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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Sep 02. 2016

엄마의 마음을 닮은
향호를 다시 걷다-1

백조의 호수여행-강릉 향호 1편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무언가를 잃어야 하는 법칙. 
석호의 운명엔 늘 이 법칙이 따랐다. 


이로 인해 사라진 호수가 있었고, 사라질 위기의 호수가 있었다. 강릉 향호도 이 법칙에서 예외는 아니다. 향호엔 어떤 위기가 있었고, 현재는 어떠한지를 돌아보았다. 


천 년 묵은 향나무를 매향한 전설이 깃들어 있는 향호. 오랜만에 다시 찾다.-고종환 제공.

수심이 깊어진 향호수심(愁心)이 깊어지다   

향호를 처음 찾았던 때가 지난겨울이었다. 얼어있는 호수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보았었다. 다시 찾은 호수는 선선한 바람 따라 걷기 좋았다. 고무보트를 타는 사람도 보였다. 지난번에도 그랬듯 이번에 다시 찾았을 때도 향호는 자꾸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엄마의 마음 같아서다. 늘 내어주기만 하는 것 같다.      

고무보트를 타고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고종환 제공.

향호는 유역 면적 8.06㎢, 면적 34만 5천㎡의 작은 석호다. 그런데 최대 수심이 15m에 이를 정도로 수심이 깊다. 다른 석호에 비해 유독 수심이 깊기도 하다. 왜 그런 걸까. 향호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규모와 형태에 있어서 큰 변화가 없었다. 수심도 2, 3m에 불과했다. 호수를 매립해 농경지를 일구게 되면서 규모가 작아졌다. 다른 석호와 마찬가지로 향호 역시 축산폐수, 생활하수 등이 유입되면서 많이 훼손되었다. 이러한 이유로만 오염이 되었다면 수심이 그렇게 깊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향호 면적 변화.1910년대 42만㎡에서 현재는 34만 5천㎡다.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수심이 깊어진 이유는 따로 있다. 동해안 석호의 저층은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모래로 돼 있는 저층, 펄로 돼 있는 저층,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혼재된 저층으로 나뉜다. 향호의 저층은 모래로 돼 있다. 질이 좋은 규사가 호수 바닥에 있었다. 규사는 유리나 도자기를 만드는 원료로 쓰이는 하얀 모래다.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가만둘 리 없었다. 호수 동쪽 연안엔 규사 채취공장이 있었다. 규사 채취는 무려 20년 이상 계속되었다. 수심은 점점 깊어졌다. 호수 바닥을 헤집어 놓으면서 수질은 더욱 악화되었다. 사시사철 풍성하고 다양한 어종을 볼 수 있는 호수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호수 바닥에 사는 생물을 먹고사는 잠수성 조류들도 더는 머물 수 없는 호수가 돼버렸다.      

지난 겨울. 꽝꽝 언 호수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그리고 외로이 서 있는 새 한 마리.-고종환 제공.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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