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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Sep 02. 2016

엄마의 마음을 닮은
향호를 다시 걷다-2

백조의 호수여행-강릉 향호 2편

*석호 탐방-강릉 향호 2편입니다. 



수심을 덜어줘야 할 때   

향호는 점점 병들어 갔다. 이를 살리는 것이 시급했다. 2001년 전국 내륙습지 자연환경조사를 통해 지형, 생물상 등 생태계 정밀조사가 이루어진다. 향호가 보전 가치가 높은 석호로 입증되면서 중점관리대상 석호 7곳 중 하나로 선정된다. 2000년대 후반에 본격적인 생태복원사업이 진행되었다. 규사 채취로 훼손된 생태를 복원하고 호수 상류 농경지를 습지로 조성하기로 한다. 유입 수량이 부족하고, 하구 막힘 현상이 일어나 수질 오염이 심각했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호수 하구에 갯터짐 유발 도류제를 설치하고, 오수처리장을 설치하는 등 다각도로 추진되었다.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되어주는 향호. 공원과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고종환 제공.

향호는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고 있는 호수인 만큼 생태복원이 절실하다. 다른 석호와 달리 배후에 담수성 호소가 분포하고 있어 생물들의 서식처는 물론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인 가시고기가 살고 있기도 하다. 가시고기는 부성애가 강한 어류로 알려져 있다. 엄마 가시고기가 알을 낳고 떠나면 아빠 가시고기는 먹는 것도 잊고 잠도 못 이룬 채 알을 지킨다. 알이 쉽게 부화하도록 가슴지느러미를 부지런히 움직여 둥지에 산소를 공급하고, 깨끗한 물을 넣어준다.      

둘레 2.5km의 향호 산책로. 지압로, 정자, 의자 등이 갖춰져 있다.-고종환 제공.

아빠 가시고기는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때까지 지극정성을 다해 돌본다. 갈수록 쇠약해져 가면서도 먹이사냥에 서툰 새끼들을 위해 자신의 살까지 내어준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내어준 후 쓸쓸히 죽어간다. 가슴 아린 부성애다. 더 마음 아픈 건 이들의 서식처가 오염된 것이다. 이로 인해 가시고기의 수도 줄어들고 말았다. 이를 보호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더 우선으로 복원해야 하는 석호가 있어 보류 상태다.      

갈대숲과 어우러진 데크길.선선한 바람 따라 걷기 좋다.-고종환 제공.

산책로를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바람에 살랑이는 갈대를 보니 가을의 절정에 이르렀을 땐 얼마나 더 운치 있을까 싶다. 그 서걱거리는 소리는 더 깊어질 듯하다. 한편으론 이렇게 갈대가 수북하다는 것은 육화가 진행되는 것이기도 해서 안타깝기도 하다. 향호는 현재 호소 면적의 20% 정도가 수생식물 군락으로 덮여 있다. 다른 석호에 비해 육화 된 규모는 작다. 하지만 육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건 언젠가 사라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져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석호의 숙명이다. 하지만 인위적인 개입이 그 시간을 앞당기고 말았다. 사람들에게 늘 내어주기만 하느라 힘들었던 향호. 이젠 우리가 그 수심을 덜어줘야 할 때다. 


석호 여섯 번째 이야기강릉 향호 뷰레이크 타임을 마무리하며 

모든 것을 내어주는 향호 속에는 모든 것을 내어주는 가시고기가 살고 있다. 이 이유만으로도 향호는 다시 건강해져야 한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우선 호수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걷기 좋은 가을이다. 선선한 바람따라 향호 산책로를 걸으며 늘 내어주기만 하는 호수의 고마움을, 그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뷰레이크 타임은 <동아사이언스>에서 연재 중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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