사람얼굴상, 흑요석, 그물추 등 4,000여 점의 유물이 발견된다. 연대측정 결과 무려 8,000여 년 전의 신석기시대 유적으로 확인됐다. 오산리 유적은 우리나라 신석기 문화의 기원을 연구하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과의 문화적 관계를 연구하는 데에도 가치 있는 유적지가 되었다.      

쌍호에서 어로생활을 하던 신석기인들의 생활상.-고종환 제공

쌍호의 가치도 재조명되었다. 쌍호는 오산리 신석기인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주로 어로생활을 했던 그들에게 쌍호는 풍부한 식량자원을 얻을 수 있는 호수였다. 출토된 그물추, 이음낚시, 화살촉 등의 고기잡이 도구가 이를 말해준다. 특히, 낚싯바늘의 허리 부분은 돌을 갈아 만들고 미늘 부분은 동물의 뼈를 갈아서 끈으로 묶은 이음낚시 도구에서 그들의 섬세한 면을 엿볼 수 있다.      

[제작기법과 형태가 특이해 학계에서는 오산리형 이음낚시라고 부른다. (왼쪽 사진)/그물에 어망추를 매달아 그물이 가라앉도록 하여 물고기를 잡았던 그물추.(오른쪽 사진)-고종환 제공] 


이음낚시 도구는 70여 점이 넘게 나왔다고 한다. 크기도 다양하다. 이를 통해 배를 타고 먼 바다까지 나가 물고기를 잡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 그땐 바다와 이어지는 호수로 배가 드나들고 할 정도였으니 꽤 규모가 큰 호수였음을 말해준다.      

[약 8,000년 전에 만들어진 덧무늬토기. 진품이 전시돼 있다. (왼쪽 사진)/ 직접 덧무늬토기를 만들어보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들! 박물관 로비에 신석기 문화 체험코너가 있다. (오른쪽 사진)-고종환 제공] 


*<쌍호, 가평리 습지 석호 탐방>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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