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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Sep 08. 2016

바다가 된 호수, 청초호 - 1편

백조의 호수여행-속초 청초호 1편 

세상 따라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들 한다. 석호도 그래야 했다. 18개의 석호 중 가장 변한 건 청초호다. 석호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다. 그 역할이 180도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청초호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왜 변해야 했는지, 현재는 어떠한 지를 돌아보았다.        


이번 여름 포켓몬 고 핫 플레이스였던 청초호.-고종환 제공.

     


변할 수밖에 없었던 청초호 

청초호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호수보다는 바다 같다. 그렇다. 청초호는 제1종 항만으로 지정된 속초항의 내항으로 이용되고 있다. 학계 등에서는 더 이상 석호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띤다. 유역 면적 25.6km², 호소 면적 1.4km²임에도 해양화가 되었다는 이유로 중점관리대상 석호에서도 제외돼 있다.      

속초시 한가운데에 넓게 펼쳐져 있는 청초호.-고종환 제공.

석호인 청초호가 어쩌다 내항이 된 것일까. 먼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그때는 쌍성호로 불리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이곳에 수군 만호영을 설치해 병선을 정박했었다고 한다. 호수 어귀 쪽이 바다와 연해 있어서다. 선박들이 바깥 바다의 풍랑을 피할 수 있는 자연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풍랑이 일 때마다 어선의 대피 정박지로 유용했다고 한다.      

높이 약 74m의 엑스포타워. 이곳에 오르면 청초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2월에 찍은 사진).-고종환 제공.

호수 경치 또한 훌륭했다고 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양양 낙산사 대신 이곳을 관동 8경으로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 본연의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청초호는 속초시 한가운데 넓게 펼쳐진 호수다. 이를 둘러싸고 시가지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늘 주목을 받았다. 개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큰 항구로 개발되기 시작한 건 일제강점기 때다. 바다와 이어진 하구를 넓혔다. 수로를 만들고 축대를 쌓았다. 속초항이 개발되면서 속초가 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석호로서의 본연의 모습은 잃어야 했다.   

   

청초호의 면적 변화. 1990년대 호수의 약 3분의 1이 매립되면서 규모가 대폭 줄었다.-원주지방환경청 제공.


개발은 계속되었다. 1990년대 유원지를 만들고 강원국제관광엑스포를 유치하면서 부지 조성을 위해 청초호의 갯벌 지역을 매립했다. 이 때문에 호수의 약 3분의 1이 사라지고 말았다. 호수가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유원지는 현재까지도 사람들의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호수의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해양화된 청초호엔 해양레저시설도 들어섰다. 2013년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계류시설이 설치되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운영 주체 문제, 예산 부족, 편의시설 미비 등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청초호 요트 마리나 시설이 개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시민과 여행객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청초호 유원지(왼쪽). 2013년에 설치된 요트 계류시설(오른쪽/지난 2월에 찍은 사진).-고종환 제공.]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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